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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한테 잘보여야"…美 기업들, AI로 해고 대상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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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한테 잘보여야"…美 기업들, AI로 해고 대상 결정

월스트리트저널, 인적 방식과 AI에 의한 해고 두 가지 집중 조명
월스트리트저널, 인적 방식과 AI에 의한 해고 두 가지 집중 조명

전 세계적 경기침체 우려로 대규모 감원 공포가 몰아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감원 규모가 가장 크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전 세계적 경기침체 우려로 대규모 감원 공포가 몰아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감원 규모가 가장 크다. 사진=로이터
전 세계적 경기침체 우려로 대규모 감원 공포가 몰아치고 있다. 한 회사가 인원 감축을 결정했다고 치자. 곧이어 이런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누구를 잘라야 하나?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대기업에 칼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를 집중 취재했다. 경영진은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해고 대상으로 결정할까. 경영진들 역시 이 문제를 쉽게 결정내리지 못한다. 때로는 최종 결정을 위해 몇 주 동안 머리를 싸맨다. 어떤 기업은 AI에게 그 해답을 떠넘기기도 한다.
한편 근로자들은 불안하다. 그들은 이미 회사의 싸늘한 분위기를 눈치 채고 있다. 지금 마주보고 있는 동료 가운데 누군가는 다음 주, 어쩌면 내일 짐을 싸야할 것이다. 누가 소모품이고 누가 자리를 유지할 것인가.

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정리해고는 대개 부서장이 앞장서고 인사 담당자들이 명단 작성을 하는 경우가 많아 치열한 논쟁과 여러 번의 재작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철강 및 재료 제조업체 카펜터 테크놀로지에서 경력의 대부분을 보낸 인적 자원 임원 그레고리 드랩은 "해고를 위한 좋은 방법은 없다. 궁극적으로는 누군가 결국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최근 몇 주 동안 미국 대기업에 해고의 칼바람이 불어 닥쳤다. 세일즈포스, CRM, 해스브로 등등 많은 기업들이 감원을 발표했다. 아마존이나 구글,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차례 해고를 실시한 레드 다운 포인팅 트라이앵글은 9000개의 일자리를 더 없애겠다고 벼른다.

미국 기업들은 한국과 달리 먼저 하급 직원부터 해고한다. 호봉 개념이 없는 미국 기업들은 숙련도가 뒤떨어진 하급 직원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미국의 인사부 임원들에 따르면 기업들은 능력에 기초하여 해고를 실시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직원의 최근 성과는 해고 결정에 큰 영향을 준다. 비록 고문들이 그 직원들이 회사의 최고 성과자들 중 하나일 수도 있지만, 높은 급여를 받는 직원들은 더 큰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많은 기업에서 최고 경영자(CEO)와 최고 재무 책임자(CFO)를 포함한 최고 경영자들은 해고 기준을 높은 임금 수준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업이 인력의 특정 비율을 감축하거나 특정 비용 절감에 도달하도록 요구하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AI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


어떤 기업들은 해고를 특정 분야로 제한한다. 보잉은 주로 금융 및 인적 자원 분야에서 2000개의 일자리를 줄이는 대신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오히려 고용을 늘릴 계획이다. 아마존은 최근 인원 삭감의 대부분을 클라우드 컴퓨팅, 광고 및 트위치 스트리밍 사업에 집중시켰다.

사람이 아닌 AI에 의해 해고를 결정하는 일도 벌어진다. 구글은 최근 1만2000명을 감원하면서 알고리즘으로 해고 대상자를 골라냈다. 이는 아직 의혹 단계에 불과하지만. 구글의 직원들은 단시간에 대규모 해고 인원을 결정하는 과정이 어떤 법도 어기지 않도록 설계된 영혼 없는 알고리즘에 의해 진행됐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의혹을 전하며 “처음엔 고용 과정을 돕던 인공지능(AI)이 이제는 누구를 해고할지 고르기 시작했다”고 비꼬았다.

AI 알고리즘이 해고에 관여한다는 의혹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9년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아마존이 생산성을 측정하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물류 센터 직원을 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시 사람에 의한 해고 과정을 살펴보자. 대기업 임원들에 따르면 누가 제거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힘든 임무는 종종 부서장들에게 넘겨진다.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회사인 옥타사는 지난 2월 대유행 기간 동안 직원을 과잉 채용했다고 밝힌 후 전체의 5%인 300명을 감원했다.

이 회사 토드 맥키넌 CEO는 회사 전체의 많은 부서에 충족해야 할 구체적인 재정적 비용 절감 목표가 주어졌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 및 제품 개발 팀은 수년 내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프로젝트와 목표를 작업하는 사람들을 유지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었다”고 밝혔다. 옥타는 북미의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춘 일부 영업 사원들을 해고했다.

기업 임원들은 다음과 같이 묻는다. "당신의 사업은 무엇을 추구하고 있나?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 맥키넌은 해고 조치가 옥타의 연간 계획 과정과 일치하며, 어떤 계획이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고 어떤 계획이 폐기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고된 사람들에겐 어려운 일이 닥쳤지만 회사로서도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캐시 위커트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아바랄라의 이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해고할 개별 직원을 선택하는 것이 인사 담당 직원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업의 각 영역의 비즈니스 리더가 대상 직원의 이름을 제안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그녀는 부서장들이 정해진 기준에 따라 해고할 사람들의 제안된 명단을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여기에는 최근 성과 검토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사람이나 지난 6개월 동안 회사에 입사한 사람이 포함될 수 있다.

해고 X파일


관리자들은 해고 문서에 "Project xx"와 같은 코드 이름을 부여하면서 해고할 직원들의 목록을 작성한다. 파일의 목적은 다른 직원이 우연히 발견한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많은 회사들은 직원들의 성과 이력을 검토하는 것 외에도 미래에 적응하고 새로운 일을 맡을 수 있는 직원들의 잠재력을 고려한다. 인사 서비스 및 아웃소싱 회사인 인버시티의 CEO인 폴 사바디는 "누구를 유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일대일 성과 평가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일단 개별 직원이 확인되면 인사 담당자들은 명단을 삭제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예를 들어 기업이 40세 이상의 사람들을 불균형적으로 해고하거나 소수민족, 퇴역 군인 또는 다른 그룹을 부당하게 대상으로 삼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그러한 차별은 고용주에게 소송을 당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또한 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외부의 도움에 의존하기도 하며, 도구를 구입하거나 해고 목록을 자세히 검토하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하기도 한다.

온 워드의 CEO인 사라 로드호스트는 해고 후보자 명단에서 회사가 이전에 관리자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던 직원을 실수로 해고하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보복으로 간주될 수 있는 조치다. 그녀는 "이런 것들을 바로잡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트너의 인사 담당 부사장인 조지 펜의 말을 들어보자. 그에 따르면 회사가 직원을 판별하고 해고를 위한 포괄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데 한 달에서 8주가 걸리지만, 일부 회사는 짧게는 일주일 안에 정리해고 명단 초안을 작성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토론은 필수 불가결하다. 일부 관리자들은 특정 직원들이 남아있도록 조정을 시도할 수 있으며, 중간 관리 층을 잘라낼 것인지, 일선 직원들을 상대로 더 많은 임원을 해고할 것인지를 놓고 임원들 간의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

보험사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의 전 글로벌 인재 이사이면서 현재 뉴욕 대학교 전문대학원에서 인적 자본 관리 문제를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는 타비스는 기업들이 전체 사업부를 폐쇄하기로 결정할 때에도 임원들은 일부 높은 성과를 내는 직원들을 유지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으로 인해 기업들은 아예 AI에게 이 일을 맡긴다. 아마존은 “최종적으론 관리자가 해고에 동의해야 하고, 해고 결정도 사람이 전달한다”면서 해고 자동화 프로그램의 존재를 인정했다.

IT 기업들의 동향


액센추어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에서도 지난해 직원 해고에 알고리즘을 사용했다. 당시 액센추어를 통해 페이스북과 계약한 직원 60명의 일자리가 없어졌는데, 한 직원이 이 조치에 대한 기준을 묻자 담당자가 ‘알고리즘이 무작위 선택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액센추어와 메타 측은 이런 주장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다. 글로벌 전자 결제 대행사 엑솔라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2021년 러시아 지사 직원을 줄이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업무 소프트웨어 이용 기록, 메일, 채팅 기록 같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해고 대상자를 골라냈다는 의혹이다.

AI가 직원을 해고한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한 기업은 아직 없다. 하지만 AI가 만든 자료를 인원 감축에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기업은 많다. 올 초 소프트웨어 평가 업체인 캡테라가 미국 기업 인사담당자 3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98%가 ‘올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을 활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윤리적인 문제를 배제하면 AI 알고리즘이 감원 명단을 작성하는 게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미 채용 과정이나 업무 평가, 승진자 결정 등에 AI가 폭넓게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AI가 지원자 경력이나 비자 종류 같은 질문을 던져 기본 사항을 검증하고, 면접 답변을 바탕으로 지원자가 회사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도 평가한다.

IBM은 지난 2019년 “직원이 6개월 안에 퇴직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주는 시스템을 개발해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인재가 회사를 떠나기 전 더 적합한 업무나 상담을 제공하는 식으로 미리 대응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시스템은 그동안 배송 업무 같은 저임금 직종에서 생산성을 측정하는 데 주로 사용됐지만 이제는 화이트칼라 직종으로도 확산하고 있다”며 직원 모니터링 결과는 임금 삭감이나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수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