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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脫정유'로 체질개선 속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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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脫정유'로 체질개선 속도낸다

화이트 바이오·배터리·수소 등 친환경 사업 진출
전기차·기초 화학 원료 수요 증가할 것으로 기대


울산광역시에 위치한 에쓰오일의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전경. 사진=에쓰오일이미지 확대보기
울산광역시에 위치한 에쓰오일의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전경. 사진=에쓰오일


상반기 역대급 성적표를 받은 정유사들이 '탈(脫)정유' 노선화를 더욱 뚜렷하게 그리고 있다. 정유사들은 그 탈선으로 새로운 가도를 달리며 종합석유화학사로 향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석유 제품의 수출 단가가 크게 상승해 올 상반기엔 4대 정유사는 10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다시 정유 사업 의존도를 줄이면서 수소, 암모니아, 탄소 저장기술 등 석유화학기업으로서의 진화를 거치고 있다.

탈정유 통해 종합석유화학사로 탈바꿈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소재 부문에 2018년부터 올 1분기까지 약 8조원을 투자했다. 앞으로도 이미 투자된 금액을 포함해 20조원을 배터리·소재에 투자할 계획이다. 폐배터리 재활용(BMR) 사업도 본격 추진해 2025년부터 상업 가동을 한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025년까지 5년간 총 30조원을 그린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수소, 소형원자로(SMR),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그린에너지 투자도 가시화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울산CLX) 석유 1공장 중질유분해 시설의 탄소 포집·활용 설비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이미지 확대보기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울산CLX) 석유 1공장 중질유분해 시설의 탄소 포집·활용 설비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최초 민간 정유사였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 역시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는 CCU 사업과 블루수소 사업과 친환경 에너지·케미칼을 생산하는 화이트바이오 생태계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화이트바이오 사업의 일환으로 2023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연산 13만t(톤)의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을 건설 중이다. 또한, 폐플라스틱 재활용, 태양광, 2차전지 관련 소재 개발 등 다양한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2018년 석유화학 사업 분야 중 성장성이 높고 다양한 다운스트림 시장으로의 확장이 쉬운 올레핀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올레핀의 대표 제품인 에틸렌은 '석유화학산업의 쌀'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산업의 기반 원료다. GS칼텍스는 에틸렌 연 75만t, 프로필렌 연 41만t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거기에 LG화학과 화이트 바이오 생태계 구축 및 친환경 바이오 원료 상업화를 위한 실증플랜트를 구축한다.
에쓰오일은 '석유에서 화학으로' 전략으로 석유화학 사업 분야 투자를 일관성 있게 지속하여 지금보다 2배 이상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 2018년 5조원을 들여 정유 석유화학 복합시설을 완공하고 '샤힌(Shaheen) 프로젝트'를 통해 석유화학 비중을 생산물량 기준 현재 12%에서 25% 수준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2단계인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해 TC2C(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를 도입하고, 핵심 설비인 스팀크래커의 운영 경험을 공유할 계획이다. 또한, 에쓰오일은 수소의 생산·유통·판매까지 수소산업 전반에서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지는 해 '정유산업'에서 떠오르는 해 '석유화학산업'으로


정유 사업은 사양산업이 되어가면서 신성장산업이 필요해졌다. 정유업계는 이번 상반기엔 이른바 '횡재'라 불릴 만큼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지만 당장 올해 하반기만 해도 그 실적이 불투명해졌단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는 이제 횡재가 아닌 보다 탄탄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 재개편에 나선 결과, 석유화학에서 그 답을 찾았다.

정유사의 석유화학기업으로서의 진화과정 속에선 '탄소 중립'이란 미싱링크를 찾아볼 수 있다. 미싱링크는 생물의 진화 계통에서 빠져있는 미발견 화석 생물로 '잃어버린 고리'를 뜻한다. 탄소중립이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르며 산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됐다. 바로 전기차, 수소차 등 차세대 자동차의 출현이다. 내연기관차가 줄어들고 차세대 자동차의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필연적인 추세에 정유사들도 시대에 따른 수요를 따라가게 된 것이다.

여수공장 전경. 사진=GS칼텍스이미지 확대보기
여수공장 전경. 사진=GS칼텍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현대오일뱅크는 수소차 연료 생산 사업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낙점했다. 또한, 정유사들은 줄어드는 휘발유 수요를 대신해 기초유분 사업에 골몰하고 있다. 나프타를 고온에서 분해한 후 각종 공정을 거치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할 수 있다.

최근 에틸렌의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경기침체 등으로 완제품 수요가 줄어 에틸렌 스프레드(제품가에서 원가를 뺀 가격)는 올 하반기까진 반등하기 어렵다는 것이 주요 산업계 시각이다. 이에 석유수출기구(OPEC)은 지난 5일(현지시간) 다음달 하루 원유 생산량을 10만 배럴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단기적인 상황'이란 판단과 함께 향후 에틸렌의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 역시 "단열재, 의류 수요 증가 같은 계절적 요인과 OPEC의 감산 결정이 긍정적인 요소이나 현재 상황에선 크게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다"라며 "미·중의 대규모 에틸렌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될 우려도 남아있다"고 올해 하반기는 어두울 것이라 전망했다. 다만 "내년부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게 될 것이다"라며 정상적인 궤도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arl9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