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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치솟는 원 · 달러 환율, 한달새 108원올라 금융위기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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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치솟는 원 · 달러 환율, 한달새 108원올라 금융위기 연상

연준 공격적 긴축 등 원인 킹달러 내년초꺼자 예상
9개월만에 250원 가량↑ 금융위기후 가장 빠른 속도

2007년 이후 종가기준 환율 추이(단위:원) [자료=서울외국환중개]이미지 확대보기
2007년 이후 종가기준 환율 추이(단위:원) [자료=서울외국환중개]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40원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과정에서 한달 새 108원이라는 폭발적 상승세를 기록하며 외환시장을 혼돈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다.

금융권은 이번 환율 폭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공격적 긴축을 비롯해 여러 국가의 통화 약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한다. 이번 '킹달러(달러화 초강세 흐름)' 현상은 적어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내년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중 1440원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장중 1488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한 달 새 환율이 100원 이상 오른 것은 지난 2011년 9월 16일(1195.8원) 이후 처음이다. 2011년 9월 당시 그리스의 구제금융 신청으로 시작된 유럽 재정 위기 여파로, 한 달 새 환율이 121.8원이나 상승한 바 있다.

최근 환율 폭등이 과거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먼저 환율 상승 속도다. 지난해 말 1188.8원에 마감한 환율은 불과 9개월 만에 250원 가량 폭등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상승 속도다. 특히 지난 한 달 간 종가 기준 108.6원에 달하는 폭주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최근 환율 상승세가 특정 요인이 아닌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환율 폭등의 주 요인은 연준의 공격적 긴축이 꼽힌다.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이 그 서막을 알렸다. 당시 시장에서는 연준이 통화 긴축 속도를 다소 완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월 9.1%에서 7월 8.5%로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인상 폭을 0.5%포인트로 축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연준의 목표는 물가 상승률을 2%로 되돌리는 것이다. 물가 안정을 지켜야 한다는 우리의 의무에 조건이 없다"고 발언하며, 고강도 긴축을 시사했다. 해당 발언 이후 1주일 만에 글로벌 주식시장에서는 시가총액 4조9000억달러(한화 6679조원)가 증발했다. 환율 역시 다음 거래 일인 29일 20원 가량 폭등한 1350.4원으로 치솟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7월 27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7월 27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가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일축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9월 13일(현지시간) 발표된 8월 CPI 상승률은 8.3%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감소에 그쳤다.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는 연준의 긴축을 정당화하는 재료로 소화됐다. 이날 환율이 1390원을 돌파하는 데에도 일조했다.

이후 20~21일(현지시간) 열린 9월 FOMC에서 달러 가치는 또 한 번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연준은 0.75%포인트 인상 외에도, 점도표를 통해 올해 목표 금리 수준을 4.4%로 기존 대비 1%포인트나 상향 조정했다. 올해 중 최소 1.25%포인트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자, 지난달 22일에는 환율이 종가 기준 1400원을 돌파했다.

주요국 통화 약세 흐름 역시 환율 폭등에 영향을 미쳤다. 20여년 만에 '패리티(Parity, 유로·달러 가치 등가)'가 붕괴된 유로화가 그 예다. 당초 유로화는 IT 버블 당시인 2002년 이후 달러 대비 강세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현재 1유로당 0.97달러까지 절하됐다. 유로화 약세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와 에너지 대란 등에서 비롯됐다.

영국 파운드화도 추락했다. 지난달 23일 영국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450억파운드(약 72조원) 규모의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 영국 중앙은행(BOE)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대폭 올리며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조치가 나오자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지난달 26일 파운드화 가치가 1파운드당 1.04달러선까지 하락하는 등 영국발 금융위기 우려가 커졌다. 이 과정에서 '부자 감세' 논란이 불거지며 정권 위기로 번지자 영국 정부는 지난 3일 고소득자 감세안을 철회했다.

아시아 통화 약세도 불거졌다. 최근 홍콩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해 7.2위안을 돌파하며 과거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중이다. 엔저를 고수하던 일본 엔화 역시 달러당 145엔선까지 절하된 상태다. 연내 150엔 돌파도 유력하다.

이렇듯이 최근 킹달러 현상은 연준의 공격적 긴축이 이어져온데다 이를 정당화할 다양한 재료들이 소화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주요국 통화 약세 흐름이 확대되며 달러 강세를 지지한 영향이다. 특히 연준의 긴축이 최소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킹달러 흐름도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원·달러 환율의 상단을 1490원으로 추정한다"면서 "환율 레벨은 지난 금융위기 수준이지만, 대내외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연내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권 연구원은 "금융 위기 이후 환율 상승 국면에서 유의미한 변곡점이 형성되기 위해선 글로벌 경기 회복이 뒷받침됐다"며 "그러나 지난 3개월 수준으로 경기 둔화 속도를 가정하면 12월에는 모든 국가와 지역의 경기 선행지수가 기준선 이하로 하락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수출 경쟁력 등 자국 경제를 위해 각국이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하는 환율 전쟁을 벌였던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달러 초강세에 따른 비자발적 환율 전쟁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주요국과의 통화정책 차별화 심화, 유럽 에너지 리스크 및 중국 경기 부진 등은 최소 연말까지 달러화 강세를 촉발할 것"이라며 "이는 주요국 통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유발할 수 밖에 없어 비자발적인 환율전쟁 역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