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역시 동남아 시장에서 전기차를 선봉장으로 내세우며 진격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3월 인도네시아에 연간생산능력 25만대의 생산거점을 확보해 운영에 들어가면서 완성차 경쟁자들보다 한발 앞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전기차 시장에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잇달아 동남아 시장에 생산거점 확보에 나서고 있어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발빠르게 전기차 도입에 나선 동남아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2억79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세계 4위의 인구대국인 동시에 아세안 최대 소비시장이다.
태국과 함께 동남아 국가 중 최대 자동차생산국이기도 한 인도네시아는 현재 전기차 제조업체에 부품 수입관세와 사치세를 면제해주는 해택을 주고 있다. 특히 아세안무역협정(AFTA)을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만든 완성차는 다른 아세안 국가들에게 무관세로 수출할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를 교두보로 삼아 동남아 진출에 나선 곳은 중국의 대표 완성차업체 중 하나인 상하이GM우링자동차(SGMW)가 대표적이다. 상하이GM우링자동차는 상하이자동차(SAIC)와 GM, 광저우의 우링자동차의 합작사다.
SGMW은 지난해 중국에서 42만대가 판매됐던 인기 차종 '미니EV'를 인도네시아에 최근 공개하며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로 인도네시아를 선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에 태국을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 완성차업체들도 많다. 중국의 장성모터스(GWM)가 대표적이다.
GWM는 지난해 11월 태국에서 소형 전기차 '오라굿캣(Ora Good Cat)'을 공개했다. 해당차량은 지난 5월 말 기준 약 4700여대의 사전판매예약이 이어졌는데, 이는 지난해 태국 전체 전기차 판매량의 2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GWM는 오는 2023년부터 태국 현지에서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 자동차시장의 맹주로 군림했던 토요타도 태국의 인센비트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올해 말부터 일본에서 만든 전기차를 판매할 예정이며, 2024년에는 현지생산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또한 메르세데스-벤츠도 태국에서 차량조립에 나섰으며, 태국의 국영에너지기업인 PTT도 대만의 폭스콘의 모기업 홍하이와 함께 2024년부터 전기차 생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볼보자동차는 지난 3월 말레이시아에서 차량 조립을 시작했으며, 팜유 생산업체인 말레이시아의 필드만그룹은 지난 1월 중국 장안자동차와 전기차 공동조립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필리핀 역시 전기차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5월 전기차 활성화 법안을 발효했다.
동남아시아가 전기차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유럽과 중국 업체들이 잇달아 진출하자 현대차그룹의 행보 역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에 연간 생산능력 25만대 규모의 생산거점을 완공하고 지난 3월부터 가동 중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와 해운 중심지인 프리오크가 가까워 최적의 입지란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 생산거점을 통해 '아이오닉5'를 현지 생산 중이다. 하반기에는 출시가 예정된 '아이오닉6'도 생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행보에 대해 'MK 현장경영'을 보는 듯 하다는 반응이다. 과거 정몽구 명예회장이 유럽과 북미지역에 현지공장을 설립하며 공격적으로 글로벌 점유율을 끌어올렸던 것을 떠올린다는 평가다.
한편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중국·유럽 완성차업체들이 동남아 거점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빈약한 충전인프라로 기대만큼의 효과는 없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동남아 일대에 충전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