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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시진핑의 책사' 왕후닝, 일국양제 대체할 통일전략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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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시진핑의 책사' 왕후닝, 일국양제 대체할 통일전략 짠다

대만 타이중에서 군인들이 대침공 훈련 중 손상된 차량 수리를 시뮬레이션하고 중국의 침공과 공습 시 무기 시스템 보호를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대만 타이중에서 군인들이 대침공 훈련 중 손상된 차량 수리를 시뮬레이션하고 중국의 침공과 공습 시 무기 시스템 보호를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시진핑은 2013년 중국 공산당 18차 당 대회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래 19차에서도 자리를 유지하고 지난해 3번째로 5년 임기를 보장받았다.

중국 GDP는 시진핑 2기 동안 대략 7조 달러에서 18조 달러로 거의 11조나 늘었다. 시진핑 총서기의 시대가 탄탄한 배경에는 국부의 증가가 있었다. 공산당 지배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데도 경제력은 힘이 되었다.
지난해 시진핑은 향후 5년 임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 가운데 하나로 중국통일을 말했다. ‘하나의 중국 실현’, 곧 대만과의 통합이었다.

이 과업은 시진핑이 직접 관장하는 사업이지만 시진핑이 실무적으로 관장을 맡긴 인물이 있다. 중국 소식통들은 그를 왕후닝으로 지목한다.

정치국 상무위원에는 정년이 68세 미만인 67세 위원이 3명 있었다. 3명이 모두 남을 수 있었지만 한 명만 남았다. 물러난 사람은 2위 리커창 총리와 4위 왕양이었다. 5위 왕후닝만이 잔류했다.

시진핑이 그를 믿고 의지한다는 것으로 4선을 목표로 하는 시진핑의 정치적 전략을 수행하는 인물이다. 왕후닝의 임무는 대만 통일의 토대 마련이다.

◇‘일국양제’ 대체할 새로운 통일전략 나오나?


2019년에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홍콩을 뒤흔들자 시진핑은 신속하게 특별행정구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 자유로운 홍콩의 종말이었다.

1997년 영국이 통치하던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서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일국양제’가 탄생했다.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에 시작된 원칙은 미래의 대만과의 평화통일에서도 중요 지침이었다. 대만도 이를 환영했다.

그러나 홍콩 강경 진압 이후 대만 여론은 급변했다. 이제 ‘일국양제’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시진핑은 이제 새로운 통일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이 대만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밝히는 가운데 부담은 크다.

시진핑은 덩샤오핑 시대의 유산을 청산하고 자신만의 대만 통일전략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이는 4기 임기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아주 중요하고 공산당 운명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 중대한 임무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에 세상 이목이 집중되어 왔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18일 중국 최고 정치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CPPCC)의 새로운 구성원을 발표했다. 왕후닝이 왕양의 뒤를 이어 회장 역할을 맡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기구의 역할 중 하나는 대만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포함하여 중국의 ‘통일 전선 작업’을 위한 전략을 짜는 것이다.

이제 왕후닝은 중국의 대만 정책에 대한 당의 최고 의사 결정 기관인 대만 사무를 위한 중앙 영도그룹의 책임자가 될 것이다. 물론 최고 책임자는 시진핑이다.

중국-대만 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왕후닝이 시진핑 시대에 맞는 이론적 통일전략을 작성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으로 본다.

중국 사정에 밝은 소식통들은 중국이 대만을 통일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위협이 임박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 공산당이 먼저 새로운 이론체계를 정립하고 이를 공표해 지지를 획득한 뒤 행동으로 이를 옮겨 명분과 실리를 함께 확보하려들 것으로 본다.

첫 번째 단계는 ‘일국양제’를 대체할 새로운 이론 개발이다. 그러면 중국은 물론 대만에서 반응이 나올 것이다. 새 이론은 이를 통해 내용을 가다듬고 군사작전이 필요한지 판단할 것이다.

왕후닝은 생존력이 강하다. 그는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등 세 지도자의 두뇌 역할을 했다. 안보 문제에서 시진핑은 와후닝의 노련한 조언을 존중해 왔다.

실제로 시진핑은 트럼프와 회담을 할 때 왕이 항상 옆에 앉아 조언을 했다. 아무도 트럼프가 무슨 말을 할지 몰랐고 시진핑은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조력자가 필요했다.

왕후닝은 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문서를 작성한 경험과 복단대학교 국제정치 교수로서의 이론 연구에서 실력을 쌓았다. 실무를 겸비한 이론가였다.

왕후닝은 정치국으로 승진한 69세의 전 외교부장 왕이의 지원을 받게 된다.

왕이는 68세가 넘으면 고위직에 오르지 않는다는 당의 전통적 규정과 무관하게 중앙외교위 당 판공실 주임이 되어 중국의 최고위 외교관이 되었다.

중국 시진핑의 책사로 불리는 왕이닝.
중국 시진핑의 책사로 불리는 왕이닝.

왕이는 시진핑에게 계통상 외교안보 문제를 보고할 것이며, 당연히 대만과 통일 및 미국과 관련된 정책에 대해서도 보고할 것이다.

이때 왕이는 시진핑 직보와 함께 이제 왕후닝과 사전 협의하게 될 것이다. 왕후닝의 생각과 다른 내용이나 전략이 보고되기 어려운 체계이다. 실제로 정치국 상무위원인 왕후닝은 왕이보다 훨씬 높은 지위에 있다.

시진핑은 향후 5년 동안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대만과 관련하여 성과를 달성하기를 원한다. 이는 2027년에 당 대표로서 4번째 임기를 추구하는 데 결정적 이슈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4년 선거에서 독립을 추구하는 민진당이 정권에서 축출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극도로 긴장된 상태이고 미국을 비롯해 서방의 국가들도 중국의 병합에는 반대 의사를 보여 새로운 대만 통일전략 수립에 고민이 많다.

새 전략이 단순히 대만에 대한 위협으로 여겨진다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중국은 국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지만 자칫 여론이 민진당 후보 지지로 돌아설 수도 있다.

따라서, 중국은 당분간 관망하면서 대만의 국내 여론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입장이 될 것이다. 면밀한 상황 진단과 유리한 상황 조성을 위한 전략 수립 및 행동으로 이행은 시간이 좀 더 지나야 가능할 것이다.

우선 내년 선거에서 친중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각종 여건을 조성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작업이 전개될 것이다. 새로운 총통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순차적으로 통일전략이 구사될 수 있을 것이다. 주도면밀한 수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갈림길 앞에 놓인 대만


대만은 2024년 1월 차이잉원 총통의 후계자를 선출한다. 차이 총통은 4년 임기를 두 번 마치고 내년 5월에 은퇴한다. 3선에 출마할 수 없다.

여당인 민진당과 야당인 국민당은 이미 캠페인 준비에 들어갔다.

차이 총재는 최근 지방선거에서 대패해 민진당 대표직을 사임했다. 63세의 부통령 라이 칭테가 새 수장이 되었다. 대선 레이스의 선두 주자가 되었다.

지역구조에 영향을 받는 지방선거와 달리 대만 유권자들은 대중국 정책에 따라 대통령을 뽑는다. 대선은 지방선거와 달라질 수 있다. 이미 민진당과 국민당은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민진당은 만약 국민당이 집권한다면 대만은 ‘자유 없는 홍콩’이 되리라고 경고한다. 반면 국민당은 민진당이 집권하면 대만이 전쟁에 휘말릴 것이라 반박한다.

중국은 지난해 여름 대만 일대에서 군사훈련을 벌이며 미사일을 발사했다. 당시 미 하원의장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대한 항의였다. 그 이후로 대만은 중국의 군사적 침략 가능성에 점점 더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대만인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충격에 빠졌다. 침략 대비 투자와 훈련이 늘고 있다.

향후 변수는 많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 해제 이후 경제 회복도 중요하고, 대외적으로 펠로시의 뒤를 이어 하원 의장이 된 매카시의 대만 방문 대응도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매카시 순방에서도 중국은 다시 군사훈련으로 포위하도록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펠로시 의장 방문 후 중국은 오키나와현 요나구니섬 인근 배타적 경제수역에 미사일 5발을 발사했다. 일본 최서단인 동중국해에 있는 이 섬은 타이베이에서 150㎞ 조금 넘게 떨어져 있다.

중국이 각종 이슈에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대만은 물론 미국과 세계 여러 국가들이 중국의 통일전술에 대해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홍콩과 대만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로 시진핑에게 다가서고 있다.

왕후닝은 이제 인생의 마무리 단계에 가장 큰 역사적 책무라는 과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과연 그가 비운의 제갈량이 될 것인지 아니면 천하를 통일한 사마의가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