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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의 전통춤, 그 발화적 향기…서영님 안무의 '서영님의 춤, 그 향기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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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의 전통춤, 그 발화적 향기…서영님 안무의 '서영님의 춤, 그 향기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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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춤(출연 서영님)
은방초 피는 언덕에 제비꽃 되어/ 구여(九如)의 송축을 기억한다/ 여제의 길, 그 영광과 고독 위에/ 장고와 북을 진설하면/ 내 안에 징소리 같은 파문이 인다/ 사계의 희로애락을 오색으로 엮어/ 원통(圓通)의 장중한 세계에 이르면/ 앞뒤탈춤이거나 장검무가 대장군임을 알린다/ 영혼을 판 스승의 제자는 영광의 빛을 장착하고/ 나무 수레에 꽃 단을 쌓는다/ 늦은 저녁이 어슬렁거릴 때 마다/ 제비 날던 그곳으로 만병채 오랑캐장구채 내음 번질 것 같다/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님무용예술원’ 주최, 서영님 안무·총예술감독의 <서영님의 춤, 그 향기>(2022) 공연이 있었다. 1996년부터 사용해온 무제(舞題) 속에 서영님을 통해 파생되는 담론적 소재가 무수히 피어나고 있었다. 서영님은 전통무에 깊이 천착하여 직설적 도구의 설득적 대면으로 춤 위상을 격상시킨 대표 무용가이다. 「구고무」의 건재와 「파문, 마음이여 파문일레」를 통해 그녀의 일렁이는 마음을 읽어내면서 제자들의 성장을 살피는 즐거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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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춤(출연 서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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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은방초류, 출연 김명신 황시예 유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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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은방초류, 출연 김명신 황시예 유채연)


제자인 방송인 서현진이 7종 춤의 해설을 맡아 진정성을 더했고, 서영님은 「장고춤」(조용자류), 「북과 여인」(진도북춤, 박병천류), 「파문, 마음이여 파문일레」, 「9고무, 그때 그 여인」(태평성대를 기원하는 9개북의 울림, 이숙향류)을 담당했고, 간무3제(間舞三題)인 「회상」(은방초류, 출연 김명신 황시예 유채연), 「알쏭달쏭」(앞뒤탈춤, 은방초류, 출연 정명훈 김명신 황시예 조인호 유채연 손무경), 「신검무」(출연 정명훈 조인호 손무경)가 제자들에 의해 추어졌다.

한국무용가 서영님의 춤 인생 60년에 걸친 서사는 영상으로 구현되어 그녀의 춤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귀중한 자료가 되었고, 전통춤의 계승과 현대적 해석을 제시하는 무대’가 되었다. 유년 시절부터 은방초 춤을 교본으로 하고, 스승의 가르침을 경전으로 삼은 바른 춤 정신과 윰직임은 전통춤 제단에 올리는 경건한 헌사(獻辭)이다. 그녀 자신이 이제 ‘님무용예술원’(대표), ‘은방초춤보존회’(이사장)라는 무소(舞巢)를 꾸려 ‘서영님舞’의 원형이 되었다.

북과 여인(진도북춤, 박병천류, 출연 서영님)이미지 확대보기
북과 여인(진도북춤, 박병천류, 출연 서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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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과 여인(진도북춤, 박병천류, 출연 서영님)


이번 공연은 전통춤과 창작춤이 상호 보완적 관계이며, 원소스 멀티유즈(OSMU)를 예증하는 실체임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서영님이 서울시립가무단 안무 시절 ‘전통춤을 통한 한국 뮤지컬의 정착’에 이바지한 과정을 유추하게 만들었다. 서영님은 서울시립가무단 예술감독 시절, 「나는야 호랑나비」 「바다를 내 품에」 「양반전」 「용이 나리샤」 등 전통춤의 화려한 변주를 거친 다수의 작품을 안무하면서, 토종 뮤지컬의 정착에 공헌했다.

서영님의 「장고춤」은 조용자 선생의 장구춤에 뿌리를 두면서 정인방, 은방초로 이어져 서영님의 장구춤으로 거듭난다. 빨간 치마에 흰 저고리의 의상은 민속춤과 차별화된다. 장고의 채가 백성과 황후를 이어주는 끈이라고 생각한다. 서영님 몸체의 매혹적인 선과 디딤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다양한 장단의 변화와 도약을 이룬다. 경기민요 ‘한강수타령’에 맞춰 장구를 비스듬히 어깨에 메고 흥신을 자아낸다. 그녀의 춤에 스승 은방초와 이매방의 춤사위가 엿보인다. 서영님은 장고를 미학적 대상으로 삼고 원효적 정열의 대중적 환호와 기꺼이 대면한다.

여성 삼인무의 「회상」은 신무용가 은방초의 ‘살풀이춤’으로써 전통춤의 정서를 가득담아 미적 상부구조를 이룬다. 서영님의 제자인 김명신, 황시예, 유채연이 종교적 기능의 상당 부분을 탈색한 예술춤으로 신비감을 일군다. 한국춤의 우월적 인자들을 탑재한 춤은 리듬예술의 장점을 살리면서 푸른 하늘에 뜬 무지개처럼 자신의 기교들을 전시하듯 섬세하게 환상의 춤을 연기한이다. ‘회상’이라 명명된 이 춤은 한국무용협회로부터 명작무 제15호(2018년)로 지정되었다. 독특하고 과감한 리듬과 율동, 섬세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살풀이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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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앞뒤탈춤, 은방초류, 출연 정명훈 김명신 황시예 조인호 유채연 손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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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앞뒤탈춤, 은방초류, 출연 정명훈 김명신 황시예 조인호 유채연 손무경)


「북과 여인」에서 서영님의 북춤은 ‘진도북춤’으로 추는 민속의 걸북춤이 아니다. 서영님의 북춤은 공동체의 의미 강조보다는 북을 사유하고 여인의 사연을 듣고자 하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사연이 있는 여인의 내재된 아름다움과 형식적 단순미가 돋보이며 잔가지가 없이 간결하다. 양손에 북채를 들고 추는 이 춤 속에 사연이 녹아들고 굿거리, 자진모리, 동살풀이, 호성, 다스림 가락으로 넘어가는 북장단이 서영님 특유의 격조의 춤으로 번지면서 품격있는 여인의 자태를 표상한다. 예술로서 북에 대한 가치와 우주를 품은 여인의 가치도 중요함을 일깨운다.

「알쏭달쏭」(앞뒤탈춤)은 신무용가 은방초가 창안하여 신무용시대에 초연된 코믹 탈춤을 서영님이 재안무한 것이다. 머리의 앞과 뒤에 탈을 쓰고, 장(場)을 전환하면서 가면과 의상이 바뀌고 남녀의 성과 사회적 공간을 초월하는 특징을 상징적 이미지의 춤으로 표현한다. 원래 한 명의 무용수가 1인 2역으로 연기하는 이 춤은 여느 탈춤이나 가면극보다도 훨씬 더 해학적이며 익살스러워 보인다. 이번 공연에서는 남성 3인, 여성 3인이 코믹과 역동을 일군다. 독특한 소재로써 문화적 기억과 전통을 만들어나가는 태도는 바람직한 일면이다.

서영님 창작의 「파문, 마음이여 파문일레」는 단아하고 매혹적인 여인의 자태 속에 호쾌하고 거침없는 움직임이 더해져 흥과 신명이라는 한국춤의 뼈대를 가장 잘 드러내 보인다. 이 춤에 있어 화려한 부채는 일순간 날선 칼날이 되어 웃음으로 통곡하고 노래하며 울부짖는다. 때로는 부드러운 굴곡을 통해 곧음을 지향하고, 올곧은 기개로써 유려함을 품기도 한다. 이 작품은 우리네의 참된 정서와 처절한 아름다움을 형상화하는 대표적 민속춤으로 재구성되었다. 스승 춤의 기본 바탕 위에 서영님 고유의 미학으로 완성 시켜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신검무」는 긴 칼을 사용함으로써 역동적이면서 웅장하고 장중하면서도 호방함이 배어있는 장대한 남성 무용으로 창작, 재현된 춤이다. 검무는 시대적인 것을 초월한다. 은방초류 장검무의 특징은 화려한 발동작이 가장 잘 드러나는 춤으로 서영님에 의해 지난 2003년에 재현된 바 있다. 오늘의 무대는 서영님의 제자인 세 명의 남성 무용수(정명훈, 조인호, 손 무 경)를 통하여 장검무의 뿌리를 찾고 이 시대에 진정한 무예의 도를 실천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대부분 검무의 짤막한 애교 칼에 대한 갈증을 달래주는 장검의 신검무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서영님 안무 구성의 파문, 마음이여 파문일레(출연 서영님)이미지 확대보기
서영님 안무 구성의 파문, 마음이여 파문일레(출연 서영님)

서영님 안무 구성의 파문, 마음이여 파문일레(출연 서영님)이미지 확대보기
서영님 안무 구성의 파문, 마음이여 파문일레(출연 서영님)


「9고무, 그때 그 여인」은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아홉 개 북의 울림이다. 서영님은 이숙향으로부터 9고무를 전승받아 초연(2005)했다. 흥미로운 타고와 함께 아홉 개 북 사이를 넘나들며 힘차게 도약하는 서영님 특유의 장쾌한 매력이 보태진다. 서영님은 연백복지무(演百福之舞)의 구여(九如)의 의미와 북의 상징성을 긴밀하게 연결한다. “산, 언덕, 산등성, 구릉, 시냇물, 달, 해, 남산, 송백이 함께 아홉 개의 북안으로 온전하게 들어앉는다. 그리하여 하늘과 바람과 땅을 동시에 뒤흔드는 울림으로 다가오나니 우리는 오늘에서 마침내 이 시대의 평화와 화합을 고하고, 태평성대의 진군을 알리노라.” 대단원은 평화와 화합이라는 원대한 장을 마련한다.

신검무(출연 정명훈 조인호 손무경)이미지 확대보기
신검무(출연 정명훈 조인호 손무경)

신검무(출연 정명훈 조인호 손무경)이미지 확대보기
신검무(출연 정명훈 조인호 손무경)


임인년 서영님 안무의 <서영님의 춤, 그 향기>는 서영님이 여제가 되어 빨간 장고의 열정에서 태평성대의 아홉 개의 북이 울릴 때까지의 과정을 감동과 흥분으로 휩싸이게 했다. 특정한 도그마나 이데올로기에 치우침이 없이 오직 순수로만 엮은 춤판은 세련되고 깔끔하게 세인들의 문화적 관심에 응답했다. 전통을 알아가는 자체가 우아한 기품의 교양을 알아가는 것이다. 서영님의 주제는 전통춤에 있다. 빛나는 정신으로 춤 길을 밝힌 작업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서영님의 춤, 그 향기> 다음 편을 기다린다.

9고무, 그때 그 여인(이숙향류, 출연 서영님)이미지 확대보기
9고무, 그때 그 여인(이숙향류, 출연 서영님)

9고무, 그때 그 여인(이숙향류, 출연 서영님)이미지 확대보기
9고무, 그때 그 여인(이숙향류, 출연 서영님)


[학력]

예원중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박사연구과정 이수, 세종대학교 무용학 박사

[경력]

현) 사단법인 ‘님 무용예술원’ 대표, 은방초춤보존회 이사장, Logos 문화예술교육원장, 관성묘유지재단 이사장,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이매방류) 이수자, 시립가무단지도위원 역임, 서울예술고등학교 무용부장 역임, 서울예술고등학교 교장 역임, (사)우리춤협회 부이사장 역임, (사)한국전통춤협회 부이사장 역임, 우봉 이매방 전통춤 보존회 이사 역임, 박병천 진도북춤 보존회 이사 역임,

[수상내역]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상(2003)

이화여자대학교 올해의 이화인상 수상(2008)

제12회 무용연구 교사상 (한국무용교육학회, 2010)

제7회 PAF 전통무용상 (공연과리뷰, 2017)

예술대상 (한국무용협회 한국전통무용, 2018)

[논문 및 저서]

‘영혼을 판 춤꾼 은방초’/서영님 저/출판사 삼신각 (문화관광부 우수 학술도서 선정, 2005)

제6차 고등학교 인정 “무용이론” 교과서 공동 편저(1997)

제7차 고등학교 인정 “무용이론” 교과서 공동 편저(2003)

제7차 개정고등학교 인정 “무용의 이해” 교과서 공동 편저(2011)

세종대학교 무용학 박사논문(2013)

「사회적 인식변화를 통해 본 신무용가 은방초 춤의 미적가치와 현대적 수용에 관한 연구」

조용자류 장구춤-근대의 춤유산 장구춤의 재발견(2021 전통예술복원 및 재현사업-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〇(사)‘님 무용예술원’ 단체연혁

서영님의 춤, 그 향기(개인무용발표회 12회)

제1회 경인국제무용콩쿨 개최(2016.7.17.)

서영님의 춤, 그 향기(제12회 개인무용발표회, 2022.04. 04~05, 우면당)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장고춤 구고무, 2020.10.27)

서울무용제 2020(한국무용협회, 회상, 2020.11.08)

전통예술복원 및 재현사업(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2021.10.15) 수행

-조용자류 장구춤:근대의 춤유산 장구춤의 재발견

LOCTO living history of dance in Korea(한국무용협회, 장구춤, 2021.11.15)

LOCTO dance project 찾아가는 춤서비스 in 방구석공연(한국무용협회, 알쏭달쏭안무, 2021.12.13)


글 : 장석용(문화전문위원,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 : 옥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