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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휘발유 가격 하락세 근본 배경은 '인플레발 수요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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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휘발유 가격 하락세 근본 배경은 '인플레발 수요파괴'



미국의 휘발유 가격 추이. 사진=AAA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휘발유 가격 추이. 사진=AAA


천정부지로 치솟아 현재 지속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원흉으로 지적돼온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최근 들어 진정세를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이같은 현상이 일시적인 것으로 그칠지 아니면 이어질지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6월 사상 첫 5달러 돌파 뒤 하락세 지속

미국의 휘발유 가격 추이. 사진=마켓워치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휘발유 가격 추이. 사진=마켓워치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 6월 14일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5달러(약 6560원)를 돌파해 물가 급등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켰으나 그 다음부터는 느리지만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현재 미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05달러(약 5300원)를 기록했다. 지난달 19일 두달만에 4.50달러(약 5900원)를 기록한 것에 머물지 않고 더 내려간 것. 이는 지난 2020년 4월 이후 최장기 하락세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앤드류 그로스 AAA 대변인은 “다음주가 되면 4달러(약 5250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주유소 비교 사이트 가스버디의 집계는 더 고무적이다. 가스버디는 9일 기준 미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3.99달러(약 5200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4달러 밑으로 휘발유 가격이 내려간 것은 지난 3월 이후 처음이라고 가스버디는 설명했다.
가스버디는 “지난 6월 고점을 찍었을 때와 비교하면 미국 가계의 휘발유 지출이 4억달러(약 5200억원) 정도 줄어든 셈”이라고 분석했다.

◇왜 떨어졌을까

가스버디의 패트릭 드 한 휘발유 담당 애널리스트는 휘발유 가격 추이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같은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진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겹치면서 휘발유 가격이 예측 불가한 흐름을 보였다”면서 “휘발유 가격이 단기간에 3달러(약 3900원)에서 5달러로 치솟았다 다시 4달러 밑으로 내려가는 일은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휘발유 가격이 진정세로 돌아선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 안정화 대책으로 지난 4월부터 하루 100만 배럴씩 전략 비축유를 꺼내 쓰겠다고 발표한 이후 실행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마켓워치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 정부의 조치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근원적으로는 시장 원리에 따라 휘발유 가격이 조정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역설적이지만 높은 물가가 높은 물가로 잡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지난 6월 전후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심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자 휘발유 수요를 파괴 수준으로 급격히 억제하는 ‘수요 파괴’ 현상이 일어난 결과가 최근 지속되고 있는 휘발유 가격 하락의 근본적인 배경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라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인구 이동이 많은 휴가철임에도 미국의 휘발유 재고가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수요 파괴 현상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AAA는 운전자들이 기록적인 휘발유 가격에 위축돼 차량 운행을 줄인 것도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AAA가 지난달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미국 성인의 64%가 휘발유 가격 급등에 영향을 받아 차량 운행과 관련한 습관을 크게 바꿨다고 밝혔다는 것.

구체적으로 보면 이 가운데 88%가 차량 운행 자체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고 74%는 한번 차를 쓸 때 여러 사람의 용무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식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차를 몰고 장을 보거나 외식을 나가는 일을 줄였다는 응답도 56%였다.

◇휘발유 가격 더 떨어질 가능성…내주 3달러 붕괴 전망도 나와

패트릭 드 한 가스버디 휘발유 담당 애널리스트가 지난 5일(현지시간)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이미지 확대보기
패트릭 드 한 가스버디 휘발유 담당 애널리스트가 지난 5일(현지시간)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더스트리트에 따르면 관련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플레이션발 수요 파괴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주 집계에서 지난달 30일 기준 하루 925만배럴 수준이었던 휘발유 수요가 하루 854만배럴로 감소했다고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가스버디의 한 애널리스트도 “벌써 50일 넘게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미 20개 주에 있는 8만5000개 주유소에서는 이미 4달러 아래로 가격을 내렸기 때문에 이르면 다음주 중에 3달러(약 3900원) 선까지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