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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뛰는 한국인] 기획시리즈 (6) 마크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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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뛰는 한국인] 기획시리즈 (6) 마크 김

[세계를 뛰는 한국인들] 기획시리즈(6) 김선엽

버지니아는 미국의 많은 주 중에서도 인종차별이 유난히 심한 편이다. 버지니아는 영국이 미국대륙에서 가장 먼저 진출한 곳이다. 그런 만큼 영국의 전통과 제도가 가장 많이 잔존해 있다. 버지니아라는 이름도 처녀 여왕 엘리자베스를 기념하여 만든 말이다. 초기 미국을 만든 백인 건국의 아버지들을 가장 많이 배출했다. 그런 만큼 백인 우월사상이 뿌리 깊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버지니아 의회에는 역사 이래 동양인 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전통을 깨고 동양인으로 처음 버지니아 의회에 입성한 자랑스러운 동양인이 있다. 그가 바로 한국계이다. 미국 이름은 마크 김이다. 한국명은 김선엽. 올해 48세인 김선엽은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네 살 때 목사인 아버지가 군목으로 월남으로 가는 바람에 소년 김선엽도 함께 베트남으로 갔다. 당시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다. 아버지는 사이공에 교회를 세웠다. 1975년 사이공 함락 직전 귀국해 1년을 보내고 나서 가족 모두가 선교이민으로 호주로 건너갔다. 호주에서 5년을 살았다. 14세 때 전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아버지는 미국에서 교회 부설로 한인의 미국 정착을 돕기 위한 이민자커뮤니티센터를 만들었다. 이 곳에서 통역과 안내 등을 맡아 봉사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익혔다. 김선엽의 한국어는 유창하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UC 어바인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1988년에 미국대선에서 민주당 캠프로 들어가 인턴을 했다. 이어 UC 헤이스팅스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됐다. 1992년 LA 폭동을 경험하면서 한인의 정치력 부재를 절감했다 이것이 나중에 정치로 뛰어든 던 한 계기가 됐다.1995년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변호사로 취직하면서 워싱턴 DC로 옮겨왔다. 이어 딕 더빈 민주당 상원의원의 법률 보좌관으로 의회에 진출했다. 2009년 11월 총선에서 버지니아주 역사상 첫 동양계 하원의원으로 선출됐다. 이후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주위로부터 두터운 지지를 받으며 활발한 의정 활동을 하고 있다. 변호사로서 IT기업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 김선엽 의원은 가장 보람 있는 일이 무엇이냐는 한 지지자의 질문에 “한인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미 주류사회에 한인들에 대한 인식을 도우며,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일들을 할 때”라고 답한다. 실제로 김 의원은 미국 주류사회에서 한글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알리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몸은 미국에 있지만 조국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뜨거운 것이다. 그는 벌써 죽은 다음 쓸 묘비 문을 미리 만들어 두었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소박하지만 성실성이 돋보이는 묘비 문이다. 김선엽은 지난 달 재외동포재단 초정으로 한국에 와 지금 체류 중이다. 11월25일 홍익대, 26일 대일외고와 경희대 그리고 27일 용인외고 등에서 잇달아 학생들을 만나 '글로벌 시대 청년들의 꿈과 미래, 그리고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28일에는 재외동포재단 주최의 '재외동포 대토론회'에도 참석했다. 올 초 버지니아 주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와 일본해를 같이 표기하는 동해병기법 제정할 때 김 의원의 공이 컸다. 김 의원은 "미국에는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가 몇 곳 되지 않아 수정할 때 버지니아 주 배포용만 따로 만들지 않으므로 결국 모든 주의 교과서에 동해병기 효과가 있다"고 버지니아 동해 병기법 제정의 의의를 강조한다. 50개 주 가운데 하나인 버지니아 주의 결정이지만 그 파급 효과가 사실상 전국적이라는 것이다. 동해 병기법에 대한 그의 자랑은 계속 이어진다 "다른 나라 상호간의 갈등을 주 단위에서 다루고 법안을 만들어 학교 교과서에 표기하도록 하고 한·일간 서로 다른 역사 인식의 차이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도록 하는 건 미국 역사에서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미국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겠다는 뜻이지요." 그는 미국 한인 차세대단체인 한미연합회(KAC) 출신이기도하다. 여기서 후 세대들이 더 많이 정계로 진출하도록 돕고 있다. 한인 차세대에게 그가 늘 강조하는 것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와 지역, 나아가 국가를 위한 봉사다. "특권의식을 갖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미국에서 정치란 보통 사람 중에서 대표자를 뽑고 그가 우리를 위해 법안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다 그만두면 다시 보통 시민으로 돌아오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공약을 지키려는 노력을 통해 대중의 신뢰를 받는 일입니다. 선거 때만 반짝 말을 앞세우는 사람은 정치꾼이라고 해서 배척당하는 게 미국의 선거입니다" 이것이 후학들에게 들려주는 선배 정치인 김선엽의 충고이다 민주당에 입당해 정무직으로 연방방송위원회와 연방중소기업청 변호사로 활동했고 민주당 중진 딕 더빈 상원의원의 수석보좌관도 지냈다. 2008년 대선 때는 버지니아 주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소수인종 선거 전략을 담당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모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자 한인 차세대들도 이중 정체성을 떳떳이 밝히고 한국계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게 됐다"면서 "후세대들이 더 많이 주류 정치에 진출하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김선엽은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진정한 글로벌 맨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김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