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수교 당시인 1992년 63억달러였던 한‧중 교역 규모는 2005년 1000억달러, 2011년 2000억달러를 넘어선 뒤 지난해에는 3000억달러를 돌파했다. 2021년 대중(對中) 수출은 1629억달러, 수입은 1386억달러로 수출과 수입을 합친 교역액은 3015억달러였으며, 대중 무역흑자는 234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30년간 교역 규모는 무려 47배나 급성장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선진국 위주의 수출에 한계를 느끼며 신규 시장을 절실히 원했던 국내 기업들에 중국은 말 그대로 ‘기회의 나라’였다. 특히 2015년 발효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양국이 경제적으로는 하나의 영토가 됨으로써 가공무역 위주로 현지에 진출했던 국내 기업들은 13억 중국 내수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이는 헛된 꿈이었다. 그때 맞춰 불거진 혐한령 확산, 현지 로컬 업체의 강력한 견제, 보이지 않는 규제라 불리는 비관세 장벽,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 조치 등은 오히려 국내 기업의 중국 퇴출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미‧중 무역 갈등까지 겹치는 등 다양한 악재가 쏟아지면서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아진 한국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자국 정부가 주도한 강력한 산업 현대화 정책 아래 여러 산업 부문에서 기술은 물론 제품의 품질과 완성도를 한국 못지않게 끌어올리고 있다. 디스플레이, 2차전지, 스마트폰, 전기차,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등 한국이 우위를 점하던 주력 부문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거나 한발 앞서 나가면서 세계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1994년 이후 지난해까지 28년 연속 대중 무역흑자를 기록한 한국은 올해 5~7월 3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으며, 연간으로도 29년 만에 무역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에 우리 기업들은 중국을 ‘위험한 경쟁국’으로 여기며 ‘탈(脫) 중국론’을 조심스레 내비치고 있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도 불확실성이 많았지만, 현재의 중국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더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