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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이번주 현대중-대우조선해양 합병에 거부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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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이번주 현대중-대우조선해양 합병에 거부권 행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에 대해 EU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에 대해 EU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이 이번 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20억 달러(약 2조3880억 원) 합병에 대해 공식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 브뤼셀의 EU집행위원회에서 유럽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해 합병 회사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지배 우려를 드러냈다.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는 11일(현지 시간) EU집행위원회가 기업 제휴에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세계 최대 조선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의 20억 달러 규모의 합병을 저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 매체에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합병이 반경쟁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승인을 반대할 것이고 이 결정은 이번 주에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EU 유럽위원회는 이에 대한 공식 언급을 거부했다.

EU의 이번 거부권은 2년 전 인도 타타철강과 독일 티센크루프와의 제휴를 막은 이후 처음으로 소비자 가격 인상을 우려한 데 따라 나오는 것이다. 특히 올 겨울 유럽에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은 가운데 나왔다. 아시아 지역의 LNG선 운임이 전 세계 수요 급증으로 인해 하루에 30만 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두 한국 기업은 LNG선 선박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EU의 한 관리는 “양사의 합병을 저지하는 것이 유럽 소비자들이 석탄보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지만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원인 LNG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세계 3위의 LNG 수입 지역이다.

이번 합병안이 지난 2019년 현대중공업에서 나오자 EU집행위원회는 조선소 일부 매각을 포함한 비공식 제안을 했으나 현대중공업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EU 기업에 중요한 공급 업체이며 전세계 화물선 생산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전체 75척 중 45척의 대형 LNG선을 신규 수주해 세계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양사의 합병안은 싱가포르, 중국, 카자흐스탄의 감독당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았으나 협상이 성사되려면 EU, 일본, 한국의 청신호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경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당분간 LNG선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일부 기술을 국내 소규모 조선소에 이전할 것을 제안했다.

현대중공업은 EU가 무조건 합병을 승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조선시장에서 시장점유율만으로는 시장지배력을 평가할 수 없고 시장구조상 특정 기업이 독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이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율 55.7%)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 내 조선사들을 지배하는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에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출자하고, 대신 한국조선해양 주식을 받는 방식이다. 이후 6개국에 기업 결합 심사를 요청했다.


남호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h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