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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유럽 은행, 금융 불안 위기 속 대출 축소...경기 둔화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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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유럽 은행, 금융 불안 위기 속 대출 축소...경기 둔화 우려 커져

크레디트스위스의 인수 과정에서 AT1채권의 가치가 증발하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금융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크레디트스위스의 인수 과정에서 AT1채권의 가치가 증발하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금융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유럽이 금융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서두르는 가운데 일부 은행이 자금 부족으로 대출을 축소하면서 경기가 급격하게 둔화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일본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스위스 최대 금융기업 UBS가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인수과정에서 크레디트스위스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AT1채권)의 가치가 증발하면서 유럽 은행주에도 매도 압력이 가해졌다.
예금과 자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일부 은행들이 대출을 축소하면서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주가 지수는 20일 급등했다. 금융시스템 불안을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발빠른 대응에 시장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주요 6개국 중앙은행이 미국 달러화 유동성 공급 강화에 합의했으며 스위스 당국은 크레디트스위스의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90억 스위스프랑에 달하는 정부 보증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크레디트스위스 인수 후 UBS의 주가는 한때 16% 급락했다가 1% 상승으로 마감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UBS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을 반영한 5년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한때 2.6%까지 상승했다.

앤드루 커닝엄 캐피탈 이코노믹스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UBS가 평가가 어려워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자산도 인수했다"며 UBS의 재정상태도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발행한 AT1채권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된 것도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AT1채권은 은행의 재무가 악화됐을 때 투자자의 동의 없이 상각하거나 보통주로 전환해 은행의 자본을 늘릴 수 있다. AT1채권은 위기시 투자자들이 손실을 부담하기 때문에 많은 은행들이 발행해왔다.

하지만 AT1채권 보유자에게 큰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드러나면서 은행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체이스의 유럽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최근 AT1 채권 발행으로 8~10%의 금리부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또한 "앞으로는 위험에 상응하는 가산금리가 요구돼 금리 부담이 두 자릿수로 올라갈것"이라고 경고했다.

AT1 채권은 유럽 은행을 중심으로 발행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 통계에 따르면 AT1에 해당하는 은행 자본 규모가 가장 큰 나라는 프랑스로 약 290억 유로(약 40조6565억 원)에 달한다. 이어 스페인이 약 220억 유로(약 30조8429억 원), 독일이 약 170억 유로(약 23조8331억 원)로 그 뒤를 이었다.

자산 대비 AT1 채권을 많이 발행한 은행으로는 스위스 대형 은행 UBS와 크레디트스위스 외에도 영국의 바클레이즈와 스탠다드차타드,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 등이 있다. 영국과 프랑스 은행의 주가는 AT1채권 발행과 관련된 위험으로 인해 20일 최대 3% 까지 하락했다.

미국에서는 아직도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이 몰고온 은행 위기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의 주가는 20일 47% 급락했다. 19일에 S&P글로벌이 FRC의 신용 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하고, 이어 20일 외신에서 JP모건이 FRC의 자본 확충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했다.

미국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도 약 7% 하락하면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유럽 대형 은행들은 AT1 채권 발행이 어려워지면 바젤Ⅲ에서 요구하는 자본 비율을 맞추기 위해 증자를 하거나 위험 자산을 줄여야 한다.

금융 불안의 상황에서 증자 허들이 높아 조달 비용 상승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앞으로 대출을 축소하거나 대출 채권을 펀드 등에 매각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미국 은행들도 대출 여력이 줄어들었다.

독일 최대 상업은행 도이체방크는 "이번 충격은 경제 성장을 크게 둔화시키는 금융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0.5% 인상했다.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한 가운데 금리 인상은 자금 유출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고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21일부터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