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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日 대표기업 도시바가 상장폐지하는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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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日 대표기업 도시바가 상장폐지하는 속사정

주주간 이해충돌 해소·의사결정 속도 빨라져 성장전략 매진 기회

일련의 스캔들로 경영난에 빠진 도시바는 비상장화를 선택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련의 스캔들로 경영난에 빠진 도시바는 비상장화를 선택했다. 사진=로이터
한때 일본을 대표하던 대기업 도시바가 상장폐지를 선택했다.

24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시바가 투자펀드인 일본산업파트너스(JIP) 등 연합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1875년에 설립된 도시바는 한때 가전제품의 대명사로 불렸다. 도시바는 1980년에는 전원이 꺼져도 디바이스에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낸드 플래시를 처음 개발했으며 1985년에는 세계 최초로 노트북 '다이나북(Dynabook)'을 출시했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잦은 스캔들에 휘말리고 빈번한 경영진 교체로 인해 기술적 우위 상당 부분을 잃었다.

도시바는 일본기업 17개와 일본 금융기관 6개가 인수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JIP는 7월 말 공개매수(TOB)를 실시해 도시바의 주식을 비상장화하기로 했다.

주식이 상장폐지되면 달라지는 점


지난 2015년 도시바는 회계부정 논란에 휩싸였다. 도시바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순이익을 실제보다 부풀려 약 2248억 엔(약 2조2248억 원)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에는 원자력부문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가 수천 억엔의 손실을 입으며 경영 위기에 처했다.

원전사업 실패로 채무초과(자본잠식) 상태에 이른 도시바는 2년 연속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2017년 6000억 엔(약 5조9478억 원) 규모의 증자를 했다. 해외 행동주의 투자펀드들이 참여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행동주의펀드가 기업 경영에 관여하면서 경영 혼란을 겪었다.

여기에 도시바가 이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담합했다는 스캔들이 불거져 도시바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도시바의 최대 주주는 싱가포르 투자펀드 에피시모 캐피털 매니지먼트로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싱가포르 자산운용사 3D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는 2대주주로 지분 7.2%, 파라론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5.3%를 보유하는 등 행동주의펀드들이 도시바 지분 전체의 약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비상장화가 실현되면 다방면에 걸쳐 있던 주주를 감소시켜 주주간 이해충돌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져 성장 전략에 매진할 수 있다고 보고있다.

행동주의펀드로 경영 전략이 흔들리는 도시바로서는 상장사가 가진 신용력이나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보다 비상장화의 장점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의 비상장화 방법


JIP는 7월 말 공개매수를 실시할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발행주식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나머지 주주들로부터 강제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수회사인 JIP가 도시바의 유일한 주주가 되는 것이다.

공개매수 가격은 1주당 4620엔(약 4만5800원)으로 23일 종가 기준 도시바 주가 4213엔(약 4만1700원)의 10%를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해외 기관 투자자들은 "솔직히 미묘한 가격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주가가 높을 때 매수한 주주들도 이번 공개매수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행동주의 투자자 중 파라론과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경영진이 도시바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에서 제안 수용을 결의해 대부분의 행동주의자들은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비상장화 후 도시바의 미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시바가 JIP 산하에서 구조 개혁과 성장전략을 추진해 기업 가치를 높여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인수 자금은 2조 엔(약 19조8184억 원)으로 오릭스, 로옴, 주부전력 등 일본 기업의 자금 출자와 일본 은행의 대출로 충당한다.

도시바는 출자기업과의 협력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펀드에 의한 인수에서 인수 자금으로 조달한 부채는 결과적으로 인수한 회사의 부채가 된다. JIP는 금융기관에서 1조 엔(약 9조9092억 원) 규모의 차입을 하고 있어 인수 후 도시바의 부채는 늘어날 예정이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