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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시진핑의 러시아 '평화여행'…우크라 전쟁 종식 더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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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시진핑의 러시아 '평화여행'…우크라 전쟁 종식 더 멀어졌다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주석(왼쪽)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브로맨스를 과시했지만 평화 중재와는 거리가 먼 그들만의 행사였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주석(왼쪽)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브로맨스를 과시했지만 평화 중재와는 거리가 먼 그들만의 행사였다. 사진=로이터
2022년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글로벌 질서의 변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대의 사건이었다. 단순한 전쟁이 아니었다. 미국과 서방이 수립하고 유지해온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 전쟁은 해를 넘기고 다시 연장되고 있다. 거대한 세력의 충돌은 가치관의 충돌이자 세계관의 충돌인 관계로 이익의 셈법으로 중단될 사안이 아니다.
러시아와 함께 미국과 서방이 수립한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거대한 한 축인 중국이 코로나 봉쇄라는 문을 열고 다시 세계질서 변동의 중심부로 등장한 것이 시진핑의 러시아 방문이다.

시진핑은 코로나 봉쇄기간 동안 중국을 공산당 우위구조로 완전히 장악한 가운데 그동안의 다저진 결속을 내보이기 위해 러시아의 푸틴을 만났다.

이 전쟁은 이제 쉽게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가담으로 전쟁은 더 오래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러시아의 도발과 중국의 셈법

2014년 러시아의 첫 우크라이나 침공과 크림반도 합병 이후 중국과 러시아 경제 관계는 강화됐다. 당시 중국은 미국의 눈치를 보았다. 러시아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제재를 도왔다.

하지만, 지난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후 서방이 러시아에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한 후 중국은 달랐다. 컴퓨터 칩, 스마트폰, 군사 장비, 원자재를 포함하여 러시아가 이전에 서방 동맹국으로부터 구매한 많은 제품을 공급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두 권위주의 국가의 동맹이 강화된 것이다.
이는 미국이나 서방이 그동안 러시아와 중국을 분리해서 관리해 온 전략에 큰 구멍이 생긴 것을 의미하며, 이제 하나도 상대하기 어려운 세계관이 다른 두 연합 세력을 상대해야 함을 의미한다.

지난해 미국과 서방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중국 무역 총량은 급격히 증했다. 이는 먼 훗날 되돌아보았을 때 그동안의 세계질서에 대한 큰 도발이고 지겨운 싸움을 여는 서막이 될 수도 있다.

푸틴은 서방 제재로 타격을 입은 러시아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중국 도움이 필요하다. 러시아는 중국의 도움만 있으면 제재를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러시아 지도자에게 중국은 점점 더 투자와 무역의 생명선이 되었다. 지난해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원유 및 천연가스 구매를 제한한 후 중국은 더 많은 러시아 에너지를 구매하여 수출 감소를 상쇄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러시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중국에 군사 장비와 경제 지원을 요청했다. 최근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될 수 있는 무기를 러시아에 공급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중국은 이를 부인한다.

중국 외교 정책은 주권과 영토 보전의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지는 않았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항상 중립 당사자로 자신을 묘사했지만 러시아 선전을 지지하고 미국과 NATO가 분쟁을 유발했다고 비난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서방이 수립한 국제질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고 새로운 질서 수립을 주도하겠다는 선언의 다른 모습이었다.

다만 중국은 러시아를 전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혼란과 불안정은 중국의 경제 성장을 위협하고 나머지 세계와의 경제 관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에게 러시아는 이제 순망치한의 관계로 전환되었다. 미국과 서방의 견제와 압박에 맞서기 위해 동맹국으로서 푸틴이 필요한 것이다.

시진핑은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는 미국의 노력에 대해 중국을 포위된 국가라고 묘사하면서 “중국 산업이 서구 기술에 덜 의존할 것이며, 중국 발전이 서구의 정치적 가치를 채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군대를 현대화하려고 러시아로부터 더 발전된 무기를 구입하고 있으며 양국은 합동 군사 훈련의 수도 늘리고 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시진핑의 모스크바 방문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좀 더 빨리 종식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중국 정부는 시진핑의 3일간의 러시아 국빈 방문을 ‘평화 여행’이라고 미화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침략자 푸틴을 지지하는 것이다.

심지어 중국조차 시진핑 방문이 정쟁을 종식하는 돌파구를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거의 기대하지 않는다.

일부 보고서는 이 전쟁이 올해에 끝나지 않고 더 오래갈 수도 있다는 참담한 전망까지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12개 항목의 광범위한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은 이를 시진핑의 글로벌안보 구상(Global Security Initiative)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실상은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을 형성하는 데 있어 미국의 지배력에 도전하는 것이 핵심 메시지이다. 12개 항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제공하지 않으며 서방 지도자들은 일반적으로 중국의 주장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시진핑은 푸틴을 오랜 친구로 찬양하고 더 오래 권좌를 유지할 것을 축하한 것을 보면 중국과 러시아 간의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를 할 것으로 볼 수 없다.

시진핑은 러시아와의 교역 확대로 얻어지는 수익이 다른 세계와의 거래가 줄면서 발생하는 손해보다 더 크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가치동맹 외 경제동맹에서도 러시아를 지지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시진핑은 “복잡한 문제에 간단한 해결책은 없다”고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의 어려움을 피력했다. 그는 언어의 유희로 전쟁을 합리화하고 있다.

시진핑은 러시아와의 관계 및 푸틴과의 개인적인 관계에 대해 훨씬 더 열정적이다. 전쟁의 종식은 그에게 후순위 관심사다.

시진핑은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수백만 명이 이주하고 수십만 명이 사망하고 국제형사재판소에서 푸틴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했음에도 불구하고 푸틴과 러시아 군대를 지지하는 신호를 세계에 보냈다.

시진핑과 푸틴은 아직 상대를 군사 동맹국이라고 부르지는 않았지만 양국이 공통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에 대항하는 것이라는 데 공감을 보였다.

푸틴은 워싱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과 NATO의 확장을 비난하는 동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 지역도 바라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목표가 중국의 대만 통일 반대라는 속내를 보인 것이다.

푸틴은 “러시아-중국 관계가 사실 오늘날 지역 및 세계 안정의 초석”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수립한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자신들이 주도할 것이라는 선언이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신들의 생각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침략자 러시아는 전쟁의 ‘정치적-외교적 해결’이 열려 있지만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과거 질서에만 집착할 뿐 새로운 질서 수립을 위한 협상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협상의 진척이 어렵다는 태도를 여전히 보이고 있다.

시진핑은 푸틴의 이런 태도에 대해 지지 내지는 동조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