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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시진핑에 고춧가루 제대로 뿌린 기시다 외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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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시진핑에 고춧가루 제대로 뿌린 기시다 외교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광폭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광폭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외교는 '말로 하는 전쟁'이라고 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최근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우크라이나로 날아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비밀 회동을 했다. 외무장관 출신답게 전 세계를 무대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덕분에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바닥을 벗어나 상승하고 있다.
기시다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묘하게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과 겹쳤다. 일본 경제 신문은 두 개의 외교 행사를 비교하며 기시다와 시진핑의 예상치 못한 라이벌 구도와 중국 새 지도부를 평가했다.

“중국(공산주의 정권)은 기시다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시진핑의 외교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으로 간주한다.”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 기간 동안 공개된 '안보' 중심(공산당 중앙위원회) 인사와 국내 정치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일본에 대한 압력이 더 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중국의 외교와 내정에 정통한 두 전문가의 목소리는 복잡한 국제 정세에 휘말리고 있는 미·일 관계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후자는 기시다 정권에 대한 시 주석 정권의 협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이례적으로 세 번의 중국 국가주석 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3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릴 G7 정상회의에 앞서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중국과 일본 최고위 인사가 동시에 침략국과 피침략국을 방문한 것이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기시다 총리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키예프에서 만난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은 국제적 관심을 끌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휴전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중국에 대해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제안한 러시아 군대의 완전한 철수를 포함한 자국의 제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불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 침공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과 유사했다. 푸틴 대통령과 중재를 시도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과의 온라인 회의에 관해서는 "우리는 의사를 전달받았지만 확인된 것이 없으며, 구체적인 정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부인하지 않았고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동안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국의 제안에 대해 비판적으로 언급했다.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문제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를 중재했다. 미국이 하지 못한 일을 성공시켜 G2 국가의 위상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확히 같은 시간에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기시다 총리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중국이 기시다 총리의 외교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갖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사실 시 주석과 관련해 처음 주목받은 뉴스는 외교와 관련이 없었다. 5년에 한 번 열리는 중공 대회가 끝난 후 시 주석은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했다. 그런 다음 첫 외교무대가 러시아 방문이었다.

시 주석이 모스크바에 도착한 중국 비행기에서 내려 러시아 측의 인사를 받은 후, 레드카펫을 밟은 두 번째 인사는 뜻밖의 인물이었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인 차이치(蔡奇·67)였다.

중국 국영 언론은 차이치의 직함을 중국 공산당 중앙부장으로 소개했다. 중앙부장은 당 정치국 위원 25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세부적인 준비와 시 주석의 업무를 담당하는 비서실장이 갑자기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면 직무의 성격이 완전히 바뀐다. 일본으로 따지면 총리실에서 모든 부처와 기관을 관장하는 관방장관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과 완전히 다른 점은 관방장관의 역할이 막강한 권한을 가진 여당에만 작용한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총리실은 여당인 자유민주당의 본부에 있다. 더욱이 관방장관은 외국의 고위 인사 방문 시 자동 응답기 역할을 하지 않는다.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의 옆을 지킨 인물은 차이치였다. 과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 옆에는 당시 상위 25위 중 한 명이자 안보 책임자였던 왕후닝(67)이 앉았다. 그는 현재 전국 정치협의회 회장이다.

시진핑 주석의 방러 효과가 기시다로 인해 빛이 바랬다. 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주석의 방러 효과가 기시다로 인해 빛이 바랬다.


의문의 사내 차이치는 누구인가?

차이치는 어떤 인물일까? 1980년대부터 푸젠성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시 주석과 네트워크를 구축한 후 나중에 저장성에서 일했다. 그는 시 주석 정부의 '국가안보' 정책의 핵심인 중앙 국가안보위원회에서 고위 관리(장관급)를 지냈고, 이후 당 정치국 위원인 베이징시 정부 최고위원으로 승진했다. 시 주석의 신임을 받고 있는 측근 중 측근이다.

베이징에서 일하는 동안 농민 노동자(이주 노동자)가 귀향하도록 장려한 차이치의 권위주의적 정책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시 주석은 그런 실패에도 불구하고 차이치를 자기와 가장 가까운 곳에 두었다.

시진핑 주석은 칭찬에 인색한 편이다. 그런데도 차이치는 공개적으로 시진핑 주석의 칭찬을 들은 거의 유일한 사람이다. 차이치는 중앙 사무국 비서로서 당 센터를 담당하고 있으며 사상과 이데올로기를 맡고 있다.

차이치라는 존재는 중국 국내 문제뿐만 아니라 외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오랫동안 강조해온 국가안보에 초점을 맞춘 '안보'도 감독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세 번째 임기가 결정된 후 이른바 정책 성명서에서 '안보'라는 단어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엄격하게 억제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해제를 요구하면서 시 주석의 사임을 외친 젊은이들의 '백지 시위'에 대한 강한 경계심으로 해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국가안보, 공안, 사법부를 담당하는 중앙 정치법무위원회 위원장에 모두 자신의 측근을 배치한 것이다. 시 주석이 푸젠성에서 거의 17년 동안 만난 인맥들이다.

푸젠성 출신인 차이치 외에도 정치 및 법률위원회 위원장으로 전 푸젠성 공무원인 천원칭을 들 수 있다. 천은 국가안전보위부 최고위와 중앙 국가안보위원회에서 근무하면서 차이치와 같은 직책을 맡았다.

국무부 부총리급 국무위원이자 경찰을 담당하는 공안부 장관에 오른 왕샤오훙(65)은 푸젠성의 관공서 시절부터 신뢰를 받아왔다. 저장성 파벌의 천이신(63)은 국가안보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또한 푸젠성 샤먼(廈門)시 제31집단군 참모장을 지 허웨이둥(65)은 시 주석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했다.

국무원 대만 사무소장은 푸젠 국제신탁투자공사를 비롯한 경제 분야에도 경험이 있는 쑹타오(67)를 임명했다. 쑹타오는 또한 북한 및 기타 국가와의 공산당 외교를 담당하는 외교연락부의 수장을 지냈으며 한때 외교부 장관 후보로 알려졌다. 어쨌든 모두 푸젠성 시절 시진핑 주석과 관련되어 있다.

새로운 시진핑 주석실의 탄생인가?


중국 정치에서 ‘보안’이라는 단어는 광범위한 주제를 나타내 왔다. 시 주석 자신이 사용한 새로운 개념인 '정치 안보'는 물론 공공질서 유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스파이 탐지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당연히 군사 및 외교 업무에도 관여한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심각한 문제에서 시 주석이 차이치에게 명령을 내리면 서로를 아는 사람들만 '상향식'으로 행동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안전을 너무 강조하는 이러한 시스템에는 다양한 문제가 있다. 명령이 불합리하더라도 아래에서 위로 밀어낼 수 있는 부하 직원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아래부터 알아서 기게 된다.

국가보안법의 운용은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다.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도 그중 하나다. 이는 외국인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며 중국과 관련된 사업가에게 엄청난 위험을 초래한다. 이로 인해 중국 출장을 피하는 경향이 생겼다.

당 지도 아래 모든 권력을 장악한 시 주석은 새로운 '사무 기능'을 만들려고 한다. 그 이면에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담당하는 차이치와 경제 분야를 담당하는 국무원 의장인 리창 총리의 두 가지 주요 시스템이 있다.

가을 중앙위원회 제3기 본회의까지 새로운 당 중심 구조의 형태가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 3선에 접어든 시진핑 정권이 국내와 외교 문제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주목된다.


이수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