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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이 할퀸 韓경제, 미국은 웃고 있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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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이 할퀸 韓경제, 미국은 웃고 있다②

미국에만 유리한 강달러···수입물가 하락시켜 고물가 억제
미국 외 전세계, 코로나19·원자재가 폭등 부담 나눠지다
킹달러,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통화스와프 통한 외환안정 시급"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의 초공격적 긴축에 우리나라가 휘청거리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돌파한데다, 국내 경제의 '방파제'로 불리는 외환보유고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에 국내 소비자물가는 상당기간 5~6%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며 무역수지는 최초로 반년 연속 적자를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미국은 연내 1%포인트 이상의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하며, 여전히 강력한 긴축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 결과 우리 경제에 더 큰 후폭풍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렇듯 달러 초강세를 이어가는 미국의 의도는 무엇인가? 이에 미 연준의 초공격적 긴축 의도와 그 여파 등을 파헤쳐본다.

◆물가를 둘러싼 환율전쟁, 승자는 미국 뿐


코로나19 초기 물가 상승률을 견인한 것은 전세계적으로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다. 풍부한 유동성에 수요가 확대된 반면, 팬데믹으로 공급망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물가가 상승세를 보인 것. 이후 금리가 인상되고 소비는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수요 측 물가 상승 요인은 점차 약해지기 시작했다.

반면 2차 물가 상승세의 주요인은 공급 측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밀·천연가스 등의 가격이 폭등했으며, 유가 폭등과 코로나19 재유행에 단행된 중국의 봉쇄령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 이로 인한 수입물가의 폭등이 현재 물가 상승의 주요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달러화의 초강세는 명백히 미국에 이점으로 작용한다. 높아진 달러화 가치는 수입 물가를 낮춰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춘다. 수출이 감소하고 수입이 늘어나 무역수지가 악화되는 부작용이 있지만, 고물가를 진정시켜 소비력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강달러는 미국에 매력적 카드다.

반면, 다른 국가의 경우 자국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입물가가 높아지는 만큼 강달러는 물가 상승 재료로 소화된다. 이에 각국의 중앙은행은 금리인상에 들어가지만, 이미 3.25% 수준인데다 연내 추가 인상을 시사한 연준의 긴축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6월 9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이사회의 통화정책회의 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6월 9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이사회의 통화정책회의 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U가 그 사례다. 최근 유로화가 IT버블 당시인 2002년 이후 최초로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자 유럽중앙은행(ECB)이 23년 만에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강수를 단행한 것. 그럼에도 유로존 기준금리는 1.25% 수준으로 미국 대비 현저한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현재 유로화 가치는 1유로 당 0.9651달러 수준까지 추락했다.

그 결과 8월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9.1%나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9월에는 1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각국 수입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더 명백히 드러난다. 8월 기준 각국의 전년 대비 수입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미국 7.8% △한국 22.9% △독일 28.9%다.

또한 유로존 통계국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최근 10개월간(2021년 9월~2022년 7월) 유로존 19개국의 평균 수입물가 상승률은 25.7%였다. 세부적으로 △에스토니아 31.84% △그리스 26.04% △스페인 26.38% △프랑스 22.48% △이탈리아 18.23% △네델란드 31.44% △핀란드 29.21% △스웨덴 27.27% 등이다.

그 결과 유로존의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8월 기준 48.2로, 3개월 연속 50을 밑돌고 있다. PMI는 제조·서비스업 부문의 구매관리자가 전망한 향후 경기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준치인 50을 하회하는 것은 향후 해당 업권의 경기가 위축될 것을 뜻한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의 종합 PMI는 45.9까지 추락하며, 지난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입물가가 폭등하자 생산활동이 위축된 것. 이로 인해 전세계적인 불황이 예고됐다는 평이다. 이는 강력한 달러 가치를 바탕으로 미국의 수입물가는 억제된 반면, 한국과 유로존의 국가 등은 낮아진 자국 통화가치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뜻한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강력한 달러를 무기삼아 자국 내 인플레이션 부담을 타국에 떠넘기고 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로 미국은 수입물가 상승률을 전년 대비 10% 수준에서 어느 정도 누르고 있다"며 "반면 유로존과 한국은 약 30%에 근접해 있어, 통화가치 절하와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방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미국 입장에서 강달러는 자국내 인플레이션 완화에 유리하지만, 타국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하는 만큼 불편할 수밖에 없다"며 "선진국의 경우 금리인상으로 대응해도, 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무리가 가지 않을 수 있지만 달러화 부채가 많은 신흥국에게는 더 위협적"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국가들이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하고 물가 상승을 옥죄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미국과 똑같이 금리를 인상하고자 해도 훨씬 높은 물가 압력에, 경기침체 부담감이 더욱 커진다. 말 그대로 외통수다.

◆'킹달러' 만든 연준의 긴축, 최소 내년까지


그렇다면 이런 '킹달러' 상황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전문가들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달러화 강세의 주재료는 미 연준의 선제적이고 공격적 긴축이다. 특히 달러 가치와 채권금리는 상승세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 연준의 금리인상 행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 및 달러인덱스 추이 [자료=하나증권, Thomson Reuters]이미지 확대보기
원·달러 환율 및 달러인덱스 추이 [자료=하나증권, Thomson Reuters]

실제, 달러인덱스는 지난 4월 초 기준치인 100을 돌파해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8월 중순경부터 약 한달간 104에서 114까지 10포인트 이상 급증한 바 있다.

다만,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통화정책을 선반영하는 특성상 3월 초반(1.37%)에서 상승세를 보였으며, 지난 8월 초부터 약 한달간 1.4%포인트이상 급증한 결과 현재 4.2%대까지 상승했다. 올해 3%포인트라는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확고한 우위를 선점한 것이 현재의 킹달러를 야기한 주요인이다.

문제는 연준의 긴축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이번에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 19명 중 9명이 연말 미국 기준금리를 4.25~4.5%로 전망했다. 내년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 연준 위원 6명이 4.75~5%로 예상했으며, 다른 6명은 4.5~4.75%를, 또 다른 6명은 4.25~4.5%로 전망했다. 이는 최소 4% 후반대까지는 인상할 것이며, 상황에 따라 5%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29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올해 연말 기준 미국의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 시장참여자 51.6%가 4.25~4.5%를, 42.8%가 4~4.25%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시장 참여자의 41.2%가 내년 3월 기준 미 연준 기준금리를 4.5~4.75%까지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달러 초강세가 꺾이는 시점이 금리 피크아웃 시점과 궤를 같이 한 것이며, 이는 내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오 연구원은 "금리 피크아웃 시점이 1분기라면 최종금리는 4.75%, 2분기까지 간다면 5%까지 갈 것"이라 전망했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말 기준 3.25%를 지나 내년 3.5%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연말 기준 최소 1%포인트 이상 격차가 나는 데다가 최소 1개 분기 이상 해당 격차가 유지·확대된다는 것. 이로 인해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며, 달러 강세를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통제불가 '킹달러', 금융안정이 우선···"통화스와프 시급"


주요국 입장에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달러 초강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큰 문제다. 현재 연준은 초공격적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을 단행하면서 막대한 시중유동성(달러)을 흡수하고 있다.

반면, 최근 달러 초강세에 기인한 미국향 투자가 급증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며 달러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기타 통화 환산액 손실, 외환 안정 목적 등으로 각국의 달러 보유고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각국의 달러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줄며 달러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말 그대로 주요국들은 '비자발적'으로 달러 가치를 상승시키고 있는 셈이다.

특히 미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 사이클에 따른 주요국과의 통화정책 격차 심화, 유럽 에너지 리스크, 중국 경기 부진, 팬데믹 이후 급증한 글로벌 부채, 우크라 전쟁 확산 분위기는 내년까지 달러화 강세를 촉발할 재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수출 경쟁력 등 자국 경제를 위해 각국이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하는 환율 전쟁을 벌였던 사례가 있지만, 현재는 달러 초강세에 따른 비자발적 환율 전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현재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린 다양한 이슈들은 주요국 통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이런 비자발적인 환율전쟁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당분간 계속해 작용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현재 킹달러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도 한미 통화 스와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화스와프는 협정을 맺은 두 나라가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와 현재 환율에 따라 맞교환하는 것이다. 이후 정해진 기간이 지난 후 최초 계약 당시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기적으로는 국내에 달러가 공급돼 외환보유고가 늘어나 대외신인도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으며, 원·달러 환율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실제,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통화스와프 체결 발표 당일 원·달러 환율은 3.3%, 발표 이후 2주간 평균 2.1%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창섭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의 폭등은 달러 강세의 영향이 크지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기인한 면이 크다"며 "정부와 당국은 원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막대한 달러를 쏟아 부었으며, 수차례 구두개입까지 했다. 그럼에도 소위 ‘약발’이 먹히지 않은 것은, 우리 경제가 그만큼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엔화가치가 추락하는데도 일본 경제가 흔들리지 않고 있는 것은 미국과의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통해 외환시장의 중심을 잡았기 때문이다"며 "우리 정부의 힘만으론 어렵다. 미국, 하다못해 일본 등 주요국과의 통화 스왑을 통해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