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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인플레 잡아라"…'역환율 전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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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인플레 잡아라"…'역환율 전쟁' 시작

인플레이션 발 환율전쟁이 시작됐다. 미국 연준이 30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추진함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은 비상이 걸렸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인플레이션 발 환율전쟁이 시작됐다. 미국 연준이 30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추진함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은 비상이 걸렸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환율 전쟁은 종종 경제 혼란의 순간에 발생한다. 여기에는 일반적으로 통화의 가치를 낮추어 경쟁력 있는 수출 우위를 놓고 경쟁하는 국가가 포함된다. 덜 일반적인 것은 소위 역통화 전쟁이다. 그러나 고의적인 정책의 결과인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취하는 조치의 부작용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약 30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추진함에 따라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서 전 세계 통화와 중앙은행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환율 전쟁의 의미


한 국가의 통화가 다른 통화와 비교하여 하락하면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출은 경쟁자에 비해 저렴해져서 해외 수요가 증가하고 수입 가격이 높아지면 국내에서 더 많은 국내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게 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모두 지역 생산자를 지원한다. 일련의 경쟁적인 평가 절하는 1929년에 시작된 대공황을 심화시킨 것으로 생각되며, 국가들은 통화를 약세시키기 위해 당시 만연했던 금본위제에서 탈퇴했다.

금세기 초 미국과 다른 부유한 국가들은 중국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낮추고 있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통화 전쟁’이라는 문구는 2010년경에야 대중화되었다. 당시에 귀도 만테가(Guido Mantega) 브라질 재무장관은 부유한 국가들이 2년 전 금융 위기에서 여전히 휘청이고 있는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자국 통화를 평가 절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역통화전쟁의 개념


각국이 자국 화폐의 가치를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화가 강하다는 것은 수입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성장을 촉진하기보다는 그런 움직임의 목표는 인플레이션을 길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 연준의 조치는 미국의 달러를 끌어올려 올해 달러 강세 측정치를 7% 가까이 끌어올렸다. 반면에 유럽에서 3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유로는 미국 달러 대비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영국의 파운드와 기타 주요 국가 통화 대부분도 폭락했다.

◇통화 강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통화의 강세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얼마 만큼은 상황에 따라 논쟁의 여지가 있고 변경될 수 있다. 환율 변화가 식량 및 에너지와 같은 변동성 요인을 제외한 핵심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통과율이라고 한다. 이전의 일부 달러 강세에서는 그 비율이 미미했다. 그러나 씨티그룹(Citigroup In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네이선 시트(Nathan Sheets)와 같은 일부는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더 높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된 2020년에는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을 약 0.5%포인트만 억제할 것으로 예상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에 미국의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근무한 시트는 “대부분 높은 상품 비용에 의해 촉진된 현재의 인플레이션 속도에서 통과 계수는 전체 백분율 포인트에 근접하여 그 두 배 이상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입장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금리 변화와 대차 대조표 조치의 조합을 통해 경제를 조정하려고 하며 일반적으로 환율을 직접 관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을 조심한다.

미국 재무부는 불공정한 이익을 얻으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에 일부 국가 무역 파트너를 환율 조작자로 분류할 수 있으며 여러 번 해왔다. 미국 연준은 금리 인상 목표가 달러 강세보다는 수요 억제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물가안정에 대한 중앙은행의 약속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달러에 대한 신뢰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 연준의 주요 글로벌 통화 상대는 역사적으로 통화 문제를 둘러싸고 비슷한 줄타기를 하는 경향이 있지만 일부는 환율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거와 다른 점


최근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징후는 이전에 직접 외환 개입을 통해 자국 통화를 약세시킨 것으로 알려진 일부 국가의 중앙은행이 이제는 그 반대의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환율 통화 시장에서 프랑을 약세시키기 위해 행동해 온 스위스 국립 은행(Swiss National Bank, SNB)은 올해 통화 강세를 허용했으며 6월 외환이 과도하게 약세를 보일 경우 매도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마스 조던(Thomas Jordan) SNB 총재는 지난 3월 “스위스 프랑이 절상되도록 둔다. 이것이 스위스의 인플레이션이 유로존이나 미국보다 낮은 이유 중 하나다”라고 밝혔다.

한편, 유럽 중앙은행 관계자인 프랑수아 빌레로이 드 갈하우(Francois Villeroy de Galhau)는 ‘너무 약한’ 유로화는 통화당국의 물가안정 목표와 배치될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캐서린 맨(Catherine Mann) 영란은행 통화정책 위원은 더 빠른 긴축 속도가 어떻게 파운드화를 지탱할 수 있는지를 강조함으로써 더 멀리 나아갔다.

◇통화 전쟁의 승자와 패자


자국 통화를 성공적으로 강하게 한 국가 소비자는 역통화 전쟁에서 확실한 승자이다. 더 큰 구매력으로 인해 국내의 물가가 약간 완화되었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 및 신흥 경제국을 포함하여 많은 패자가 있다.

미국의 고객 관계 관리 솔루션 중심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기업인 세일즈포스(Salesforce)부터 창고형 도매할인 기업 코스트코 홀세일(Costco Wholesale Corp.)에 이르기까지 미국 기업들은 최근 실적 발표에 달러 급등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달러로 환산하면 달러가 강해지면 해당 기업의 해외 수익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현지 통화 기준으로 가격이 인상되어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개발 도상국의 경우 정부, 기업 또는 금융 기관이 미국 달러로 부채를 가지고 있지만 평가 절하되는 현지 통화로 지불할 때에 발생하는 ‘통화 불일치’가 금융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통화전쟁의 파티에 참여하지 않는 일본


급락하는 통화로 일본은 통화 전쟁의 오래된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구로다 하루히코(Kuroda Haruhiko) 일본 중앙은행(Bank of Japan, BOJ) 총재는 경기 부양을 위해 수익률을 바닥에 고정시켰다. 그 과정에서 엔화는 가파르게 하락하여 올해 미국 달러 대비 15% 이상 하락했는데, 이는 G10 통화 중 가장 큰 하락폭이다.

6월 중순 BOJ의 가장 최근 정책 회의를 앞두고 구로다는 중앙은행이 통화를 주시하고 있다는 신호로 입장을 약간 바꿨다. 그는 은행이 정책 설정을 변경하지는 않았지만 엔화 가치의 급락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리고 통화 개입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나카오 다케히코(NakaoTakehiko) 前 일본 재무성 외환정책실장은 23일 외신과 인터뷰에서 “일방적인 개입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세업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