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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크라 사태로 곡물 값 폭등…중동 '빵 시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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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크라 사태로 곡물 값 폭등…중동 '빵 시위' 가능성

우크라이나 근처에 주둔한 러시아 군대가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우크라이나 근처에 주둔한 러시아 군대가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주식인 옥수수와 밀 최대 생산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쟁 우려가 가시화되면서 중동에서도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정치적 불안의 망령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식량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다.

국제 기준인 시카고 상품 거래소(Chicago Board of Trade) 옥수수 선물은 현재 단기 계약의 경우 부셸(1부셸=25.4㎏)당 6.2달러에서 맴돌며 1년 전보다 10% 이상 올랐다. 밀 선물은 부셸 당 20% 더 높은 약 7.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밀 수출량이 글로벌 밀 시장에서 30% 가량 차지하고 있어 갈등이 커지면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4년 3월 크림반도 병합을 발표하기 전 두 달 동안 국제 밀 가격은 20% 이상 치솟았다.

곡물 가격은 지정학적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밀 선물은 지난 해 11월 8.6달러를 넘어 9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 러시아와 벨로루시 양쪽에 약 10만명의 군대를 배치했으며 미국과 유럽은 침략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쟁 방지 노력이 실패할 경우 농업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 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다. 세계 생산량 10%, 국제 수출 20%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10%의 점유율을 가진 다섯 번째로 큰 수출국이다. 이 나라는 또한 글로벌 옥수수 시장 10%를 차지한다. 해바라기 기름과 보리도 대량으로 수출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이 지역은 세계 최대 밀 소비국이지만 건조한 기후와 제한된 수자원으로 인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집트는 밀의 주요 수입국이며 러시아에서 곡물의 60%, 우크라이나에서 거의 30%를 수입하고 있다.

돼지 사료로 사용하는 세계 최대 옥수수 수입국인 중국도 우크라이나로부터 상당량을 수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출량의 30%가 중국으로 간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은 세계 최대 밀 소비국인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은 세계 최대 밀 소비국인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러시아의 농업 지역은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 남서부에 집중되어 있다. 우크라이나의 밀과 옥수수는 주로 중부와 남부에서 재배된다. 분쟁이 발생하면 농업 벨트가 손상되고 흑해 항구에서 전 세계 곡물 운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방은 침략에 대응해 러시아 곡물 수출을 제한하는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세계 밀 수요는 인구 증가와 삶의 질 개선으로 확대되었다. 캐나다와 미국 밀 수확은 고온과 건조한 날씨로 인해 2021-2022년 재배 시즌에 감소했다.

전 세계 밀 재고는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벼랑 끝이 본격화되면 수급 균형이 더 빡빡해진다.

옥수수도 비슷하다. 세계 2위의 수출국 브라질은 덥고 건조한 날씨를 겪고 있으며 2021-2022 시즌의 작물 예측은 반복적으로 하향 조정되었다.

우크라이나산 옥수수는 유전자 변형이 없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에서 공급이 급감할 경우 최대 수입국인 미국으로부터의 조달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이후 2020년부터 미국산 옥수수 수입을 늘리고 있다.

식품 가격의 급등은 가계 재정, 특히 신흥 경제국 재정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2월 3일 발표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월의 식품가격지수는 평균 135.7포인트로 12월보다 1.1% 상승했다.

높은 곡물 가격은 중동 불안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식량 지수는 2011년 2월 아랍의 봄 봉기가 독재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발생한 137.6포인트의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빵 가격 인상은 대중의 분노를 자극한다.

식품 가격 상승에다 유가 인상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게 된다.

중앙은행이 더 엄격한 정책 조치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경우 팬데믹에서 여전히 회복 중인 세계 경제에 발작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