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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실버게이트서 크레디트스위스까지...금융시스템 불안 전 세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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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실버게이트서 크레디트스위스까지...금융시스템 불안 전 세계 확산

은행발 위기로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은행발 위기로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진=로이터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버게이트·실리콘밸리은행(SVB)을 시작으로 미국 중소형은행들이 연달아 파산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이어진 스캔들과 투자 실패로 휘청이던 스위스 2위 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에 인수됐다. 최근 은행발 위기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과 위험에 직면해있다.

경영위기에 빠진 은행


26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가장 먼저 경영 문제가 불거진 곳은 기술 기업과 거래가 많던 실버게이트다. 가상화폐(암호화폐)관련 기업과 주로 거래하던 실버게이트 캐피털은 지난 8일 은행 사업을 자진 청산한다고 발표했다.

실버게이트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체 FTX트레이딩의 경영 파산 이후 예금이 급감했다. 당시만 해도 실버게이트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실버게이트가 파산한 지 이틀만에 기술 관련 스타트업의 자금줄이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갑작스럽게 무너졌다. SVB사태는 2008년 9월 금융위기로 파산한 미국 저축은행 워싱턴 뮤추얼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로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지난 12일에는 미국 29위 은행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했다. 시그니처은행 역시 가상화폐 관련 기업과 주로 거래해왔다.

파산 여파는 유럽으로 확산됐다. 잦은 스캔들과 비리로 경영 위기를 겪던 크레디트스위스는 주가가 폭락하면서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500억스위스프랑(약 54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긴급 수혈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결국 최대 경쟁사던 UBS에 매각됐다.

파산한 은행들의 공통점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 발단이 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주택 담보 대출이다.

이번에는 특정 상품이 발단이 된 것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급격한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은행이 보유한 채권 가격이 하락했다. 그렇지만 채권 손실만으로는 파산의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파산한 은행 사이의 공통점이 신용등급이 낮고 급격한 예금 유출을 겪었다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예금이 급격하게 유출돼 유동성 위기를 겪은 은행들이 파산했다. 가장 취약했던 크레디트스위스 역시 연이은 스캔들로 수익성이 떨어졌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은행의 예금 유출을 막기 위해 23일 미 연방 하원 의회 증원에서 예금 보호에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영향은 어디까지 미칠까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중견은행 퍼시픽웨스턴은행은 22일 미국 투자회사 아틀라스SP파트너스로부터 자산담보대출로 14억 달러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SVB 파산 이후 예금 인출이 가속화되면서 지난해 말 부터 전체 예금의 20%가 감소했다.

기술 기업과 거래가 많은 미국 중견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도 경영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역시 SVB 파산 이후 예금이 빠져나갔고, JP모건체이스 등 미국 대형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했지만 추가 구제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인수되면서 스위스 금융당국과 UBS가 160억 스위스프랑 규모의 신종자본증권(AT1채권)을 전부 상각하면서 24일 독일 도이체방크, 스위스 UBS,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영국 바클레이즈 등 유럽 은행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코코본드라고도 불린다. 은행 자본 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투자자들의 동의 없이 상각하거나 보통주로 전환된다. 금융기관이 파산했을 때 변제 순위가 일반 채권에 비해 낮아 리스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AT1 채권 발행규모는 약 685억 유로(약 96조274억 원)로 이 중 유럽에서 발행된 것은 196억 유로(약 27조4746억 원)에 달한다. 차환시 조달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크레디트스위스 이후 유럽 은행의 안전성 우려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