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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은행, 위기관리 모드 돌입…재무부와 엇박자에 시장은 '냉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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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은행, 위기관리 모드 돌입…재무부와 엇박자에 시장은 '냉담'

영국 중앙은행 전경.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중앙은행 전경. 사진=로이터

영국 중앙은행은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간) 완전한 금융위기 상황으로 빠져들자 중앙은행이 "규모에 관계없이 필요한" 유동성 공급을 재개할 것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후 그 규모가 최대 650억 파운드의 새로운 양적완화를 계획하고 있음을 밝혔다.

영국 내각은 전 세계적인 금융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영국 금융 혼란이 지난 23일 쿼지 콰텡 영국 재무부 장관의 "미니" 예산이라 불리는450억 파운드의 재원마련 없는 감세의 결과라고 의심하지 않는다. 콰텡 장관의 재정 보고 이후 미국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 급락과 국채 수익률 급등으로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의 경제 정책이 깊은 수렁에 빠졌고, 영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움직임은 더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크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영국 보수당 당대표 선거운동 내내 리즈 트러스는 경기 부양책으로 8750억 파운드의 정부 채권 매입을 한 영국중앙은행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이 인플레이션을 야기시켰다고 비판해 왔다.

그랬던 그녀가 9월, 그녀의 새 정부가 영국중앙은행이 다시금 유동성 공급을 재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에 대해 영국중앙은행은 장기 국채 매입의 목적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기보다는 금융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선을 그었다. 즉 최근 연기금의 지급능력을 위협하는 20년 이상 만기가 도래한 영국 국채수익률이 인위적으로 급등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경기부양을 위한 재원마련없는 감세조치와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 움직임을 보면서 영국 재무부와 중앙은행의 엇박자에 깊은 우려를 보여주고 있다.

폴 홀링스워스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정책이 가속페달을 밟고 통화정책이 브레이크를 거는 것을 볼 때 상호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중앙은행의 입장이 2009년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따라 누적된 국채 매각을 통한 긴축 조치와 동시에 이루어지는 국채 매입 움직임으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신규 국채 매입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야누스 핸더슨 투자사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베다인 페인은 "영국은행이 오늘부터 장기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아주 자연스럽게 말한다. 이는 지난 10월 3일부터 국채매각을 시작하겠다고 확인해 준 사실을 완전히 뒤집는 조치다"고 비판했다.

이런 모순은 영국 경제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상황으로 큰 의문점이 뒤따른다. 영국은행은 11월 3일로 예정된 차기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MPC)에서 현재의 금리 결정 일정표를 고수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트러스에게 조언을 해 온 네이트웰스의 수석 경제 전략가인 제라드 라이언스는 가능하다면 영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사이에 이자율 결정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 공황상황을 피할 수 있고, 또 긴급 MPC 회의에서 금리 인상 규모를 조정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영국은행 또한 10월 14일까지 최근의 유동성 공급조치를 빨리 끝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영국은행 관리들은 또한 개입조치를 일시적 유지하는 것이 "신호 효과"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자산 매입은 "엄격하게 제한적인 시간 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금융시장에서 영국 은행의 개입 규모를 보게되면 금융혼란은 가라앉고, 장기 국채 구매자들은 수익율이 최근 몇 주보다 훨씬 높게 되더라도 돌아올 것이라고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예상했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영국중앙은행의 더 심각한 문제는 관련 장관들을 구제해 주고, 정부 자금 조달을 위해 기꺼이 유동성 공급을 해 준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발생 우려로 절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점이다. 경제학자들은 그 과정을 "재정의 지배주도"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재무부는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이 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JP모건의 경제학자 앨런 몽크스는 "여론은 은행에 호의적이지 않으며 불가피하게 정부 재정정책 주도와 [예산] 적자의 통화 자금 조달에 대한 논의가 촉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길훌리 애브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기능 회복이라는 명분으로 채권 매입 재개가 일시적으로 정당화될 수도 있지만, 이번 정책 조치는 또한 시장 민감성을 높이고 접근 방식을 강제로 변경할 수 있는 통화 금융정책의 망령을 불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3일 보수당 회의에서 기조연설이 예정된 콰텡은 그의 재원 마련없는 감세 조치가 어떻게 지속 가능한 공공 재정과 병행할 수 있는지 설명하라는 압박을 계속 받아오고 있다.

IMF는 지난 27일 콰텡의 감세조치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했으며, "목표 없는" 조치들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 계획을 "재평가"할 것을 영국 정부에 촉구했다. 악사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의 데이비드 페이지는 "분명 경제 현실을 무시하는 정부 정책은 정치적으로 매우 해롭지만, 경제적으로도 해롭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무부 장관의 다음 주 연설까지 "미니 예산 감세 조치를 역전시킬 수 있는 정책 변경의 기회를 거부하는 것은 영국 금융 시장을 더 악화시키고 장기적인 경제적 피해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트러스와 콰텡은 지금까지 정책 유턴을 거부했다. 총리의 감세 조치에 대한 방향 수정은 금융 시장, IMF 및 일부 보수당 의원들이 선호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가장 낮은 경로로 보인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