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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의령 망개떡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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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의령 망개떡을 아시나요?

"의령 망개떡을 아시나요?"
건강에 좋은 슬로푸드

'속이 편한 떡' 만들기 위해
쌀, 팥 등 국산 재료만 고집

찹쌀 떡피 제조기·레시피 수년간 연구해

의령 토속 망개떡 전국 체인화 했듯이
한국 떡 세계화 도전


▲ 성신옥 설송원 대표
떡을 만들고 나누어 주며 행복을 느끼는, 떡과 사랑에 빠진 사람이 있다. 지방 토속음식인 ‘의령 망개떡’을 전국 체인화에 성공시킨 설송원 성신옥(44)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찹쌀, 멥쌀, 설탕, 소금 등 4가지 재료만 있으면 옛 문헌에 나오는 한국 떡 300여 종을 다 만들 수 있다는 그는 슬로푸드인 우리 떡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설송원에서 선보이는 떡은 암이나 당뇨병 환자 같이 난치병에 걸린 사람이 먹어도 쉽게 소화 시킬 수 있는 건강식품이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에서 서울로 온 성 대표는 의령 망개떡을 필두로 한 설송원 떡과 함께 먹거리에 대한 유쾌한 반란(?)을 꿈꾸고 있다. 현대인의 각종 질병이 먹거리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에 ‘시골 건강밥상’을 식탁에 올리는 레스토랑과 떡집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시골 건강밥상에는 말 그대로 성 대표의 고향인 경남 의령에서 어머니가 차려주시던 ‘손맛’을 기억해내 선보일 계획이다. 시골스런 밥상과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망개떡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성공신화를 써내려갈지 알아보기 위해 설송원 성신옥 대표를 만났다. <편집자 주>

[한국의 맛] 설송원 성신옥 대표

-‘망개떡’이 무엇입니까?


“망개떡이란 찹쌀가루를 시루에 쪄낸 후 절구에서 차지게 치대어 이를 도마 위에 놓고 방망이로 얇게 밀어 준 후, 거피에 다진 팥소를 넣고 반달이나 꽃모양으로 빚어 두 장의 망개나무 잎 사이에 넣어 찐 경상도 지방의 떡입니다. 예부터 경상도 지역에서는 청미래덩굴을 ‘망개나무’라고 했는데, 두 장의 망개나무 잎으로 감싸서 찐 ‘망개떡’은 청미래덩굴 잎의 향이 떡에 베어들면서 상큼한 맛이 나고, 여름에도 잘 상하지 않는 특징이 있어요.”

망개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7, 8월에 야생에서만 나는 망개나무 잎을 구해야 한다. 일 년 내내 장돌뱅이처럼 전국 산지를 돌아다녀 그 해 생산할 망개떡의 잎 산지를 구한다고 성 대표는 귀띔한다. 동네 일손을 구해 하나하나 딴 망갯잎은 18톤 규모이며, 시가로 따지면 2억 원에 이른다. 네 개의 창고에서 6개월 동안 염장으로 발효한 뒤에 씻어서 쓴다.

“사람들이 ‘왜 하필이면 떡 장사를 하는가?’고 말할 때 제일 가슴이 아팠어요. 떡 만드는 사람은 가난하다는 편견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는 떡에 대해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전통 떡은 밥을 먹고 난 후 먹는 후식(後食)의 성격이 강한데, 떡 자체가 소화가 잘 되었기 때문이에요. 속이 편한 음식이라는 점에서 관점을 달리하면 우리 떡은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세계 무대에도 통할 것으로 봅니다. 실제로 설송원 떡 매장을 오픈하는 곳에서 경험한 일이지만, 어떤 분이 떡 주문을 하지 않은 채 매일 아침에 떡을 사러오는 거예요. 하루는 하도 궁금해서 물어보았지요. 그 분이 “아내가 위암말기로, 아무 것도 먹지 못하는데, 설송원 떡은 맛있게 먹더라”고 해요. 그때 전 깨달았어요. 쌀을 어떻게 건조하고 도정(搗精)하느냐, 그리고 팥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중환자까지도 손쉽게 소화를 시킬 수 있는 떡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안 것이지요.”




-어떤 상태가 소화가 잘 되는지요?


“조상들이 쌀을 불려 찌거나 삶아 먹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옛날에는 벼를 자연건조 시켰지만, 지금은 벼를 기계로 건조시켜요. 유기농 매장에 가서 쌀을 사도 그 쌀은 자연건조가 아니라 기계로 말린 것이지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기계로 말린 벼를 도정해서 압력밥솥에다 밥을 해서 먹으니 육안으로 볼 때는 기름이 찰 진 것 같이 반지르르 하지만 실제로는 소화가 안 되고 위벽을 헐게 만들어요. 적당한 수분이 있어야 하는데, 수분 없이 찌꺼기에 가까운 밥이 몸 안으로 들어가니 그걸 먹고 자라는 아이들이 난폭해지는 것 같아요.”


-다른 떡 집의 망개떡은 찹쌀이 아니라 멥쌀로 만들고 있는데….


“지금 설송원에서 선보이는 망개떡은 의령망개떡과는 완전히 달라요. 이름을 제외하고 떡 만드는 재료와 기술을 달리하고 있지요. 저는 수년간의 연구 끝에 옛 문헌에 나오는 대로 멥쌀이 아닌 찹쌀로 망개떡을 만드는데 성공했고 그 결과 소화가 잘 된다는 평을 듣고 있어요. 의령 특산품으로 지정된 망개떡은 도산 안창호 선생이 독립운동 하던 시절에 독립운동 자금을 벌기 위해 떡을 만들었다고도 해요. 문헌에는 찹쌀을 홍두깨로 밀어서 한다고 되어 있는데, 찹쌀이 멥쌀보다 두 배로 비싸 대부분의 떡집에서 멥쌀로 망개떡을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멥쌀을 계속 짓이기고 치대면 수분이 많이 들어가게 되고, 그로 인해 속에서 신물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희 떡에는 스팀으로 찔 때 들어가는 수분 이외에는 수분이 전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되는 것이지요.”


-‘망개떡’과 관련한 추억을 듣고 싶습니다.


“아버지께서 철물점을 하셔서 시골에서는 유복하게 산 편이지요.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면장, 중대장, 소방서장, 아버지께서 새벽에 일어나 소고기국밥을 드시고, 점심에는 의령소바(메밀국수)를 드시고, 저녁에 술이 거하게 취해 기분이 좋으시면 망개떡을 사가지고 오셨어요. 국밥, 소바, 망개떡 세 가지 음식이 의령인의 추억이라 할 수 있어요. 당시에는 떡이 맛있다는 것보다 망갯잎에 싸여 있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시골(의령)에서 도시(부산)에 갈 때면 부산국제시장에 들러 일부러 떡집을 찾아다녔어요. 그땐 찹쌀과 멥쌀도 구분하지 못했지만 팥과 팥 사이에 하얀 층이 드러나는 시루떡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았어요. 잡지를 보다가도 떡만 나오면 가위로 오리고 집에서 직접 떡을 만들어 보곤 했어요. 이런 경험들이 오늘날 떡을 만드는 직업으로 이끈 것 같아요.”



-의령의 토속음식인 망개떡을 가지고 어떻게 체인사업을 할 생각을 하셨는지요?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의령 본가에서 가지고 있는 것 가운데 몇 가지를 세상에 꼭 내놓고 싶었어요. 망개떡이 그 중 하나이지요. 의령 망개떡을 내놓으면서 처음엔 망갯잎으로 돈을 벌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망갯잎은 농가의 소득으로 돌려주고 본격적으로 ‘속이 편한’ 설송원 떡과 쌀과자로 승부를 걸 작정입니다. 의령 망개떡으로 전국 16개 가맹점을 내면서 늘 우리 밥상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식을 먹고 난 다음에는 후식으로 떡과 차가 나오는데, 모두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저도 떡을 만드는데 있어서 어떻게 하면 아픈 사람까지도 잘 소화시킬 수 있는 떡을 만들까를 고민하며 20년을 쉬지 않고 달려왔어요. 의령 망개떡을 시작으로 산삼으로 만든 떡을 비롯해 자연에서 나오는 천연재료와 더불어 각종 떡을 선보일 것입니다.”

성 대표는 가맹점 업주에게 옆집에 아무리 장사가 잘 되는 떡집이 있더라도 당신이 가르쳐준 떡 레시피 대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건강을 선물하는 떡을 만든다는 사실에 남다른 자부심을 가져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는다.

“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성공해야지, 본사는 잘 되고 가맹점은 망하는 건 잘못되었다고 봐요. 그동안 가맹점들에게 남들이 해주지 않는 뭔가를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설송원의 노하우로 떡이 맛있는 쌀과자로 변하게 할 거에요. 소비자는 자기가 원하는 소스를 과자에 발라 가기만 하면 되고요.”


-국산 팥은 비싸 대부분 수입산을 많이 사용하는데….


“국산 팥이 수입산에 비해 훨씬 비싸요. 그런데 저는 비싸더라도 국산 팥만을 고집해요. 20여 년 동안 떡을 연구하면서 국산 팥과 중국산 팥을 사용해본 결과 같은 팥이라도 다르다는 것을 알았어요.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에서 자란 팥이어야 사람 몸에 좋아요. 소비자들은 그걸 아셨으면 해요. 국산 팥은 겉은 단단하고 부드러운데 반해, 중국산 팥은 껍질만 단단하고 알맹이가 없어요. 떡의 속으로 쓰기 위해 공정을 해보면 국산은 거의 버릴 게 없어요. 비싼 값어치를 하니까 비싸도 오히려 싸게 먹히는 셈이지요.”


-떡 사업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1996년 궁전식품이라는 이름으로 떡 사업을 시작했어요. 의령에 공장을 두고 대리점을 통해 전국 400여 곳 뷔페에 냉동 경단 떡을 납품했어요. 하루 만에 굳는 떡의 단점을 냉동으로 돌파했지만 갈수록 미수금이 쌓이며 사업을 유지하기 힘들었어요. 뷔페용 떡은 높은 당도를 요구했고, 저는 ‘더 건강하고 정직한 떡’에 대한 욕심도 비례해서 자라났어요.”

성 대표는 지난 2007년 하와이에 수출한 냉동떡이 해동 시간을 잘못 계산해 고스란히 반품으로 돌아왔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다고 한다. 2000만 원어치 떡을 야밤에 포클레인으로 공장 바닥에 파묻으면서 “아무리 들어 먹더라도 ‘죽기 전에 망개떡 개발에만 성공하면 된다’는 믿음으로 버텨왔다”고 했다.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손맛’이 살아 있어야 하고,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 둘의 모순을 어떻게 해결하셨습니까?


“냉동떡으로 번 돈을 쏟아부으며 망개떡 떡피(반죽 반대기) 제조 기계 개발에 몰두했어요. 망개떡이 방앗간 수준을 뛰어 넘어 사업화에 성공하려면 제조 공정을 자동화해 노동 대비 생산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수년 간의 노력 끝에 길이 7~8㎝, 두께 0.3㎜, 무게 20g의 찹쌀 떡피가 시간당 400여 개씩 정확한 규격으로 반죽돼 위생적으로 잘려 나오는 기계를 완성함으로써 해결했어요.”

이 기계는 공정의 자동화뿐 아니라 망개떡 레시피의 완성이기도 했다. 들러붙고 퍼지는 찹쌀을 네모난 피로 규격화하기 위해 쌀 1g씩을 더하고 빼면서 떡메의 횟수와 압력을 조절하는 과정이 거듭됐다고 성 대표는 회고한다.

▲ 의령망개떡

-소화가 잘 되는 건강 떡을 만드는 비결을 소개해주시죠.


“저는 떡을 배우러 오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밥을 어떻게 찌는지를 가르쳐줍니다. 우리 조상들은 밥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현명하게 알고 있었어요. 예전에는 밥을 할 때 시루에 40분 정도 쪘다가, 중간에 식힌 다음 다시 40분을 쪘어요. 그 사이에 우리 몸에 좋은 것을 다 넣을 수 있는데, 진도 강황을 넣으면 인도 카레의 진한 냄새가 안 나는 강황 약밥이 되지요. 밀가루로 만드는 햄버거 빵은 불리지 않은 마른 제분인데 반해 우리 떡피로 만드는 햄버거 빵은 불린 쌀이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됩니다. 특히 저희 떡은 급냉동을 하게 되면 식감이 더 좋아지는 장점이 있어요.”


-망개떡은 어쩌면 추억의 맛이기도 한데, 한 두 번은 팔리겠지만, 이렇게 전국에 걸쳐 호응을 얻은 비결은 무엇입니까?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기 때문이 아닐까요? 한국인은 껌을 씹듯이 쫀득쫀득한 떡을 좋아해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이 떡을 제일 많이 먹어요. 빵은 가끔 먹을 수는 있지만, 떡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으니까요. 떡 바깥을 싸는 피를 쫀득쫀득하게 만든 게 비결인 것 같습니다. 이 비결을 알아낼 때까지 10년 동안 죽도록 고생했어요. 쌀가루를 불리고 찌고를 수천 번 했으나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참 난감했어요. 그래서 하늘에 빌었지요. “10년 동안 고생했으니 답 하나만 가르쳐주세요”라고. 그런데 답은 근본에 있더라구요. 쌀과 밀가루를 섞으려고 하면 안 되요. 그때부터 초심을 잃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 쑥굴레떡

-한국 떡을 세계화 하려면 외국인이 싫어하는 찰진 것을 해결해야 하는데….


“외국인에게 저희 떡을 드셔보게 했어요. 그런데 잘 드세요. 그걸 보고 외국인이 찐득찐득한 것은 싫어해도 쫀득쫀득한 것은 좋아한다는 걸 알았어요. 멥쌀은 홍두깨로 밀어가지고 아무리 찰지게 하더라도 쫀득쫀득하지는 않아요. 그러니 찹쌀로 만들고 물 대신에 누룩으로 만든 막걸리를 붓는다면 외국인이 좋아하는 맛을 충분히 낼 수 있어요.”


-의령 망개떡의 세계화 전략이 있다면?


“세계화라고 해서 지금 있는 모습에서 크게 변하지는 않을 거예요. 쫀득쫀득하고 소화가 잘 되어 속이 편한 망개떡이라면 그 사람들이 따라와야 하는 것이지 저희가 그 사람들에게 맞추어 가지는 않을 겁니다. 한국을 닮도록 따라오게 하고 싶어요. 일본을 가보면 일본 떡은 비싸고, 우리 떡은 너무나 싸요. 맛은 우리보다 뒤처지지만 예쁘게 보이는 포장술이 뛰어난 것 같아요. 물론 우리도 그들처럼 포장술을 계발해야 하겠지만 떡은 음식이기 때문에 맛이 먼저이지요. 한국의 떡 맛을 보여주기 위해 공항 면세점에 들어가는 것도 고려해보고 있어요. 의령 망개떡의 세계화가 불가능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고 정주영 회장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하지요. ‘불가능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해낼 수 있다.’ 의령 망개떡은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흰 떡이니 세계 시장에서 자연을 닮은 떡으로 히트를 칠 날을 고대합니다.”



-‘망개떡’을 만드는데 필요한 망갯잎은 언제 따는 게 좋습니까?


“망갯잎은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까지 따요. 요새는 한반도 기후가 따뜻해져 한 달 먼저 따고 있어요. 해마다 7월 10일부터 따서 천일염으로 염장을 해두고 6개월이 지난 후 씻어서 사용해요.”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이 있다면?


“고등학교 때 은사 선생이 저에게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셨어요. 시화전을 할 수 있는 동아리를 만들어주고, 시화전 책자 만드는 방법도 가르쳐주고, 어시장(魚市場)을 구경시켜 주면서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면서 현재의 상호인 ‘설송’이라는 이름을 안고 가라고 하셨어요. ‘저 되바라진 놈’, ‘썩을 놈’이라고 욕 아닌 욕을 하시며 이름을 지어 주셨는데, 사실은 설송원이란 이름의 회사를 내기 전에 소나무의 송기가루로 떡을 하는 송기떡의 특허를 낸 상태라, 이름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요. 최근에 쑥굴레떡, 연잎밥, 약식을 개발했는데, 현재의 16개 가맹점을 50개 가맹점으로 늘려가는 한편, 떡으로 세계 시장을 노크하고 싶어요.”

/노정용 기자/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