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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세 새내기 창업자 구본준 회장, ‘반도체’ 꿈 이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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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세 새내기 창업자 구본준 회장, ‘반도체’ 꿈 이루나

독립 1년 맞이한 LX그룹, 매그나칩반도체 인수 검토
LG그룹 시절 통한의 사업이었던 반도체 재도전 의지

구본준 LX그룹 회장
구본준 LX그룹 회장
LX그룹을 세우며 독립 1년을 맞이한 ‘세내기 창업자’ 구본준 회장이 평생의 아쉬움으로 남았던 ‘반도체’를 일으키기 위해 나섰다.

지난해 칠순(1951년생)의 나이로 홀로서기를 시작한 구 회장은 여전히 지칠 줄 모르는 의지를 보이며, LX그룹의 초기 정착을 성공시켰다.

그는 3일 출범 1주년을 맏아 그동안 우산 역할을 했던 조카 구광모 회장의 LG그룹과의 완전한 결별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를 신청했다. 지금부터 ‘구본준의 LX’가 본격적인 색깔을 내는 게 아니냐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LX인터내셔널과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 LX판토스 등 5개 회사로 이뤄진 LX그룹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올해 3월 LX인터내셔널이 약 6000억원을 들여 국내 시장 점유율 2위의 유리 제조 기업 한국유리공업을 인수했고, 4월에는 국내 바이오매스 발전소 ‘포승그린파워’ 지분 63.3%를 약 1000억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가장 주목 받는 것은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중견 시스템 반도체 기업인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전 참여 검토설이다.

반도체는 구 회장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미국 AT&T에서 근무하다가 1985년 부친인 구자경 럭키금성그룹(현 LG그룹) 회장(2019년 별세)의 부름을 받고 금성반도체(현 SK하이닉스) 부장으로 입사했다. LG그룹과의 첫 인연이자 반도체와의 첫 만남이기도 했다.
이후 형 구본무 회장(2018년 작고)의 34년 재임기간을 함께하며, LG반도체(현 SK하이닉스),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상사 등 LG그룹 성장의 기반이 된 핵심 계열사에서 미래 신성장 사업 실무를 도맡았다. 특히, LG반도체는 구본무 회장과 함께 그룹의 간판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상황은 반전했다. 정부가 대기업들의 사업 구조조정을 지시하면서 이의 일환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주도로 중복사업의 경우 한 기업에 몰아주는 빅딜을 추진했는데, 대표적인 게 반도체였다. LG반도체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고 있던 구 회장은 현대전자와의 반도체 합병 협의를 진행했다. 무조건 반도체를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그룹의 사활을 걸고 협상을 밀어붙였으나, 결국 LG그룹은 반도체를 포기해야 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독대를 한 뒤 회사를 포기하겠다고 결심한 형에게 끝까지 반대하며 마음을 돌리려고 했던 마지막 사람이 구 회장이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일은 구 회장에게 영원한 마음 속 상처로 남아있다.

구 회장은 반도체를 대신해 또 다른 신사업인 액정화면(LCD) 사업을 맡아 네덜란드 기업 필립스 디스플레이(LCD‧CRT) 부문 제휴를 성사시키며 LG디스플레이를 세계 1위 디스플레이 업체로 키워냈다. 이어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으며, 현재 LG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성장하고 있는 된 전기차 배터리와 자동차 전장사업(VC), 스마트팜 등의 기반을 닦았다. 많은 성과를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다시 하지 않겠다는 점은 분명했다. 대신 구 회장이 선택한 분야가 팹리스(반도체칩 설계전문) 사업이었고, 2014년 당시 국내 1위 팹리스업체였던 실리콘웍스(현 LX세미콘)을 인수했다.

이 회사는 구 회장의 독립에 따라 LX그룹의 일원이 되었고, 반도체 사업을 키우는 바탕이 되었다. 팹리스의 성장성은 높지만 이를 실물화해주는 반도체 일관생산공장(fab‧팹)이 없으면 안된다. 이에 구 회장은 매그나칩반도체를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LG반도체를 내어준 뒤 출범한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의 비메모리반도체 사업을 떼어내어 설립했기 때문에 되찾을 명분은 SK하이닉스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매그나칩반도체는 LG와 현대의 사업부문이 통합한 것이고, 보유하고 있는 팹도 LG반도체의 기반이었던 충북 청주에 소재했다. 구 회장도 회사를 되찾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공급망 중단에 따른 호황에 따라 반도체기업의 몸값이 높아진 상황에서 매그나칩반도체 측도 매각가격을 인수 희망자측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높게 잡았다. 이에 따라 인수 참여를 고려했던 코오롱이 포기했고, SK하이닉스는 물밑작업을 통해 가격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LX그룹의 참여설로 매그나칩반도체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참여를 결정할 경우 ‘독한 LG’를 강조하며 강력한 추진력을 자랑하는 구 회장의 특성상 경쟁사들의 옟측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인수안을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구 회장이 매그나칩반도체를 가져간다면 아쉬웠던 과거를 어느정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LX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과 함께 국내 반도체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또 다른 축으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보인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