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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경제 침체 아니다"…폴 크루그먼 '바이든 붐' 발언 놓고 진보‧보수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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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경제 침체 아니다"…폴 크루그먼 '바이든 붐' 발언 놓고 진보‧보수 격돌

폴 크루그먼 미 뉴욕시립대 교수.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폴 크루그먼 미 뉴욕시립대 교수. 사진=로이터

고물가 속에 미국이 경기 침체 국면에 과연 진입했는지를 놓고 미국 사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그가 미국 경제가 아직 경기 침체기에 들어선 것은 아니라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을 넘어 ‘바이든 붐’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가며 강하게 옹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크루그먼 “미국 경제 아직 침체국면 아니다”


폴 크루그먼 교수(오른쪽)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CNN이미지 확대보기
폴 크루그먼 교수(오른쪽)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CNN


논란의 발언은 크루그먼 교수가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 나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진행자로부터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미국은 경기 침체에 진입하지 않았다”고 무뚝뚝한 어조로 답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진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현재 경기 침체가 왔다면서 적용하는 기준 가운데 어느 것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는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물론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현 상황을 경기 침체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 상부무가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에 이어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지난 28일 발표했으나 바이든 정부는 아직 이를 경기 침체의 근거로 해석하지는 않고 있다는 뜻이다.

백악관과 크루그먼 교수는 실업률이 역대급으로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소비 지출도 탄탄하다는 점을 들어 아직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 것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폭스뉴스에 따르면 크루그먼 교수의 이같이 주장이 전파를 탄 뒤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과 비판이 쏟아졌다. 이른바 ‘신케인스주의자’로 분류되는 크루그먼은 미국 사회에서 자유주의자 또는 진보주의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성향 방송매체인 폭스뉴스는 연일 백악관과 크루그먼의 발언을 비판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이 경기 침체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 상황에 엉뚱한 진단을 하고 있다는 것.

◇일자리 증가 놓고 엇갈린 해석


폴 크루그먼 교수가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폴 크루그먼 교수가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크루그먼 교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2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바이든 행정부 덕에 경제가 탄탄하다는 뜻으로 ‘바이든 붐’이라는 표현을 쓴 뒤부터 나에 대한 조롱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이 차트를 한번 참고하기 바란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크루그먼이 글에 첨부한 차트는 미국의 누적 일자리 창출 추이에 관한 통계로 바이든 대통령 재임 시절과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을 비교한 내용이었다. 크루그먼이 올린 자료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일자리 창출 실적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는 추가로 단 글에서 “바이든 정부 들어 경기가 지나치게 활성화된 결과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킨 측면은 있을 수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일어난 인플레는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폭스뉴스는 “크루그먼 교수는 현재 인플레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 때문에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은 침체가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도기적인 상황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라고 전했다.

폭스뉴스는 이어 “크루그먼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생겨난 일자리의 대부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봉쇄조치가 끝난 뒤에 창출된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보수성향 매체 타운홀닷컴에 컬럼니스트로 활동하는 보수논객 데렉 헌터도 이날 올린 트윗에서 크루그먼이 치켜세운 바이든 정부의 일자리 창출 실적에 대해 “바이든 정부가 새로 일자리를 창출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일자리가 되돌아온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