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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의 산업시각] 삼성, 중국 B2C 미련 놓아야 할 순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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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의 산업시각] 삼성, 중국 B2C 미련 놓아야 할 순간 왔다

삼성전자의 2022년형 QLED TV.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의 2022년형 QLED TV. 사진=삼성전자
국내 간판 기업들이 중국 내 B2C(기업과 개인간)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대표 격인 삼성전자가 16년간 세계시장 1위를 지켜오고 있는 TV제품 판매도 크게 위축됐다.

범용 제품에 이어 2000달러(약 240만원) 이상에 팔리는 프리미언TV의 현지 시장 점유율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스마트폰 점유율 축소보다 속도가 더 빠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삼성전자가 진정한 고민을 해야할 때가 온 듯하다. 점유율을 띄우기 위해 영업‧마케팅을 강화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TV 또한 반전할 것이라는 미련과 집착을 버리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中 프리미엄TV 시장 점유율 13%로 떨어져


터키 현지 매체인 ABC 가제테시(ABC GAZETESI)가 옴디아 등 시장전문기관 통계를 분석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중국 프리미엄TV 시장에서 13% 점유율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20년까지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0%에 근접했으나, 2020년 20%로 떨어진 데 올해 1분기에는 10% 초반대까지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빠르면 내년, 늦어도 후년부터 한자리 점유율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에 가려져 주목을 덜 받고 있으나 TV는 전 세계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는 주요 제품들 가운데 매출 상위 5위권에 들어가는 주요 제품이다. 카메라와 오디오‧MP3 플레이어 등과 함께 소형TV의 기능을 흡수하고, PC(개인용 컴퓨터)와 소형 TV 시장까지 잠식한 스마트폰이 개인화 시대의 상징이 되었다. 이전까지 가족이 사회의 주요 구성층으로 대변됐던 시대에는 TV가 이들을 하나로 묶는 매개체 역할을 담당했고, 모바일과 인터넷 등 스마트폰과 유사한 기능이 결합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TV, 가정에서 10년 자리하는 최고 브랜드 홍보 수단


무엇보다도 TV는 백색가전과 함께 장기간에 걸쳐 회사의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최고의 광고 홍보물이다.

최근에는 제품 교체수기가 빨라졌고, 렌탈사업이 발달해 빌려쓰는 사례도 많지만, 아직도 많은 일반 가정에서는 다인 가구나 1인 가구 상관없이 마루, 거실과 안방 등 집안 가장자리에 대형 TV가 10년 이상 차지한다.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마다 소비자는 TV 배젤의 아래 또는 위에 표기되어 있는 삼성 브랜드를 함께 본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백색가전까지 한 회사의 제품이라면, 브랜드 인식률은 더욱 높아진다. 이만큼 돈 안들여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마케팅 도구는 흔치 않다.

유년기부터 삼성 브랜드를 익혀온 소비자가 직업을 갖고 직접 구매를 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성인이 됐을 때,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삼성 제품을 구매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코카콜라가 일본 시장에서 초등학생들에게 무료로 콜라를 제공했는데, 성장한 이들이 코카콜라의 주요 소비자가 된 것과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대변되는 소비자 일생에 걸쳐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그 출발점 중 하나가 TV다. 올해부터 전면에 내세운 회사의 지향점인 ‘경험’도 TV가 뒷받침되지 않았으면 반쪽짜리에 불과할 뻔했다. 중국을 비롯해 해외시장 개척의 첨병 역할을 한 제품 가운데 하나가 TV다. TV를 판매해 현지 소비자들이 ‘삼성’을 익히도록 했더니 다른 제품을 구매할 때에도 삼성을 먼저 고려했다. TV와 백색가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으로 소비자에게 브랜드 인식을 성공시킨 덕분에 삼성전자는 휴대전화과 스마트폰도 세계 1위를 달성했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화웨이 20% 점유율 달성하며 1위 등극


이런 ‘삼성 TV’가 중국시장에서 힘을 잃고 있다. 삼성전자가 잃어버린 시장 점유율은 로컬기업 화웨이가 빼앗았다. ABC 가제테시는 “스마트폰 부문에서 큰 모멘텀을 상실한 화웨이가 자국내 시장에서 프리미엄 TV모델 판매에 성공했다”면서, “2019년 이 시장의 10%의 점유율에 불과했던 화웨이는 2022년 초까지 최대 20%까지 끌어올려 1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화웨이가 스마트 TV의 성장세를 다른 제품 영역에 반영할 수 있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는 데, 이는 앞서 삼성전자로 살펴본 TV 판매 증가에 따른 부가효과를 말한다.

삼성전자가 LCD(액정화면)에서 OLED(유리발관다이오드), Q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TV 제품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생긴 일시적인 전략적 공백으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축소되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로컬기업의 기술과 제품 개발능력 등이 진화하면서 프리미엄TV 시장 내에서 브랜드별 차별점이 상쇄되면서 다수의 기업들이 참여해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자국 제품 구매 우선이라는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심이 TV시장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도 과거에 고급 TV시장은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브랜드가 장악했다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충분한 능력을 확보하면서 한국산 제품을 선택한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한번 시장에서 밀린 브랜드가 그 시장에 다시 들어와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특히 그 브랜드가 외국산이라면 말이다. 그동안 보지 못한 혁신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관심에서 멀어진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삼성의 뒤를 이어 중국 부자 가정의 안방을 차지한 화웨이 TV는 최소 5년간 중국 소비자들에게 인식될 것이다. 화웨이에 더 익숙해진 이들은 다음 TV를 구매할 때, 다른 제품을 구매할 때에도 화웨이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런 사례가 늘면 늘수록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삼성’은 빠르게 잊혀질 것이 분명하다.

B2B 덕분에 중국 매출은 성장 지속


백색가전, 스마트폰 등더 물론 자동차 등에서도 한국 브랜드 제품의 중국내 판매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TV 또한 중국업체에게 발목을 잡혔다. 해가 기울었다. 인위적으로 이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삼성전자로선 결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사업을 철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TV와 스마트폰 등의 판매가 줄면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이 줄었을 것 아니냐고 추측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회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 10년간 삼성전자 총 매출에서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 18.5%(2013년)에서 최대 32.2%(2018년)이었으며, 평균적으로 20% 중반대를 보여왔다. 매출액은 2012년 28조8033억원에서 2021년 59억7247억원으로 성장했다. 영업지표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메모리 반도체 등 소재 제품을 중심으로 한 B2B(기업간) 매출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중국에서의 B2C 사업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소비자를 대상으로한 브랜드 홍보 차원에서 끌고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국에서의 경험처럼 이미 패턴이 바뀐 중국 소비자 마음을 돌리기 위한 기반은 줄어들고 있다.

이를 인정하고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지역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끝까지 버티다가 존재감 없이 사라지는 찜찜한 마무리가 아닌, 영광의 기억이 남아있을 때 아름다운 퇴장을 고민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다른 국내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채명석 산업부장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