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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중국과 이별하고 있다”…현지 투자‧진출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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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중국과 이별하고 있다”…현지 투자‧진출 급감

가공무역 위주 수출 패턴에서 내수시장 공략 전환 실패
중국 기업 기술‧제품 품질 향상 한국 진출 갈수록 늘어
한국 중국 투자액 늘었으나 신규법인 진출 수는 급감
중국의 한국 투자는 금액‧신고건수 모두 꾸준히 증가
수출 품목 한국은 6000여개서 정체, 중국은 1만개 육박

경기도 평택항 수출선적 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경기도 평택항 수출선적 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 이상 중국에 미련을 두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기계제품을 생산하는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갈수록 악화하는 현지 환경을 버틸 수 없어 중국에서 철수했다고 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계 기업에 대해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공언하지만, 자국이 아쉬운 산업 분야가 아니면 예전처럼 우호적인 절차를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못 버티겠다면 나가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할 정도다. 한‧중 수교 30주년이라고 하는데 축제 분위기는 전혀 없다. 이미 우리 기업은 중국과 이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양국 수교 20년 당시 국내 전문가들은 가공무역 위주의 전략을 버리고 인구 13억명의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통 네트워크와 시장에 대한 지식을 갖추지 못했고 합작 기업에 의존하면서 대부분 정착에 실패했다. 빠르게 기술과 상품성을 확보한 로컬기업과 이들 기업을 응원하는 애국 마케팅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조차 시장에서 사실상 퇴각을 고려해야 할 정도니, 중견‧중소기업이 중국에서 버티기는 더욱 힘들다.

이러다 보니, 국내 기업의 중국 이탈이 지속하고 있다. 반면, 중국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은 확대되고 있다. 수치로 보면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1992년 정식 수교 후 올해 3월까지 신고 기준 한국의 중국 누적 투자액은 865억8900만달러, 신규법인 수는 2만8265개다. 통상 한국 무역업체 수를 말할 때 한국무역협회 회원사 수를 제시하는데, 현재 무역협회 회원사가 7만3000여개라는 점과 비교하면 국내 무역업체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중국에 진출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

한국의 중국 투자 금액과 기업 수를 10년씩 나눠 살펴보면 1992~2001년 기간은 64억2800만달러‧6205개였으며, 중국 진출이 최고점에 달한 2002~2011년 기간은 316억8400만달러‧1만6264개에 달했다. 2012~2022년(1~3월) 기간에는 투자액이 484억7700만달러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신규법인 수는 5796개로 급감했다.

중국의 한국 투자 현황은 다른 패턴을 보인다. 1992년부터 올해 3월까지 신고 기준 누적 투자액은 186억7700만달러, 신고 건수는 1만3223건이다. 10년 기간별로 보면 1992~2002년 기간은 1억6700만달러‧2045건이었고, 2002~2011년 기간은 29억2700만달러‧ 4535건으로 두각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2012~2022년(1~3월) 기간에는 149억4700만달러‧5704건으로 투자액과 신고 건수 모두 증가했다.

한국과 중국 모두 양국 간 투자액은 증가하고 있는데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 수는 감소하면서 대기업 위주로 전환하고 있지만 한국에 진출하는 중국 기업 수는 늘어나면서 평균 투자액도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간이 갈수록 한국 기업의 중국 관심도가 떨어지고, 중국 기업의 한국 내수시장 참여는 확대되고 있다.
한‧중 양국 간 수출 품목 수에서도 한국이 절대적인 열위를 나타내고 있다. 무역협회 수출입통계를 활용해 가장 상세한 개별 품목을 활용할 수 있는 HS코드(품목분류) 기준으로 1달러라도 수출 실적이 잡힌 품목 수를 집계한 결과,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품목 수는 1992년 2857개에서 2002년 6059개, 2012년 6709개에 이어 지난해에는 6568개였다.

중국의 대한(對韓) 수출 품목 수는 1992년 3055개, 2002년 6982개, 2012년 8803개에 이어 2021년에는 9593개에 달했다.

한국의 대중 수출 품목 수는 2002년 6000개를 넘어선 뒤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7년 6956개로 정점을 찍은 뒤 4년 연속 감소했고 올해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의 대한 수출 품목 수는 2002년 이후 3000여개가 증가해 올해 1만개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갈수록 제조업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도태 업종이 늘어나 수출상품의 수가 한계를 보이는 반면, 규모가 방대한 중국은 한국에 가격은 물론 품질에서도 대등하거나 앞서 나가면서 품목 수를 늘려 나가고 있다.

국내 기업의 대중 투자액과 수출상품 수 감소는 올해 5월부터 시작된 대중 무역적자라는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7월까지 3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 중인 한국은 8월 이후에도 기조가 이어져 2022년은 연간 기준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첫해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기존 산업에 매달리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따라잡히거나 추월당하면서 중국 사업에서 사실상 퇴출당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기업 스스로 혁신을 통해 사업 역량을 고도화하거나 새로운 영역을 발굴하고, 정부가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