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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상담자 원형 보여준 예수님의 탄생은 축하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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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상담자 원형 보여준 예수님의 탄생은 축하할 일"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250)] 즐거운 크리스마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삶의 고민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뛰어난 상담자였다.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절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삶의 고민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뛰어난 상담자였다.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절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이제 며칠 지나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기독교의 창시자인 예수님의 탄신일과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신일을 공휴일로 지키고 있다. 왜 우리나라에서 두 종교 창시자의 탄생을 공휴일로까지 제정하면서 기리는지 그 기원에 대해 밝히는 것은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다. 다만 두 분의 탄생을 축하하고 기뻐하는 것은 그들이 추구하고 상징하는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다. 또 그들이 창시한 종교를 믿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것을 인류의 핵심적인 가치라고 인정하고 삶에서 실현하려는 마음을 다짐하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영국의 작곡가 헨델(George Frideric Handel)의 작품 「메시아」는 종교 유무를 떠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원래 ‘크리스마스(Christmas)’의 어원은 ‘Christ’와 ‘Mass’의 합성어로 그 의미는 ‘그리스도에게 드리는 미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실 ‘생일’이라는 의미는 없었지만, 요즘에는 ‘예수님(Jesus)의 생일을 축하하는 날’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Christ’라고 불리는 ‘Jesus’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기독교 교리에 따르면 그는 ‘하나님(God)’인 동시에 ‘인간(Man)’이다. 이것은 ‘성육신(成肉身·Incarnation)’이라는 교리, 즉 하나님인 그리스도가 사람의 몸으로 동정녀(童貞女)를 통해 태어나서 인류를 구원했다는 교리에 따른 것이다. 예수는 신성(神性)과 인성(人性)을 동시에 가진 존재이다. 일견 이해하기 어려운 교리의 의미는 이 글에서 다룰 성격이 아니다. 다만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알기 위해 그를 기독교에서 어떤 존재로 믿는지가 더 중요하다. 예수가 태어나기 700여 년 전에 선지자 이사야(Isaiah)는 그에게 네 가지 이름이 있다고 예언했다. 첫째는 “기묘자 모사” “전능하신 하나님” “영존하는 아버지” 그리고 “평강의 왕”이다.

이 중 상담을 공부하는 심리학자로서 필자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기묘자 모사”이다. 기묘자는 우리의 일상 언어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생경한 단어이기 때문에 그 뜻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더구나 ‘모사(謀士)’라는 단어도 느낌이 별로 좋지 않다. 종종 뒤에 ‘꾼’이라는 단어가 붙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뒤에 ‘꾼’이 붙는 단어는 사기꾼·주정꾼·노름꾼·난봉꾼 등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인정받기 위해 좌절하는 사람들의 '한 줄기 빛'
상담자는 온유하고 겸손한 '공감 능력' 필수적
상담의 최종상태는 진정한 '마음의 쉼' 얻는것

이처럼 생소한 용어가 영어 성경에는 “Wonderful Counselor”로 더욱 친근한 용어로 소개되어 있다. 즉 그는 “뛰어난 상담자”라는 것이다. 상담(相談)의 일반적인 의미는 심리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담자가 문제를 해결하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활동이다. 그리고 상담자는 상담을 해주는 전문가이다. 상담자로서 예수님은 자신이 하는 상담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리고 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아, 다 내게로 와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 그리고 대부분의 영어 성경들도 비슷한 내용이다.

여기에서 ‘수고하고’의 의미는 신약 성경의 헬라 원어 주석가들에 따르면 ‘스스로 많은 일들을 하며 계속해서 피곤에 지친 상태’를 의미한다. 또 ‘무거운 짐’의 본래 의미는 ‘타인에 의해 무거운 짐을 진 채 계속 지쳐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육체적 의무 외에 특별히 전통적으로 부과되는 율법(律法)과 유전(遺傳)의 짐을 의미한다고 한다. 예수님이 말하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은 전통적으로 부과되는 율법과 계명을 지키기 위해 지쳐 있는 상태를 일컫는 것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 같은 해석은 1988년 독일 성서공회에서 현대 독일어로 출간한 성경(Die Gute Nachricht)에 “율법학자들이 부과한 계명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아”라고 번역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기독교인 사이에서 많이 읽히고 있는 유진 피터슨(Eugene Peterson)의 『메시지 성경』도 “너희는 피곤하고 지쳤느냐? 종교 생활에 탈진했느냐?”라고 유사하게 번역하고 있다. ‘종교 생활에 탈진’했다는 것은 ‘율법학자들이 부과한 계명’을 지키다가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졌다고 하는 것과 의미가 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크리스마스를 종교의 유무와 관계없이 기뻐할 이유가 될 것이다. 예수라는 존재를 ‘신(God)’으로만 여기며 기독교를 신봉하지 않는다면 그의 존재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사람(Man)’으로 여긴다면 ‘뛰어난 상담자’인 그에게 배울 점이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왜 우리가 힘들게 살아가는지 그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배울 필요가 있다. 그에 의하면, 우리는 누군가가 옳다고 가르치는 가치와 기준을 따르려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물론 소수의 정통 유대인이 아니라면 2000여년 전 유대교의 율법학자들이 부과한 계명 때문에 힘들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율법학자 대신에 부모나 교사 또는 사회적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압력에 부응하기 위해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물론 율법학자들이 사람들을 괴롭히기 위해 무거운 짐을 지운 것은 아닐 것이다. 이들의 종교적 판단에 의하면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지키기 힘든 계명을 부과한 꼴이 되고 말았다. 현재의 부모들도 자식들이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것이 좋아서 많은 기준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 자식이 잘되게 하기 위해서” 하는 훈계이고 기준일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자녀들이 힘들게 살지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상담실에서는 부모가 원하는 기준에 도달해 인정을 받기 위해 또는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해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다.

뛰어난 상담자에게서 두 번째 배울 점은 상담자의 자세이다. 그는 상담자가 “온유하고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다. 상담심리학계에서도 상담의 성공 여부는 상담자가 사용하는 이론이나 기법보다는 상담자의 인품이나 성숙도에 더 많이 좌우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리고 현대 상담에 결정적 공헌을 한 칼 로저스(Carl Rogers)에 따르면, 상담자는 내담자를 존중하는 마음과 내담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공감 능력이다. 즉, ‘무조건적 존중(unconditional positive regard)’과 ‘공감적 이해(empathic understanding)’ 그리고 ‘진실성(genuineness)’이다. 예수님이 뛰어난 상담자로서 자신의 성품으로 소개한 “온유함”과 “겸손함”은 비록 사용한 단어는 다르지만 그만큼 내담자의 마음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동일한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상담의 목표이다. 최근의 여러 상담이론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상담의 목표는 내담자의 ‘잠재력의 실현’이다. 다른 말로 하면 자기실현(self-actualization)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외부의 지나친 지시나 간섭에서 벗어나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의 상담 목표는 한글 성경과 영어 성경에는 “마음의 쉼(rest in souls)”을 얻게 하는 것이다. 『메시지 성경』에서는 “자유롭고 가볍게 사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라고 번역했다. 그리고 위에서 소개한 독일어 성경에는 “삶의 실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같은 원본이라도 번역을 하는 나라, 번역자, 시기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이들 다양한 표현을 관통하는 정신은 잡을 수 있다. 즉, 상담의 목표는 삶의 실현인데, 이 실현은 자유롭고 가볍게 살 때 제일 효과적이고, 그 최종 상태는 마음이 진정으로 쉼을 얻는 것이라는 것이다. 성경을 보면, 그와 상담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즐거워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독교적 용어로 ‘구원(救援)’을 받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요즘 상담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윤택해졌을지 모르지만 심리적으로는 여러 요인 때문에 위축되고 불안이 증대하고 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몸이 아파 의사를 찾을 때, 또는 마음이 아파 상담자를 찾을 때 그의 종교가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없다. 단지 그가 유능한 의사인지 또는 상담자인지가 중요할 뿐이다. 이런 점에서 진정한 상담자의 모습을 말뿐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 행동으로 보여준 “뛰어난 상담자”의 원형을 보여준 예수님의 탄생은 기꺼이 즐거워할 일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지금 좋은 상담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받아야 할 뛰어난 상담자의 존재는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축하할 일이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