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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메시지는 혼란만"···이창용 한은총재의 '명쾌한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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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메시지는 혼란만"···이창용 한은총재의 '명쾌한 소통'

'한국싣 점도표' 과감히 도입
금통위원 최종금리 전망 공개
명확하고 구체적인 화법 구사
"각종 논란불구 균형점 모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이미지 확대보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각종 논란에도 굽히지 않고 기존의 한은에는 없던 파격 소통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24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연 3.00%에서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날 화제가 된 것은 한은의 금리인상 자체보다 이 총재가 직접 밝힌 '한국식 점도표'였다. 이 총재는 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통위 내에서 최종 금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최종 금리를 연 3.5%로 보는 위원은 3명, 연 3.75%는 2명,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위원도 1명 이었다"고 답했다.

최종금리는 금리 인상기에 마지막으로 도달할 금리 수준이다. 이 총재가 금통위 의장인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금통위원 6명의 최종 금리 전망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사실상 한은이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는 점도표를 이 총재가 과감히 도입했다는 평가다.

점도표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8명의 금리 예상치를 점으로 표시한 그래프이다.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FOMC 위원들의 속내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에 향후 금리 향방을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때문에 금리 인상 소식 그 자체보다 더 주목 받는다.

이 총재는 올해 4월 취임한 과거 한은 총재들의 모호한 화법과 달리 '명확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그동안 역대 한은 총재들은 향후 금리 방향 관련 "당분간 통화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는 정상화" 등 시장에 다소 모호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와 비교하면 이 총재는 완전히 상반된 행태를 보인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언급 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이창용 총재의 적극적인 소통에 대한 비판의 시각도 있다. 이 총재가 지난 7월 사상 처음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후 "당분간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것이 기조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를 서약이나 약속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연준의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자 한은은 10월에 다시 빅스텝을 밟았다. 결국, 이 총재가 '포워드가이던스(통화정책방향 사전 안내)'로 오히려 금융·외환 시장에서 혼란만 가중 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가 나서서 '한은의 포워드가이던스는 조건부', '서약이나 약속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를 의식한 듯 이총재는 10월 금통위 이후 한동안 금리 경로 관련, 말을 최대한 아꼈다.

이 총재는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강연에서 "아마도 제가 전보다 직설적이지 않고 다소 모호하게 이야기한다는 점을 알게 될 텐데, 이는 중앙은행원으로서 배워야 하는 미덕이기도 하다"며 "미래 금리 경로 관련, 가급적 언급을 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오랜 방식에서 벗어나기에 여러 가지 애로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번 점도표 공개로 그는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한 투명한 소통이 시장 안정에 기여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특히,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총재는 전략적 모호성에서 탈피하고 싶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동안 한은은 소규모 개방 경제란 한국의 특성을 고려해 향후 금리 인상 경로나 최종 금리에 대한 위원들의 생각을 함구하는 등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는 게 이 총재의 판단이다.

한국형 점도표에 대한 필요성도 이미 지난달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강연 이후 대담에서 이 총재는 "한은은 (미 연준처럼) 점도표나 분기 별 전망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며 "예전보다 미래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함으로써 한은의 기술력을 향상 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술적 역량과 경험이 있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스스로 선택했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며 "하지만 한은에 더 많은 경험과 기술적 역량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변화를 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총재의 다양한 시도는 향후 금리 결정에 있어 또 하나의 관심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다만 달라진 한은의 소통법과 시장의 파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이 총재의 숙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