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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高 공포] 4대그룹, 환율 고공행진에 對美투자 놓고 타이밍 잡기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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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高 공포] 4대그룹, 환율 고공행진에 對美투자 놓고 타이밍 잡기 고심

글로벌 경제 휘젓는 킹달러에 자금부담 커져
삼성·SK 계획대로…IRA 불똥 현대차는 가속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2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일행들에게 공장을 안내하고 삼성전자의 비전을 설명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2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일행들에게 공장을 안내하고 삼성전자의 비전을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를 돌파하면서 재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이후 미국을 비롯한 북미지역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는데,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함에 따라 당초 계획했던 투자규모보다 휠씬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그룹이 진행중인 대미 투자 규모는 560억달러(약 78조9000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오는 2024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4조2600억원)를 투자해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고, SK그룹은 지난 7월 최태원 회장과 바이든 대통령이 영상으로 면담할 당시 총 290억달러(약 41조3900억원) 투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맞아 전기차와 배터리,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 등을 중심으로 105억달러(약 14조9800억원)의 투자 계획을 전격 발표한 바 있으며, LG그룹은 대미 투자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주력 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서 GM, 혼다와의 합작 공장 설립은 물론 단독 공장 신설을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준비 중이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다. 연초 1160원대였던 환율은 꾸준히 올라 4월 1200원대를 돌파하더니 8월 말부터 급등세를 타고 있다. 8월초 1300원대 언저리에 있던 환율은 두 달도 안돼 1400원을 돌파했다. 급기야 지난 26일에는 1430원을 뚫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대미투자 과정에서 현지 인력·자재 조달 비용이 급증하고, 해외 주요 자회사에 대한 자금지원 부담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8년간 총 250조원을 투자할 계획인데, 이중 해외 투자가 70조원"이라며 "원래 (계획했던 해외투자 규모는) 50조원쯤이었는데, 환율이 올라 70조원이 됐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해 기존 투자규모보다 40% 가량 자금 부담이 커진 것이다.

이같은 환율 상승 부담에 따라 재계에서는 주요 그룹들이 각자 기업 상황에 따라 투자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진행중인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영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ARM 인수 가능성이 제기됐다. 영국 방문 전에 찾은 멕시코에서도 추가로 신규 반도체 공장 건립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프로젝트 중에 테일러시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은 일단 그대로 진행할 전망이다. ARM 인수와 멕시코 공장 건립 프로젝트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 급등이라는 악재를 만났지만 12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 보유를 기반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설립을 제외한 신규 사업은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ARM 인수 프로젝트 등의 경우 현재 확정된 계획이 아닌 만큼 시간을 두고 투자 여부와 시기, 규모를 정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8월22일 원화값이 10% 하락할 때 제조업 전체 원가부담이 2.1% 증가한다고 밝혔다. 출처=한국무역협회이미지 확대보기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8월22일 원화값이 10% 하락할 때 제조업 전체 원가부담이 2.1% 증가한다고 밝혔다. 출처=한국무역협회


SK그룹은 당초 계획대로 대미 투자 속도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지난 8월 최태원 회장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뒤, 총 290억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 투자하는 기존 70억달러 규모 투자계획 외에 반도체·바이오·그린에너지 분야에 신규로 22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환율 급등으로 인해 SK그룹이 부담해야 할 투자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그럼에도 최 회장이 직접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을 통해 투자계획을 밝힌 만큼 당초 예정된 속도대로 투자될 것이라고 재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은 오히려 대미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가 지난 8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나서면서 현대차그룹의 5대 권역 중 하나인 북미지역의 매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당초 2025년부터 운영하려 했던 조지아주 신규 자동차공장의 완공을 1년 앞당기고, 기존 기아차 현지공장의 라인도 일부 변경해 전기차를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반면 LG그룹은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현재 주력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 등을 통해 2차전지 사업 분야와 관련한 대규모 대미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공장 건설 과정에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기존 투자계획 및 일정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재계는 예상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4대그룹의 대미투자 규모가 560억달러(약 78조9000억원)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표=각 사 취합 이미지 확대보기
27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4대그룹의 대미투자 규모가 560억달러(약 78조9000억원)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표=각 사 취합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