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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경제학자들, 법인세-인플레 상관관계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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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경제학자들, 법인세-인플레 상관관계 갑론을박

제프 베조스(왼쪽) 아마존 창업자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제프 베조스(왼쪽) 아마존 창업자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법인세를 올리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세계 두 번째 부자인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가짜뉴스라며 맹비판한 것을 계기로 법인세를 더 거두는 것이 과연 물가 급등세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놓고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잡고 싶다면 돈 많은 기업들이 제대로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취지의 글을 최근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베조스는 세금을 내는 것과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대통령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바이든은 베조스를 비롯한 미국의 상당수 부호들이 불어난 자산에 비해 세금은 쥐꼬리만큼 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과연 바이든의 주장대로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늘리는 것이나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강화하는 것이 인플레이션과 함수 관계에 있는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백악관 “바이든 대통령, 친노조 행보에 앙심 품은듯”


미국 백악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백악관. 사진=로이터


베조스가 바이든 대통령이 거론한 인플레이션 해법을 잇따라 저격하자 백악관도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16일(이하 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언론담당 부보좌관은 이날 낸 성명에서 “초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세금을 올리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세계 두 번째 부자인 베조스 같은 인물이 반발하고 나선 이유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부자에 대한 세금이 강화되면 누구보다 큰 손해를 입을 사람이 베조스라는 점에서 베조스의 비판은 놀랍지 않은 주장이라는 것.

그는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아마존 직원을 비롯한 노동단체 관계자들과 백악관에서 만난 직후에 베조스가 트위터에 글을 올린 것 역시 놀라운 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노동계로부터 큰 지지를 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 아마존과 스타벅스 노조 관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이들은 무노조 경영원칙을 고수해온 아마존과 스타벅스에서 처음으로 노조를 결성한 인사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두 대기업의 첫 노조 결성을 성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에 베조스가 강한 불만을 품고 날을 세운 것 아니냐는 것.

◇경제학자들 ‘법인세-인플레 상관관계’ 갑론을박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대로 법인세를 올리는 것이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AP통신은 “여러 경제전문가들의 입장을 취재한 결과 바이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쪽이 주류를 이뤘으나 쉬운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다”고 보도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역임하고 하버드대 총장을 지냈으며 현재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래리 서머스는 이날 올린 트윗에서 “베조스가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한 내용은 대체로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서머스 교수는 “세금을 인상하면 수요를 감소시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적으로 합리적이며 그런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인식에 공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헤리티지재단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보수성향의 싱크탱크로 유명한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일하는 마이클 스트레인 경제정책 담당 이사도 법인세를 올리는 것과 물가를 잡는 것은 상관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트레인 이사는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의 지출 규모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는다”면서 “기업의 투자 지출이 감소하면 총수요가 줄어들면서 물가를 낮추는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밝혔다.

다만 스트레인 이사를 포함해 여러 이코노미스트들은 조건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세율 인상을 통해 세금을 더 걷어 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결과를 얻는 문제는 하루이틀이 아니라 여러달이 걸리는 문제일뿐 아니라 인플레가 완화되는 정도도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

미국 굴지의 자산운용사 노던트러스트의 칼 타네바움 선임 이코노미스트도 “내가 정책 당국자라면 법인세 인상을 통해 인플레를 완화시키는 방법은 우선 순위에서 한참 아래에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의 앨런 아우허바흐 경제학 교수는 법인세 인상이 오히려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시각을 피력했다.

그는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어 생산원가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면서 “결국 법인세 인상은 장기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