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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년 만에 무역적자 200억달러 눈앞…건국이래 최대 기록 경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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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년 만에 무역적자 200억달러 눈앞…건국이래 최대 기록 경신하나

1~7월 150.3억달러, 2008년 이후 14년만 넉달 연속 적자
2008년 연간 132.7억달러 적자도 단 7개월 만에 뛰어 넘어
적자 기조 이어지면 기존 1996년 206.2억달러보다 많을 듯
대중무역수지도 1992년 이후 30년 만에 석 달 연속 적자

산업통상자원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9월 이후 약 14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1일, 부산 남구 감만(위) 및 신선대(아래)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산업통상자원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9월 이후 약 14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1일, 부산 남구 감만(위) 및 신선대(아래)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7월에도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이 급증하면서 4월 이후 4개월 연속 대규모 무역적자가 발생한 가운데, 8월 이후에도 이같은 상황이 지속 되면 건국 이래 최대 무역적자였던 지난 1996년의 206억2000만달러를 26년 만에 뛰어넘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1992년 이후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대중 무역적자도 8월 이후에도 지속할 전망이 높아 30년 만에 연간 무역적자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7월 수출입 실적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9.4% 증가한 607억달러, 수입은21.8% 늘어난 653억7000만달러로, 무역수지는 46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 무역수지는 지난 1월(-49억300만달러)에 이어 4월(-24억7700만달러), 5월(-16억1400만달러), 6월(-25억7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며, 7월에는 적자 규모가 커졌다. 아울러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6∼9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올해 누적 무역적자액은 150억3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08년은 한국이 연간 전체 무역적자를 기록한 가장 최근의 해로 132억68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올해 7개월 동안의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14년 전인 당시의 연간 적자(-132억6800만달러) 기록을 벌써 넘어섰다는 것이다.

또한 관세청과 한국무역협회가 공개하고 있는 연간 수출입 통계 데이터를 살펴보면, 기록을 공개하는 1958년부터 올해까지 연간 무역적자가 1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2008년과 함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직전인 1995년(-100억6100만달러)와 1996년(-206억2400만달러) 등 총 세 번이었으며, 올해가 네 번째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8월에도 7월에 버금가는 적자를 기록한다면 역대 최대인 1996년에 이어 두 번째로 200억달러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1996년에도 12개월 내내 적자가 쌓여 이뤄진 것인데 반해 올해는 8개월 만이라는 가장 짧은 기간에 기록한다는 것이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이미지 확대보기
자료=산업통상자원부

물론 1996년과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비교해선 안된다. 당시와 현재의 한국 경제 규모와 체력이 튼튼하고, 무엇보다 7월까지 수출이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5대 주요 수출품목 중 7개 품목, 9대 지역 중 5개 지역 수출이 증가한 점도 긍정적이라는 게 산업부 측의 설명이다.

수입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미‧중 무역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대외변수가 해결이 안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고공상승으로 수입 부담이 가중된게 전체 수입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산업부에 따르면 7월 주요 에너지 품목의 가격은 원유가 전년동월 대비 41.4%, 가스는 113.9%, 석탄은 173.5% 급등했다. 이에 따라 월별 수입액은 3월 635억9000만달러 → 4월 603억3000만달러 → 5월 631억9000만달러 → 6월 602억 달러 → 7월 653억7000만달러 등 점진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 원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97억1000만달러)보다 87억9000만달러(90.5%) 증가한 185억달러로 전체 수입 증가세를 주도하며 적자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현재의 상황이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에너지원 중심 수입 증가가 수출 증가율을 상회함에 따라 무역적자가 발생하였으며, 일본과 독일 등 주요국들도 에너지 수입급증으로 무역수지가 약화되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올 상분기 무역적자는 역대 사상 최대로 7조9000억엔(약 644억달러)가 독일 지난 5월 1991년 이후 31년 만에 월간 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에너지 비용 상승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수출에 총력을 기울여 외형을 확대해 나간다면 전체 무역 적자 증가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 200억달러는 숫자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수출은 선전하고 있으나 공급망 단절에서 비롯된 충격이 크다. 더군다나 원‧달롸 환율 상승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대 등 경기침체가 심화로 주요 수출국의 소비 위축이 하반기 본격화 됨에 따라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이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하는 한편, 투자와 생산 계획을 재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무역수지가 200억달러에 달한다면 기업의 수출활동을 급격히 위축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중 무역수지가 7월에도 5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한국과 중국이 국교를 수립한 해인 1992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3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이어간 것도 경기 침체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대중 수출은 132억4000만달러로 작년 동월 대비 2.5% 감소한 반면, 대중 수입은 19.9% 늘어난 123억1800만달러였다.

산업부는 이날 잠정치 발표인 만큼 대중 품목별 수입 현황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한국에서 생산하는 완제품에 들어가는 중간재와 원재료의 중국산 수입이 늘어나는 교역구조의 변화 기조가 이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국내기업의 중국 현지 생산법인이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 등 타지역으로 이전함에 따라 현지로의 중간재 수출이 정체되고, 내수시장에서의 점유율 축소로 중국향 제품 수출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에, 8월 휴가기간에 이어 하반기 수출을 위한 국내 기업들의 제품 생산을 확대할 경우 주춤했던 중국산 중간재‧원재료 수입이 늘어나 적자기조가 고착화되어 연간 기준 마지막 무역적자를 기록한 1992년 이후 20년 만에 무역적자가 이뤄질 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