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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조기숙 뉴발레단 기획공연 'Re: connect'…정이와 안무의 현대발레 '흔들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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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조기숙 뉴발레단 기획공연 'Re: connect'…정이와 안무의 현대발레 '흔들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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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와 안무의 현대발레 '흔들림에 대하여'
정이와 발레안무가는 가을을 여는 의식으로 9월 7일 여덟 시, 이대 삼성홀에 사람 사이의 흔들림을 명제로 한 단편 <흔들림에 대하여>를 상정했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면서 “관계 안에서 균형을 위해 흔들렸고 흔들리고 흔든다. ”흔들림의 시원과 향방은 알 수 없지만, 흔들림으로부터 자유”를 갈망하는 전개는 얽힘과 풀림, 안정과 불안정, 대면과 외면의 흔들림을 통해 관계의 균형을 표현한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로 짠 아르보(Arvo Pärt–Fratres)의 음악이 각 장에 깔린다. 효과음으로 역 대합실의 소음과 경적이 쓰인다.

도입부, 우연과 필연 사이에 쉼 없는 관계가 이어진다. 만나고 멀어지고 외면하고 헤어지고, 가까워지고 마주하는 사람들 사이의 수많은 관계의 잔상이 나타난다. 이 장면은 두 사람 사이의 거리, 시선의 변화를 통해 담백한 관계성을 표현한다. 동시에 무대 뒤 공간(천 오브제)에서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멈춰서고 다시 일어서는 무용수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면서 관계 이면에 일어나는 에너지를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기차역 대합실의 소음과 경적이 들린다. 정이와, 김명윤, 이수민은 분주하게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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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와 안무의 현대발레 '흔들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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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위의 두 무용수는 먼 거리에서 점차 거리를 좁히면서 마주하며 서 있다. 그들의 시선이 다양하게 처리되면서 움직임에 변화를 준다. 스판 재질의 천에 들어간 무용수는 천에 위태롭게 기대어 불안정한 모습이다. 한 곳에 멈춰 머물지 않고 저항을 이겨내며 계속 나가려고 하는 듯 쓰러지고 일어나는 움직임을 반복한다. 관계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안정한 에너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안무적 표현이다. 정이와는 일상적 움직임을 철학적 요소로 삼고 사유와 고찰을 통해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행위를 계속해 왔다.

1장: ‘얽힘과 풀림’, 끊임없이 얽히고 풀리는 움직임은 자신과 내면의 자신과의 관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상태를 나타낸다. 접촉에 의한 연결성, 잡아당기고 밀어내는 힘에 의한 무게 중심의 이동, 몸통과 몸통 사이의 나선적 움직임은 쉽게 끊어낼 수도, 이어갈 수도 없는 경계에 서 있는 인간의 모습이다. 한정된 공간의 탑 조명에서 장의 중·후반으로 가면서 무대 앞쪽 횡렬의 사이드 조명이 두 무용수의 움직임으로의 몰입을 유도한다. 인간 실타래가 보여주는 유한 움직임의 주체는 세상을 즐겁게 만들 가능성을 소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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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와 안무의 현대발레 '흔들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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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와 안무의 현대발레 '흔들림에 대하여'


두 무용수가 마주하거나 외면하는 관계 사이에서 서로 얽히고 풀리는 움직임, 한정된 공간에서 중력의 저항을 덜 받게 눕거나 앉은 자세에서 팔에 의지하며 서로의 무게중심을 나눠서 균형을 잡으려 하거나, 선 자세에서 서로 접촉하고 있는 팔로 전해지는 밀고 당기는 힘으로 발생하는 움직임을 이용하여 서로 다가가다가 멀어지고, 꼬이다가 풀리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인다. 파국을 원치 않는 인간은 일시적 방편으로 서로에게 의지하거나 통속적이거나 전형적인 비극을 중심선에서 배제한다.

두 인물의 관계성 3가지는 장(場)마다 다른 모습으로 무대 앞에서부터 뒷공간을 순차적으로 사용하며 보여 지도록 연출한다. 그 가운데 1장(場)의 관계성은 늘 마주하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쉽게 끊어낼 수도 없고, 맘처럼 이어갈 수도 없는 관계를 나타낸다. 이를 위해 안무가는 두 무용수 사이에서 얽히고 풀리는 패턴의 움직임을 탐구하고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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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와 안무의 현대발레 '흔들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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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휘둘림과 흔들림’, 관계 안에서 흔들리지 않으려 할수록 더 크게 요동치고,때론 흔들림 앞에서 저항할 새도 없이 무기력하게 당하는 상태를 표현하고자 하였다.일방적 소통방식에 의한 단절감,타격감,고독함,대등하지 못한 관계성은 상충하는 힘에 의한 움직임,엇갈리는 시선 등을 활용하여나타낸다. 일방적인 힘에 휘둘리고, 그 힘 탓으로 무기력하게 흔들린다. 한 무용수는 상대 무용수를 끊임없이 바라보고 다른 무용수는 상대 무용수를 절대 마주 보지 않도록 엇갈린 시선이 처리된다.

움직임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고 순간적으로 끊어진다. 무대 중간 하수 쪽에 집중된 탑 조명은 두 무용수의 밀도 있고, 긴장감 있는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블루, 퍼플 계열의 색 조명을 추가로 사용한다. 2장의 관계성은 일방적으로 누군가를 휘두르고 수동적으로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을 최대한 좁힌 상황에서 서로의 에너지가 끊겼다가 다시 인위적으로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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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안정과 불안정’, 이어지는 관계 속에서 어떻게든 균형을 잡으려는 애를 쓰는 모습이 보인다. 두 사람이 동등한 위치에서 끝까지 서로를 대면하면서 안정과 불안정의 경계에서 흔들림, 밀어내고 끌어당기는 힘에 의한 공간감을 통해 관계에서의 역동성을 표현한다. 중심을 잃고 기울어지거나 무너지는 움직임, 상대 무용수에게 기대거나 매달리는 움직임, 오프 발란스 상태의 움직임을 주로 사용하면서 관계에서의 불안정함을 나타낸다.

무대 뒷 벽면에 한 지점에서 점점 넓은 범위로 조명은 퍼져나간다. 움직임이 전게되면서 뒷 벽면의 조명이 두 영역으로 갈라지면서 대립적이고 충돌하는 두 무용수 사이의 관계성이 드러난다. 3장의 관계성은 서로가 대등한 위치에서 한때는 약자가 되기도 하고 때론 강자가 되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서로 충돌하기도 하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나타낸다. 안정과 불안정의 경계 사이를 위태롭게 이어가는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오프- 발란스 상태의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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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와 안무의 현대발레 '흔들림에 대하여'


4장: ‘흔들림에 대한 관조와 허용’, 나 자신과의 관계(솔로)에서, 타인과의 관계(듀엣)에서, 우리라는 관계(트리오)에서 매 순간 흔들리면서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이 표현된다. 관계 내에서의 흔들림을 고요히 바라보니 문득 흔들림을 멈추기 위해 저항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흔들림을 허용한다면 관계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질문을 던지면서 장면은 마무리된다. 안무가의 메시지는 무대 딋편 상부에서 자유롭고 유연하게 흔들리는 천의 움직임에 투영된다.

세 명의 무용수가 각자의 길을 걸으며 자신만의 흔들림을 나타내는 장면, 서로의 끌림에 의해 가까워지기도 하고 밀어냄에 의해 멀어지기도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안무된다. 세 사람이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그 자극에 반응하며 움직임을 이어가는 모습을 통해서 유기적으로 서로 연결되며 흔들리는 모습을 나타낸다. 아르보의 음악이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무대 뒤 상부에서 횡렬로 천이 휘날린다. 개인적인 공간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흔들리고 멈춰선다. 접촉 즉흥 방식으로 서로의 공간을 탐색하고, 서로의 접촉면을 활용하여 혼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세 명이 서로의 무게중심을 나눠가며 움직임을 진행한다. 각자가 따로 또 같이 모였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트리오의 움직임 흐름을 유지해 간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