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이재용, ARM 인수한다면…그 '득과 실'

공유
0

이재용, ARM 인수한다면…그 '득과 실'

단독 인수는 엔비디아와 같이 무산 가능성 커
오픈형 라이선스 거금 주고 살 필요성에 의문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ARM 인수합병(M&A)에 대해 처음 언급한 가운데 인수 시 그 파급에 대해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1일 2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 도착해 "다음 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서울에 오면 그런(ARM M&A) 제안을 할 것 같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ARM이 뭐길래?


ARM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을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영국 기업이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모바일 기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ARM이 세계 모바일 기기의 90% 이상 설계한다. ARM이 설계한 프로세서는 모바일 기기는 물론, 스마트TV나 자동차 등 넓은 영역에 쓰이고 있으며 사실상 칩 설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ARM은 삼성전자, 미국 애플, 미국 엔비디아 등 300여 곳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ARM이 이토록 폭넓게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던 성공 요인은 모바일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선견지명에 있다. 모바일에 맞는 MPU(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 선점에 성공한 ARM이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이다.

ARM은 비상장사로 정확한 실적은 알 수 없지만, 특허 기반 설계를 제공해 로열티를 받아 수익을 올린다. ARM의 올해 1분기(2022년 4~6월) 총 매출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7억1900만달러(약 9000억원)다. 분기별 로열티는 전년 대비 22% 증가한 4억5300만달러(약 5600억원)으로 분기 로열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소프트뱅크 공식보도자료에 따르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16년 ARM을 310억달러(당시 약 36조원)에 인수해 대주주로 등극했다. 인수 당시 일본 최대 통신사인 소프트뱅크가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의아한 반응들이 있었다. 손 회장은 인수 이유에 대해 "바둑으로 치면 50수 앞을 내다본 인생 최대 베팅"이라 말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스타트업 투자 실패 등으로 막대한 적자를 보게 됐다. 이로 인해 ARM을 인수한 지 불과 4년 만인 2020년에 매물로 내놓게 됐다. 이에 엔비디아가 최대 660억달러에 인수를 시도했으나 각종 규제 당국이 독과점 금지법을 근거로 반대해 무산됐다.

ARM 인수하면, TSMC 견제 효과도

삼성전자는 그동안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 등의 영향으로 인수합병 움직임이 멈춰있다. 아직 이 부회장은 재판을 받고 있어 모든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나 특별사면 이후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였다.

여기에 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을 마치고 ARM 경영진은 만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그동안 언급하지 않았던 인수에 대해 처음으로 의사를 내비쳐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손정의 회장도 같은날 삼성과의 전략적 동맹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 밝혔다.

23일 업계에선 ARM의 몸값을 현재 400억달러(약 56조원)에서 600억달러(약 85조원) 사이로 추측하고 있다. 85조원이라는 높은 몸값을 자랑하지만, 삼성전자의 2분기 기준 현금 자산이 125조원으로 단독 인수도 충분하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선례와 마찬가지로 독과점 문제로 삼성전자 역시 단독 인수에는 제동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한 기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것도 삼성전자로선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컨소시엄으로 공동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례로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초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ARM를 인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나 미국 인텔, 퀄컴 등 경쟁사들과 컨소시엄을 통해 공동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제시된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선임연구위원은 "ARM을 인수할 수 있는 건 사실상 삼성전자밖에 없다"며 "단독 인수는 어렵지만, 미국 기업과 컨소시엄으로 공동인수하게 되면 대만 TSMC를 견제하는 효과가 생긴다"고 바라봤다.

일각에선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만 하고 시스템반도체는 기반이 없는데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의 컨소시엄을 형성할 이유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선 아직 약하다. 이런 상황에 ARM의 아키텍처(구조방식)를 확보한다면 삼성전자가 세운 '2030 시스템반도체 업계 1위'라는 목표에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다.

특히, ARM의 설계도면이 AP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장 분야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시기에? 그 돈으로? 굳이…


다만 삼성전자의 ARM 인수에 대해 불확실성도 적지 않다. 단독 인수는 엔비디아 선례로 불발될 확률이 높다. 삼성전자는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메모리, 시스템, 파운드리까지 하는 가운데 ARM까지 인수 시 공급망이 과하게 얽히게 돼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컨소시엄이나 지분투자는 큰 메리트가 있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독 인수가 가능하다면 라이선스나 모델을 바꾸거나 라이선스비 상승, ARM 기술 독점 등의 구조적 변환을 통해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 김 연구위원은 "컨소시엄으로 공동인수할 경우, 삼성전자가 얻을 이익이 거의 없다"며 "라이선스를 사서 사용하면 되는데 수십조원을 들여서 살 필요성이 있을까 (의문이 든다)"고 회의적 입장을 드러냈다. ARM은 오픈형 라이선스로 기업들은 라이선스를 구매해 기업마다 맞게 맞춤제작 한다.

한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복합적으로 자산 가격이 하락세인데 성급하게 하는 것보다 충분히 가격 메리트가 있을 때 협상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며 견해를 밝혔다.

인수하게 되더라도 가격 협상과 현재 불안정한 경제 상황으로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엔비디아가 인수를 시도할 때보다 ARM 인수가격은 올랐을 것이라 추측되는 가운데 그 당시보다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등 세계 경제는 불황을 겪고 있다. 업계에선 이러한 상황에선 불확실성이 높은 사업투자보단 현금 유보가 맞는 방향성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정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arl9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