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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러시아 디폴트, 글로벌 금융 시장 파장 '미풍'인가, '태풍'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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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러시아 디폴트, 글로벌 금융 시장 파장 '미풍'인가, '태풍'인가

러시아 고립 악화 불가피, 국제 금융 시장 영향은 제한적

러시아 중앙은행. 사진=타스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중앙은행. 사진=타스
러시아가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처음으로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를 맞았다. 러시아는 26일까지 외화 표시 국채 이자 약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투자자들에게 지급하지 못했다. 애초 이자 지급일이 지난달 27일이었으나 30일의 유예기간이 있어 이날 디폴트가 됐다.

러시아가 사실상 디폴트에 빠졌으나 공식적으로 디폴트가 확인되는 데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고 AP 통신이 26일 보도했다. 국제 금융계는 채권자의 25% 이상이 돈을 받지 못하면 디폴트로 간주한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국제예탁결제회사인 유로클리어에 이자 대금을 달러와 유로화로 보내 상환 의무를 완료했다고 주장한다. 유로클리어가 개별 투자자의 계좌에 입금할 것이라고 러시아 정부가 강조했다.

채권자가 실제로 소정의 이자를 받지 못하면 디폴트 상태가 된다는 게 국제 금융계의 대체적 입장이다. 러시아에 대한 디폴트 선언이 있든 없든 러시아는 앞으로 국제 금융계에서 더욱 고립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그렇지만,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파상적인 경제 제재에 직면해 있어 이번 디폴트 사태가 러시아와 국제 경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디폴트가 선언되면 러시아는 채권 시장에서 돈을 빌릴 수 없다. 러시아는 이미 서방의 제재로 채권 시장에 접근할 수 없었다. 러시아가 여전히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나 그 시장이 러시아 국내로 제한된다. 러시아 은행이 채권을 매입하면 러시아 정부가 자금을 조달할 수는 있다.
서방이 러시아를 제재하자 서방의 기업과 금융 기관, 주요 기업이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러시아가 이번에 디폴트 사태를 맞아 국제 금융계에서 더 깊은 고립 상태에 빠지고, 러시아의 금융 시스템 작동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 디폴트 사태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여러 차례 디폴트 위기를 맞았었다.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을 감독하는 신용파생상품결정위원회(CDDC)가 지난 1일 러시아가 국채 이자 190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한 것은 ‘신용 문제’를 촉발하는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러시아가 디폴트가 초읽기 상태에 돌입했었다. 디폴트에 따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러시아의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보유한 채권자는 CDDC에 CDS에 대한 평가를 요청할 수 있고, 이 기관이 채무 상환 불이행 판정을 내리면 투자자가 보험금 수령을 요청할 수 있다.

러시아에 대한 디폴트 선언은 국제 신용평가사나 법원이 할 수 있다. 피치를 비롯한 주요 신용평가사는 러시아가 애초 약정대로 달러화나 유로화로 채권 상환금을 내지 못하면 디폴트를 선언한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5일로 끝난 러시아 국채 상환 유예 조처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러시아가 지난달 27일까지 상환해야 했던 국채 쿠폰은 달러화 결제 금액 7,125만 달러와 유로화 결제 금액 2,650만 유로(약 2,840만 달러)이다. 이 돈은 러시아의 국가예탁결제원으로 보내게 돼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채권자들이 러시아 국가예탁결제원으로부터 이 돈을 받을 수 없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25일로 끝난 러시아 국채 상환 유예 조처를 더는 연장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에 따라 미국 정부는 러시아 재무부, 중앙은행과 주요 민간 은행, 국부 펀드와의 거래를 전면 차단하는 제재를 단행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5월 25일 시한으로 러시아가 상환하는 채권 원리금과 이자를 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주었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지난달 25일까지만 러시아와 거래하는 미국 금융 기관의 달러화 결제를 승인했다. 러시아가 씨티그룹을 비롯한 미국 은행에 상환금을 송금하면 미국 은행이 OFAC의 결제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때 이 기관이 불허 결정을 내리면 채권자가 러시아가 보낸 돈을 받을 수 없다.

러시아가 외채 디폴트에 빠진 것은 볼셰비키 혁명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가 1990년대 초 국내 채권 부실로 디폴트에 직면했었으나 국제적인 도움으로 그 위기에서 벗어났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