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원통형 배터리’ 가치의 재발견…“안전‧편의성과 투자‧생산비 절감”

공유
0

‘원통형 배터리’ 가치의 재발견…“안전‧편의성과 투자‧생산비 절감”

동일한 기술 적용시 각형‧파우치형에 비해 생산단가 저렴
배터리팩 구성시 단위 공간에 더많은 개수 적용, 출력 높아
안전도 높아 전기차에 유리, 전용 플랫폼 나오면서 각광
대형 표준 ‘4680’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시장 주도 기대

삼성SDI가 생산 중인 원통형 배터리 제품들 사진=삼성SDI이미지 확대보기
삼성SDI가 생산 중인 원통형 배터리 제품들 사진=삼성SDI
1991년 탄생해 이차전지(이하 배터리) 시장의 문을 연 ‘원통형’ 배터리가 30여년 만에 업계의 주류로 다시금 관심을 받는 것은 배터리의 핵심인 안전성과 편의성, 생산비 절감이라는 이점이 재평가 받았기 때문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는 모양에 따라 크게 원통형, 파우치형, 각형으로 구분한다. 양극판과 음극판을 제조하고, 분리막과 전해질을 합쳐 만든다는 기본 상식은 동일하지만, 어떤 모양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데, 배터리 형태에 따라 에너지 밀도도 다르고, 생산공정 방식과 난이도가 다르다.
이 가운데에서도 원통형 배터리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의 배터리다. 뿌리는 1차 전지(방전만 하고 충전은 불가능한 건전지)의 원통형 모양을 계승한 것인데, 원통형으로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두루마리 휴지를 돌돌 말 듯이 양극판과 음극판을 구부려 돌돌 마는 와인딩 방식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기가 쉽다. 그만큼 제조원가도 낮출 수 있다.

각형은 얇은 사각형 형태로 대용량 전기를 충전할 수 있어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휴대용 IT기기에 적용해 발전해 왔고, 파우치형은 배터리를 장착하는 공간의 형태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원통형보다 우월한 형태로 여겨왔다. 하지만 두 형태의 개당 제품 생산‧판매 단가는 원통형에 비해 훨씬 비싸다. 무엇보다 작은 공간에 충전량을 늘릴수록 사고의 위험성이 높다. 소형 기기에서도 문제지만, 자동차는 운전자와 탑승자의 안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데 잦고 불규칙환 충격과 더위와 추위가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기후 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발화 또는 폭발 사고의 원인을 제동하는 등 위험도가 높다. 아무리 배터리 기술이 진화했어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전기차의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원통형 배터리는 각형이나 파우치형에 비해 개당 출력량은 줄어든다. 하지만 다수의 배터리를 결합해 모듈에 해당하는 배터리팩을 만든다고 할 때, 동일한 배터리팩 면적에 각형보다 훨씬 많은 원통형 배터리를 집어넣을 수 있어 완성한 배터리팩의 충전량이 더 많다. 동일한 충전량의 배터리팩이라도 각형을 결합한 것에 비해 제조단가가 더 낮다. 무엇보다, 1차 전지를 여러개 직렬결합해 쓰던 중 어느 한 개가 수명이 다했을 때 그 것만 교체하면 제대로 기능하듯이, 원통형 배터리팩도 수명이 짧은 몇 개의 배터리를 바꿔주면 저렴한 가격으로 배터리팩을 재활용 할 수 있다.

처음부터 전기차로 시작한 테슬라의 경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설계할 때부터 장착할 배터리팩을 일본 파나소닉의 원통형배터리로 만든 맞춤형 배터리팩을 쓰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전통 자동차 업체들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플랫폼을 전기차용으로 전환하다보니 차체 내에 충분한 차체배터리팩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이를 맞춰 적용할 수 있는 파우치형이나 충전량이 높은 각형 배터리를 적용한 가격이 비싼 배터리팩을 사용했다.

그러다가 2010년대 후반부터 메이저 자동차 업체들이 내연기관 시대의 종말과 함께 전기차로의 대전환 계획을 발표했고, 이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속속 개발되었다.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다른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핵심은 충분한 배터리팩 적용 공간을 확보해 적어도 공간의 제약 때문에 배터리 충전량이 한정될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했다.
남은 과정은 보다 진화한 배터리 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배터리팩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배터리 업체들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요건, 즉 ‘더 높은 기술을 적용하면서 가격은 더 낮은 배터리팩’ 개발이라는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다. 대규모 설비 및 기술개발 투자를 위해서는 생산공정에서 경제성을 갖춰야 했고, 그 대안이 원통형 배터리로 귀결됐다.

원통형 배터리는 크기가 표준화가 이뤄져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원통형 배터리의 대부분은 ‘1865(지금 18mm‧길이 65mm)’과 ‘2170(21mm‧70mm) 등 두 종류의 표준 형태로 제작되고 있다. 여기에 일본 파나소닉이 이들보다 큰 ’4680(46mm‧80mm)’ 원통형 배터리 개발을 추진해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선 두 형태의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파나소닉과 비슷한 형태의 제품 개발을 놓고 최종 형태의 결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도 후발주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4680과 유사한 형태의 대형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해 시장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베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용 배터리도 얇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스마트폰용 배터리처럼 극단적인 초박막일 필요는 없기 때문에 각형보다 제조가 쉽고 교체가 빵르며, 제조원가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통형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이라면서, “특히 원통형 배터리의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은 ‘4680’ 유형이 올해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되었다. 이에 많은 배터리 제조사들이 활발하게 연구와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