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사우디 '탈아메리카' 외교 다변화는 생존 위한 필수 선택

공유
0

[초점] 사우디 '탈아메리카' 외교 다변화는 생존 위한 필수 선택

사우디의 외교 다변화를 이끌고 있는 빈 살만 왕세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사우디의 외교 다변화를 이끌고 있는 빈 살만 왕세자. 사진=로이터
사우디가 이란과 화해 협정을 체결하고 중개자로 중국을 선택한 것은 국제사회에 큰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공식적으로 3자 공동 성명이라고 불리는 이 협정은 3월 11일 베이징에서 서명되었다. 이제 리야드와 테헤란 간의 외교관계 회복과정이 시작되었다.
2016년 1월, 소수 시아파에 대한 사우디의 처우를 비판한 저명한 사우디 시아파 성직자 님르 알 님르(Nimr al-Nimr)가 처형된 후 시위대가 이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을 습격한 후 양국 관계는 단절되었다.

사우디와 이란 및 중국이 갈등을 풀고 관계를 맺기로 한 결정은 지난 10년 동안 전개된 사우디의 국제 관계에서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냉전 동안 반공 진영의 일부였으며 페르시아만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지역 안보 네트워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던 사우디 외교 정책은 이제 비동맹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가 자립하는 과정에서 나온 선택이다.

◇사우디, 미국 일변도에서 탈출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자원과 안보를 위한 역학관계였다. 1973년 아랍 석유 금수 조치에 사우디가 참여하거나 9‧11 테러에 사우디 시민이 개입하는 등의 사건으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면서 양국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10년대 초 아랍의 봄 시위 이후 미국과 사우디 관계는 리야드와 워싱턴에서 모두 경색되었다. 오바마 행정부가 2011년 이집트 혁명 기간 동안에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을 저버렸다는 걸프 지도자들의 인식은 그들에게 깊은 동요를 남겼다. 그들은 미국이 30년의 오랜 파트너인 무바라크에게도 그랬던 것처럼 그들을 언제든 버릴 수 있다고 두려워하고 불신을 시작했다.

중동지역과 미국 사이의 불신은 이후 2013년에 비밀 양자 회담에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의 P5+1 프레임 워크 일부로, 이란과의 미국 협상에서 걸프만 국가들이 제외되면서 더욱 악화되었다.

그리고 2019년 사우디 석유 기반시설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석유 생산량의 절반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 공격은 이란과 관련이 있었지만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은 공격이 미국이 아니라 사우디에 대한 공격이라고 선언하며 양국의 이익을 구분했다.

트럼프의 발언과 그에 따른 무대책은 중동에서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면서 큰 충격파를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2021년에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미국이 철수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하자 미국의 중동 철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더욱 커졌다.

◇급성장한 대안, 중국


사우디는 지역 및 글로벌 긴장에 대한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장기적인 파트너로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확고한 불확실성을 배경으로 특히 중국에 관심을 두고 국제 관계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걸프 전역의 정치 지도자들은 중국이 21세기에 지배적인 경제 및 에너지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을 대체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10년 이상 6개의 걸프 왕국 석유와 가스의 대부분이 유럽과 북미를 훨씬 초과해 중국쪽으로 흘러갔다.

2022년 12월 시진핑이 사우디를 방문해 그린에너지, 정보기술, 건설, 물류 등 34개 분야에 걸친 투자협정을 체결한 것은 양국 관계 심화의 또 다른 신호였다.

한편, 이란에 대한 사우디의 교섭은 3년 이상 진행되었다. 2019년에 석유 공격 이후 시작되었으며 처음에는 지역 긴장 완화에 중점을 두었다.

사우디와 이란 관리들은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에 이라크에서 5차례의 대화를 열어 그들을 갈라놓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회의는 베이징에서 중국이 중개한 거래의 배경이 되었다.

이란과의 사우디의 화해는 이란의 국제적 고립을 증가시키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시도를 약화시킬 수 있고, 지역 긴장을 완화하려는 사우디의 바람과 일치한다.

이는 특히 사우디 경제를 석유 수익 이상으로 다각화하려는 계획인 ‘비전 2030’이 중간 단계에 도달하고 사우디 왕세자 빈 살만과 관련된 인프라 및 관광 프로젝트를 구현하기 시작하려는 입장에서 시도가 되었다. 2016년에 시작된 비전 2030은 지역 불안과 사우디로의 확산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로 인해 국제적인 구매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제 중동에서 사우디를 둘러싼 갈등들이 하나씩 풀리고 중국이 큰 투자를 보장하면서 사우디는 새로운 도약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균형 조치


사우디가 강대국 경쟁에서 편을 들기를 꺼리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정책적 대응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우디와 UAE는 전략적 경쟁 시대에 편을 들라는 압력에 저항했다. 이런 균형 조치의 한 가지는 산유국 그룹 OPEC+ 틀 내에서 러시아와 협력하고 동시에 석유 생산 및 가격 문제에 대해 미국 관리들과도 교류하는 것이다.

사우디는 석유 생산량을 가격 안정 이유로 더 늘리지 않았고 러시아로부터 싼 석유를 구매해 자국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사우디가 이란과 거래하고 중국을 중개자로 선택한 것은 외교 정책의 더 큰 변화를 의미한다. 빈 살만은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함으로써 사우디 미래를 내다보고 궁극적인 “포스트 아메리칸” 걸프 지역에서 더 넓은 힘의 균형자 역할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미중패권 갈등의 진로에 따라 사우디의 외교 변화는 승패가 갈릴 것이다. 우선 11월말 실시되는 2030엑스포 유치를 둘러싼 경쟁에서 사우디가 과연 행사 개최지로 선택될 수 있느냐가 사우디 외교의 승패 여부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