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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대기업들, 美 '칩스법' 연기에 투자 연기·축소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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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대기업들, 美 '칩스법' 연기에 투자 연기·축소 경고

대만 TSMC가 제작한 반도체 칩셋 모습. 사진=TSMC이미지 확대보기
대만 TSMC가 제작한 반도체 칩셋 모습. 사진=TSMC
미국이 국내 반도체 사업 부양을 위해 추진하던 520억달러(약 68조 원)의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Chips Act)이 지연됨에 따라 반도체 대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연기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칩스법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들에 세금 감면 및 인센티브를 약속하는 법안으로 미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안보 강화로 미국내 반도체 생산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그러나 초당적 발의로 통과가 예정된 것처럼 알려진 이 법안은 현재 통과가 미뤄지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립하면서 법안 합의가 어려워진 것이다. 반도체 관련 법안에 이민정책 개편과 법인세 감면, 연구개발(R&D) 지원 등 양 정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들이 법안 안에 패키지로 끼어들면서 양 당에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만약 칩스법이 8월 초까지 통과가 되지 않는다면 11월 미국 중간선거로 인해 칩스법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진행되면 의회 구성원이 달라져 법안 구성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되기 때문이다.

법안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강해지면서 미국의 비전을 믿고 미국에 투자를 약속했던 반도체 주요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다.

인텔은 칩스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미국 투자를 미룰 것을 언급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유럽에서 생산을 늘릴 계획"이라면서 "8월 전에 통과해달라"며 미국 투자를 취소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대만 업체 글로벌웨이퍼스도 반도체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미국에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를 투자해 웨이퍼 생산공장을 건설하려던 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웨이퍼스는 세계 제3위 실리콘 웨이퍼 생산기업이다.

TSMC는 미국을 믿고 반도체 공장 건설을 시작했지만 건설 속도는 지원법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공장 건설을 연기하겠다는 뜻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 시 아시아나 다른 국가에서보다 더 높은 운영비용을 감당해야 되는 만큼 생산 시설 이전을 단행하려면 반도체 지원법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칩스법이 통과되지 않은 이유


미국의 칩스법은 미국의 반도체 지원망을 강화하고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산업 협회의 최고경영자(CEO)인 존 노이퍼는 "칩스법은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으며 미국 유권자의 3분의 2의 지지를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당도, 국민들도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법안 통과가 지연된 것일까? 이에 대한 답변은 바로 정치와 돈이다.

미국은 2020년부터 반도체 지원법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충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없었다. 2022년에는 초당적 공감대가 생겨 법안 추진이 진행됐으나 여전히 돈과 정치의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졌다.

특히 법안 통과가 연기되고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면서 의원들과 시민 사이에서 "굳이 현금이 충분한 업계(반도체)에 이렇게 많은 돈을 지원해야 되는가"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칩스법의 규모가 크다 보니 기후변화 조치와 부유층에 대한 세금 법안 등 반도체와 상관이 없는 법안들을 보상성 법안으로 통과시키려는 정치적 편법들도 난무하고 있으며 미국 낙태법을 비롯한 민주당과 공화당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법안들도 쌓여 있어 반도체법의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칩스법은 단순한 법안이 아니라 미국이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들과 한 약속이기도 하다. 만약 이 지원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 등 프로젝트들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미국의 신뢰성에도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