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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졸라 맨 트위치…1인 미디어계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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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졸라 맨 트위치…1인 미디어계 '지각변동'

파트너 수수료 인상·韓 화질제한 정책…'망 사용료' 때문?
'확장성'에서 '수익성'으로 전환...'탈 트위치' 행렬 이어지나

트위치 앱을 실행한 스마트폰의 모습. 사진=언스플래쉬이미지 확대보기
트위치 앱을 실행한 스마트폰의 모습. 사진=언스플래쉬
세계 최대 개인방송 플랫폼 트위치가 파트너 스트리머 구독 수수료 인상과 한국 서버 화질 제한 등 수익성에 초점을 둔 정책을 연달아 내놓았다. 국내를 포함 세계적으로 1인 미디어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어날 전망이다.

트위치는 지난달 29일 "한국 내 서비스 운영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며 "오는 30일부터 해결 방안 마련 시점까지 한국 내 라이브 방송 채널의 화질을 최대 1080p(픽셀)에서 720p로 제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보다 8일 앞선 지난 21일, 트위치는 내년 6월 1일부터 프리미엄 파트너 스트리머의 구독 수익이 10만달러(약 1억4427만원)를 넘는 시점부터 수익의 30%가 아닌 50%의 수수료를 떼는 정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트위치의 라이벌 유튜브는 파트너 크리에이터들에게 30% 수수료 정책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위치는 지난 2011년 서비스를 개시한 실시간 방송 플랫폼으로 미국의 IT 기업인 저스틴 칸이 2007년 동료들과 함께 선보인 웹 개인방송 플랫폼 '저스틴TV'를 전신으로 한다. 2014년 8월, 아마존이 9억7000만달러(약 1조3994억원)에 인수했다.

개인방송 통계 분석 플랫폼 스트림해칫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트위치는 글로벌 누적 시청시간 점유율 69%를 기록, 14%의 유튜브나 7%의 페이스북에 비해 압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미국 미디어 분석사 유스크린은 올 상반기 트위치의 1인 미디어 시장 매출 점유율을 76%로 추산했다.

사진=언스플래쉬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언스플래쉬

트위치의 연이은 '긴축 재정' 정책, 특히 한국에서만 화질을 제한하는 조치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최근 미디어 콘텐츠 업계에서 화두로 떠오른 망 사용료 분쟁이 원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은 최근 몇 해에 걸쳐 통신3사(SKT·KT·LG U+) 등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 지난 2019년 10월부터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국회에선 최근 망 사용료 계약 부당 거부 등을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이 입법됐다. 이에 트위치의 라이벌 플랫폼 유튜브를 운영 중인 구글은 "크리에이터들의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SNS를 통해 '입법 반대 청원에 나섰다.

다만 망 사용료 분쟁의 당사자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아마존은 큰 관계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무임승차 방지법'의 대상은 일일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 국내 트래픽 발생량 1% 이상 사업자다. 여기에는 구글·넷플릭스·메타·네이버·카카오가 해당되며 이중 메타·네이버·카카오는 매년 수백억원대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8년부터 개인방송 활동을 해온 유명 스트리머 '풍월량' 김영태는 최근 "트위치 코리아 측과 이번 조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방송을 통해 말했다. 그의 방송에 따르면 트위치 코리아는 2015년부터 매년 500억원 전후의 망 사용료를 지불해왔다.

스트리머 '풍월량' 김영태가 개인 방송에서 트위치의 화질 제한 정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풍월량 트위치 채널이미지 확대보기
스트리머 '풍월량' 김영태가 개인 방송에서 트위치의 화질 제한 정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풍월량 트위치 채널

김영태 스트리머는 트위치가 과거 '공격적 확장'에 집중해왔으나 최근 들어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이 이번 조치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트위치 코리아 또한 본사에서 화질을 720p로 제한하기로 했다는 정책을 하루 전에 통보 받았다"고 덧붙였다.

아마존이 한국만 콕 집어 화질 제한 정책을 편 원인으로는 한국 시청자들이 주로 '트윕', '투네이션' 등 서드 파티(제3자)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후원을 하는 것이 지적된다. 이로 인해 트위치는 한국에서 개인방송 플랫폼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후원 수수료를 거의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트위치가 스트리머들을 상대로 '확장 정책'을 추진할 때는 수수료가 적은 트윕 등을 오히려 강점으로 소개했다"며 "후원자 전용 댓글에 다양한 목소리를 활용할 수 있는 등 편의성 면에서도 서드 파티 플랫폼이 월등한데, 이를 기술적으로 따라잡을 생각은 않고 화질 저하 정책으로 맞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트위치의 '수익성 강화' 정책 기조가 스트리머들의 대거 이탈을 부를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해외에선 지난해 8월부터 올해까지 100만 구독자 이상을 보유한 영어권 스트리머 7명이 '탈 트위치'를 선언했다. 이들 중에는 구독자 수 698만명으로 세계 트위치 구독자 수 15위에 오른 '팀더탯맨(TimTheTatman)'이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트리머 상당수가 트위치 코리아의 수익성 문제에 공감하고 있고 라이벌 플랫폼에 비해 저변 차이가 있어 당장 '대규모 이동'이 일어나진 않을 전망"이라면서도 "화질 제한과 같은 중요 정책을 하루 전에 통보하는 식의 일처리가 계속된다면 결국 역반응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