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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첫 미국인 총재' 미주개발은행 발칵 뒤집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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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첫 미국인 총재' 미주개발은행 발칵 뒤집힌 이유

IADB 이사회, 금명간 '직원과 불륜 의혹' 클래버-커론 총재 경질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측근 출신이자 미국인 최초로 IADB 총재에 오른 모리시오 클래버-커론. 사진=EFE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측근 출신이자 미국인 최초로 IADB 총재에 오른 모리시오 클래버-커론. 사진=EFE

지난 1959년 미주지역의 최대 지역개발 금융기구로 설립된 미주개발은행(IADB)이 설립 이래 최악의 위기에 봉착했다.

전세계 지역개발 금융기구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IADB는 중남미지역의 지속적인 경제, 사회 개발과 역내 자유무역 및 지역통합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차관과 기술협력 지원 사업을 한다.

기구의 성격상 설립 이래로 지난 60여전간 칠레, 멕시코, 우루과이, 콜롬비아 등 중남미 출신의 총재가 조직을 이끌어왔으나 지난 2020년 선거에서 이 전통에 금이 갔다.

중남미 출신이 총재를 맡고, 미국인이 부총재를 맡아온 불문율을 깨고 미국인이 처음으로 총재직에 오른 것. 그가 새로운 기록을 세우면서 IADB 사령탑에 오른 배경에는 바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있었다.

문제의 인물은 바로 ‘모리시오 클래버-커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트럼프 백악관에서 중남미 담당 참모로 일한 바 있다.

이 쿠바계 미국인 총재가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내부고발이 지난 5월 터지자 내부 조사가 진행됐으나 클래버-커론이 이에 강력 반발하고 하고 나서면서 IADB가 조직의 붕괴 가능성까지 우려되는 대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조사위 “클래버-커론 총재 부적절한 관계 입증할 정황 확보”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ADB 이사회가 미국의 법무법인 데이비스 포크에 위탁해 구성한 ‘클래버-커론 총재 관련 의혹 조사위원회’는 전날 조사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했다.

조사 결과의 핵심은 내부고발자의 주장대로 클래버-커론 총재가 여직원 한명과 개인적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현재까지 갖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으나 적어도 클래버-커론 총재와 함께 IADB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긴밀한 관계를 가졌다는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

클래버-커론 총재와 관계를 가진 직원은 그가 트럼프 시절 백악관에서 중남미 담당 선임보좌관으로 있을 때 함께 일한 사이로 클래버-커론 총재가 IADB에 입사하면서 같이 데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는 클래버-커론 총재가 이밖에 개인적인 원한 관계 때문에 일부 직원을 일방적으로 해고 조치하는 등 전횡을 저질렀음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조사위 관계자는 “클래버-커론 총재는 IADB의 금융자산을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관련 규정을 어기고 마음대로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클래버-커론 총재는 자신에 관한 내부고발자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전에도 문제의 직원과 부적절한 관게를 가진 적이 없고 현재도 마찬가지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조사위 조사에서도 아무런 실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IADB 이사회, ‘클래버-커론 총재 퇴진’ 공감대


로이터에 따르면 조사위로부터 보고를 받은 IADB 이사회는 보고 내용을 검토했으며 19~21일 잇따라 회의를 열어 클래버-커론 총재에게 어떤 처벌을 내릴지를 놓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 14명은 물론 IADB 총회를 구성하는 48개 회원국의 대표자를 참석시킨 가운데 22일 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수일내로 최종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는 예상했다.

그러나 IADB 내부 소식에 밝은 관계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사회 차원에서는 조사위의 진상규명 작업이 공식적으로 끝나는대로 클래버-커론 총재를 퇴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총재 선거전에서 IADB 회원국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강하고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던 미국은 물론 역시 IADB 내에서 입김이 세고 클래버-커론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던 브라질도 조사위 결과가 나오자 클래버-커론 총재를 물러나게 하는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정권이 바뀌어 조 바이든 행정부 소속이 된 미 재무부도 “미국은 내부고발자가 제기한 의혹이 조속하고도 공정하게 검증되기를 바란다”면서 “조사위 활동이 완료될 때까지 이 사태의 진전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혀 클래버-커론 총재에 유리한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클래버-커론 총재 “IADB 불살라버리겠다” 극언

그러나 이사회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관계 없이 IADB가 심각한 내홍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클래버-커론 총재가 극단적인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클래버-커론 총재는 조사위의 진상규명 작업에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을뿐 아니라 “정치적인 음해나 다름 없는 조사가 계속된다면 IADB를 불살라버리겠다”며 위협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조사위는 보고서는 “클래버-커론 총재가 조사위 활동에 일체 협력하지 않은 것을 넘어 극단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일부 직원들이 총재로부터 보복 당할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이는 등 조직 내부 분위기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