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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시진핑이 구상하는 세계질서와 바이든의 재세계화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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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시진핑이 구상하는 세계질서와 바이든의 재세계화 '빅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해 사열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해 사열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제무대에서 본격적인 활약을 시작했다. 미국의 견제와 압박에 맞서 코로나 봉쇄정책이 해제되고 3연임이 결정되자 주요 현안에 모습을 보이며 글로벌 해결사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미 시진핑과 그의 가신들은 미국이 전략적 필요에 따라 힘을 뺀 중동에서 거중(居中)조정자 역할을 시도해 성과를 냈다. 이란과 사우디는 관계 정상화를 결정했다. 미국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여세를 몰아 시진핑이 직접 나섰다. 이번에는 서방과 권위주의 세력을 대표하는 러시아가 직접 무력으로 충돌하는 유럽 전선이다.

외교가에서는 시진핑 외교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시진핑이 러시아 입장만 대변하기 때문이다. 그가 권위주의 동맹을 대표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교섭력에 힘이 없다.

하지만 워싱턴에서는 베이징의 이런 시도가 세계 무대에서 권위주의 동맹을 뭉치게 하고 남미나 아프리카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미국은 중국이 제안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이 우크라이나가 1년 넘게 성공적으로 격퇴한 군대를 재편성할 시간만 러시아에 제공할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중국의 외교적 공세에 회의적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세계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의 지원을 받는 러시아의 전술적 움직임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미국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중국 외교가 전쟁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담론을 바꾸려는 시도라고 지적한다.
윌슨센터의 중국 키신저 연구소의 로버트 댈리 소장은 시진핑이 “평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보이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시진핑이 러시아를 방문해 보여주는 메시지는 자유 진영 사이에 시진핑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하고 중국의 대만 공격에 대한 서방 측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본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을 세계적인 위협으로 보도록 서방 동맹국을 설득하는 데 점점 더 성공을 거두었다. 이런 인식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공급을 고려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 이후 유럽에서 더욱 커졌다.

하지만 시진핑은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평화나 휴전을 위해 나서기보다는 평화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다소 모순적으로 주권과 타인의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제재하자는 유엔 안건에서 기권이나 반대 투표를 던진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에 중국을 우호적으로 보도록 하는 이유를 더할 수 있다.

미국은 수년 동안 중국이 자신의 염원에 상응하는 더 많은 글로벌 책임을 떠맡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중국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움직였다.

중국은 지금 권위주의 동맹의 강화와 함께 국제사회의 반미 내지 친중 국가들에 미국이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유무역과 민주주의를 위반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 시진핑이 주로 한 말이다.

중국은 이제 미국의 대중국 고립정책에 반해 국제사회에 우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유럽은 아직 포기 대상이 아니고 미국을 능가하기 위해 여전히 필요한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유럽과는 아직 거래해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동안 중국에 형성된 나쁜 외교 이미지인 ‘늑대 전사’ 외교를 어느 정도 탈피하려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은 힘이 커지면서 다른 나라를 날카롭고 강압적인 스타일로 다루어 비판을 받아왔다.

중국의 강압적인 ‘늑대 전사’ 외교는 미국이 중국을 비난하는 데 설득력 있는 호소의 주요 동력이기도 했다. 이를 사안에 따라 수정하려는 것이다. 미국 견제와 압박에서 자율권을 더욱더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이 뒤에는 왕후닝이 있다. 왕후닝은 중국의 대국굴기 담론을 주도한 책략가이다. 덩샤오핑의 ‘도광양회’를 넘어서고 ‘일국양제’를 극복하는 새 담론을 개발해 시진핑에게 제시하는 인물이다.

시진핑은 자신의 세 번째 5년 임기 동안 대만을 통일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자유진영의 결속을 느슨하게 해야 한다.

시진핑은 러시아를 방문한 직후에 세계 지도자들을 만나 중국의 세계관을 명확히 전파하고 이해를 구하려고 할 것이다. 글로벌 질서를 더 이상 갈등으로 가져가지 않으려면 미국의 대중 봉쇄정책을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강조하려고 할 것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중국 방문 예정, 앨버니지 호주 총리의 방문 가능성,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전화 통화, 중국-EU 정상회의 계획, 인도에서 열리는 G20 행사 등을 통해 시진핑이 구상하는 세계 질서를 수용하도록 설득하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은 4월 대선 재출마를 통해 그동안 미국과 서방이 이룩한 시장 질서와 민주주의 사수를 강조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 민주주의 정상회의와 러시아에 대한 공동 전선, 글로벌 질서를 재편하려는 중국 사회주의 건설에 대한 저지 등을 주제로 담론 시장을 주도하려고 할 것이다.

지금 세계는 미국이 주도하는 민주주의 재세계화와 중국이 건설하려는 사회주의 재세계화 사이에서 힘의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