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미국 정부가 결제를 불허했기 때문에 달러화와 유로화로 갚아야 하는 이 돈을 루블화로 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재무부는 25일(현지시간) 보도문을 통해 “재무부가 책임 있는 채무자로서 모든 외채 변제 이행을 계속할 것임을 확인한다”면서 “(미국의) 해당 허가 연장 거부로 달러화로 국채 변제 지속이 불가능한 점을 고려해 상환을 러시아 통화(루블화)로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27일까지 상환해야 하는 국채 쿠폰은 달러화 결제 금액 7,125만 달러와 유로화 결제 금액 2,650만 유로(약 2,840만 달러)이다. 이 돈은 러시아의 국가예탁결제원으로 보내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비록 달러화나 유로화 대신에 루블화로 송금했어도 상환 의무를 이행했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채권자들이 러시아 국가예탁결제원으로부터 이 돈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채무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러시아와 채권자 측은 30일간의 유예 기간이 있어 이 기간에 해결책을 모색해볼 수 있다. 러시아 외교부와 재무부는 채권자가 국채 쿠폰을 받을 수 있도록 수단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새로운 수단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외신이 전했다.
ICE 데이터 서비스에 따르면 러시아가 앞으로 1년 이내에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은 87%로 분석됐다.
미국 정부가 25일로 끝난 러시아 국채 상환 유예 조처를 더는 연장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에 따라 미국 정부는 러시아 재무부, 중앙은행과 주요 민간 은행, 국부 펀드와의 거래를 전면 차단하는 제재를 단행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5월 25일 시한으로 러시아가 상환하는 채권 원리금과 이자를 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주었다.
러시아가 채권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대안을 찾으려 할 것이나 그런 대안이 있는지 불확실하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지적했다. 미국이 이번에 러시아의 상환금 결제를 거부하기로 함에 따라 유럽연합(EU)과 영국이 이와 유사한 조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 약 6,400억 달러의 보유 외환이 있었으나 이중의 절반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로 동결됐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