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원유가 상한제는 오랫동안 예고됐던 일이다. 이제 관심은 이 제도가 효율적으로 시행될 것인지와 러시아의 보복 조처에 쏠려 있다. 러시아는 3일 서방의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한 맞대응을 예고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가 이 상한선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상한제에 대한 준비가 마련돼 있어 상황 평가를 마치는 대로 어떻게 대응할지 알리겠다”고 밝혔다. 미하일 울리야노프 오스트리아 빈 주재 러시아 대사는 트위터에 “올해부터 유럽은 러시아 석유 없이 살게 될 것”이라며 유럽 국가들에 대한 원유 수출 보이콧 방침을 재확인했다.
러시아가 상한제를 수용한 국가에 원유뿐 아니라 천연가스 판매도 전면 금지할지 주목된다. 유럽 국가들은 원유보다는 가스 공급이 끊어지면 올겨울에 더 심각한 에너지난에 직면한다.
원유가 상한제로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어느 정도 줄어들지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경제 전문지 배런스는 3일 러시아가 하루에 원유 수백만 배럴을 판매하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고, 향후 몇 개월 동안 암시장에서 러시아산 원유가 거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신속한 원유 판매를 위해 수출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배런스가 지적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이 42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가 원유가 상한제에 대비해 사전에 원유 수출 루트를 대부분 재설정할 것이고, 원유가 상한제에 따른 국제 원유 시장 공급 감소 분량도 크지 않으리라고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원유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러시아의 원유 수출 규모가 단기적으로 하루에 최대 200만 배럴가량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지만, 이 정도 규모는 국제 유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로이터가 전문가 대상 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도 러시아산 원유가 상한제가 시행될 때도 러시아가 현재의 80~90%가량에 해당하는 원유를 계속해서 수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러시아의 하루 원유 수출이 100~200만 배럴 줄어든다는 뜻이다.
G7과 EU, 호주는 상한액을 넘는 가격에 수출되는 러시아 원유에 대한 보험과 운송 등 해상 서비스를 금지한다. 글로벌 원유 보험·운송 관련 주요 기업들이 주로 G7에 있어 러시아가 배럴 당 60달러 이상으로 원유를 판매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참여국들은 향후 가격 상한을 2개월 단위로 재검토한다.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선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집계하는 원유 평균 가격의 5% 아래에 머무르도록 하는 게 목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