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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크라 원조는 민주주의 수호하는 평화의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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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크라 원조는 민주주의 수호하는 평화의 비용"

"과도한 비용 지출" 여론 불구 자유진영 승리 위해 필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계속 공격하고 있는 가운데 도네츠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군에 박격포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계속 공격하고 있는 가운데 도네츠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군에 박격포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0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초반의 러시아 승리는 이제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서방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초반에 잃었던 국토를 대부분 회복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전쟁이 자국을 폐허로 만들고 서방 국가들에게도 재정적 부담을 너무 많이 주면서 미국 공화당 일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일부에서도 추가 원조에 대한 불만이 나오자 평화협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젤렌스키에 앞서 협상을 논의한 두 주체는 미국과 러시아였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당장 평화협상이 진행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젤렌스키도, 푸틴도 당장 전쟁을 멈출 수 없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전쟁을 멈추는 데 동의를 받으려면 침략자 푸틴과 러시아에게 침략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받음으로써 국민들의 불만을 달랠 수 있어야 한다.

침략자인 푸틴도 마찬가지다. 지지층과 국민들을 달래고 전쟁에서 희생당한 군인들의 가족들에게 전쟁을 시작한 이유와 끝내는 점에 대해 설명하려면 뭔가 쟁취한 것이 있어야 한다.

◇서방에서 제기되는 불만과 평화수호 비용에 대한 공감


우선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대리해 전쟁 비용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다. 지금까지 총 680억 달러를 원조했다. 추가로 337억 달러를 내년 새 의회에 요청할 계획이다.

미국이 원조한 자금의 주요 사용처는 군사적 원조 274억 달러, 미군 파견병 1만8000명의 주둔비용 등 96억 달러, 미 국방부 운영비용 12억 달러 외 인도적 지원과 우크라이나 정부 경제적 지원 등으로 사용되었다.

미국 외 유럽연합(EU) 등에서도 총 464억 달러가 원조로 지원되었다. 영국과 폴란드에서는 군사적 지원을, EU와 캐나다는 인도적 지원, 발트해 국가들은 경제 원조를 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고 초인플레이션이 겹치자 미국 내에서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원조 금액 늘리기에 반대하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미국 내부 문제에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U에서도 10% 이상 인플레이션이 닥치고 에너지 문제로 골치를 겪자 일부 시민들과 정치인들이 조기 종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재정이 고갈되자 당초 지원하기로 한 110억 유로 가운데 30억 유로만 우선 지급된 상태다.

하지만 미국 민주당을 중심으로 그리고 영국과 폴란드를 중심으로 민주와 자유시장 경제를 사수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원조를 포기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여전히 강하다.

러시아 침략을 허용하고 방치할 경우 가치와 규범의 질서가 붕괴되고 권위주의 진영은 물론 다른 반(反)서구 진영에서 무력을 앞세워 자유진영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푸틴과 러시아의 만행에 자유진영이 분열되고 무릎을 꿇을 경우 자유진영의 격이 형편없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강하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사실 러시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국력과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서방의 지원으로 전세를 역전시켜 잃었던 국토를 되찾고 있다.

러시아의 GDP는 1조7000억 달러, 국방비는 622억 달러인 데 반해 우크라이나는 GDP 2000억 달러에 국방비는 43억 달러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재래식 전쟁에서 형편없이 패배하면서 푸틴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러시아 군대의 무기력함을 보여주었다.

비용 측면에서만 본다면 러시아가 잃은 것이 당장 우크라이나와 EU, 미국보다 적어 보일 수 있지만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러시아가 잃은 것이 더 많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EU는 명분 있는 싸움을 위해 희생을 감내하고 뭉쳐서 싸운 것이고 러시아는 무력으로 침략해 궁지에 몰린 때문이다. 이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고 중국 등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에게도 명분 없는 전쟁의 끝이 어떻게 될 것인지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미국이 만난 러시아의 입장이 일부 흘러나오고 있다. 러시아와 푸틴은 결코 크림반도를 양보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전범재판과 전쟁 배상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포로 교환은 수용할 것이다.

자유진영은 전쟁이 어떻게 처리될지 기다려야 한다.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 국민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더 이상 전쟁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올해 러시아가 침공한 땅을 되찾는 것만으로 평화협정을 할 수 있을지 기다려야 한다.

미국과 EU 등 자유진영은 우크라이나 복구도 도와야 한다. 재건비용으로는 대략 3500억 달러가 소요된다는 추정도 있다. 하지만 실제 비용은 더 많이 들어갈 것이다. 자유진영은 모든 것을 감당할 수는 없지만 일정 부분 원조해야 한다.

또한,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 무역ㆍ기술ㆍ교류에서 고통을 줘서 다시는 침략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자유진영은 푸틴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해 굳건한 원조와 지원을 계속할 것임을 천명하고, 나토를 더 현대화하고 효율적으로 할 것임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러시아가 전쟁을 멈춘다. 푸틴은 더 이상 전쟁을 해봐야 러시아와 본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확실한 인식을 할 때에만 전쟁을 멈출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