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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의 '트위터 칼춤’, 테슬라서도 문제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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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의 '트위터 칼춤’, 테슬라서도 문제됐었다

2018년 실시한 테슬라 사내 설문조사 결과, 머스크 재판서 공개돼…‘머스크=폭군’으로 묘사한 직원도



트위터를 개인적으로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트위터를 개인적으로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글로벌이코노믹

트위터를 인수하자마자 트위터의 사업모델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과 함께 대대적인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본격적으로 드러난 일론 머스크의 공격적인 ‘불도저식’ 경영 방식이 회사 안팎으로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가운데 머스크가 겸영하는 여러 기업 가운데 가장 큰 회사에 속하는 테슬라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속마음이 뒤늦게 드러나 파장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테슬라가 지난 2018년 전 임직원 대상으로 실시한 사내 설문조사 결과가 최근 공개됐는데 그 결과가 일반이 보기에는 뜻밖이라서다.

2018년은 테슬라가 모델3 양산 문제로 큰 어려움에 봉착해 머스크가 파산 가능성까지 언급했던 시기. 당시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머스크는 공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주당 120시간이나 일에 몰두했다고 자랑한 바 있다.

이 설문조사 결과의 요지는 테슬라 직원들의 눈에는 테슬라를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로 일구는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인, 글로벌 경제계를 대표하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그가 ‘감히 말 붙이기도 어려운 폭군’으로 비쳤다는 것.

◇테슬라 경영진, 머스크에 파격적 성과급 승인 전 사내 설문조사했다
이 설문조사 결과는 미국의 유력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22일(이하 현지시간) 단독보도한 것으로 지난 14일 미국 델라웨어주 형법법원 캐슬린 맥코믹 판사 주재로 열린 재판에 머스크가 출석한 자리에서 원고 측이 참고자료로 제시하면서 존재 사실이 처음 알려졌다.

이 재판은 테슬라 이사회가 지난 2018년 머스크 CEO에게 558억달러(약 79조2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성과급을 승인한 것에 대해 테슬라 소액주주들이 “소액주주의 수탁자 역할을 해야 하는 테슬라 경영진이 수탁자로서 충실 의무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열리게 됐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당시 테슬라 최고인사책임자였던 가브리엘 톨레다노는 문제의 설문조사를 벌인 뒤 2018년 3월 2일 테슬라 이사회의 보상위원회 책임자로 머스크에 파격적인 보상 패키지를 지급하는 문제에 대한 검토 작업을 이끌었던 아이라 에렌프라이스 테슬라 이사에게 그 내용을 보고했다.

톨레다노가 이사회에서 보고한 내용의 골자는 테슬라 이사회가 검토 중인 머스크에 대한 성과급에 대해 임직원들의 우려가 크고, 특히 머스크 CEO의 경영방식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것이었다.

이는 소액주주들의 반발뿐 아니라 테슬라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머스크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안에 대한 비판이 컸다는 얘기로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머스크를 법정에 앉힌 테슬라 소액주주들이 이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한 배경에는 사내에서 머스크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상당했음을 알면서도 당시 테슬라 경영진이 머스크에 대한 파격적인 성과급 지급안을 밀어붙였다는 의혹을 제기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설문조사 참여 직원 “직원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폭군 같아”

테슬라가 지난 2018년 실시한 사내 설문조사 결과. 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이미지 확대보기
테슬라가 지난 2018년 실시한 사내 설문조사 결과. 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


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머스크를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당시 테슬라 임직원의 평가는 후하지 않았다.

조사에 참여한 임직원의 65% 정도만 머스크 CEO와 경영진에 대해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회사의 처우에 상당히 만족한다는 의견은 응답자의 58%에 그쳤기 때문이다.

당시 테슬라 인사팀은 특히 머스크와 경영진의 경영 방식, 회사 분위기, 노사간 소통 등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난 점에 주목했다. 톨레다노는 특히 “머스크 CEO의 지도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톨레다노가 테슬라 이사회에 보고한 ‘머스크 비판론’ 가운데 가장 이목을 끄는 대목으로 한 직원의 통렬한 비판이 꼽혔다.

그는 “머스크가 기술적인 측면에서 최고 수준의 지도자인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역시 뛰어난 능력을 갖춘 직원들이, 열정으로 뭉친 직원들이 회사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점은 깎아내리는, 말 조차 붙이기 어려운 폭군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폭넓게 인식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인재야말로 회사의 근간인데 머스크는 즉흥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은 직원을 자르는 사람, 직원을 소모품 정도로 여기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고 주장했다.

충동적으로 직원을 해고한다는 주장은 머스크가 최근 트위터 임직원에 대한 정리해고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고 있는 커다란 잡음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다른 직원도 “나는 물론 동료들도 언젠가 해고될 것이라는 불안 속에 일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숨이 막힐 정도로 지독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할 생각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