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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이 할퀸 韓경제, 미국은 웃고 있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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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이 할퀸 韓경제, 미국은 웃고 있다①

1430원 돌파한 환율, 14년만에 장단기 금리 역전···'3고시대' 돌입한 韓
올해 목표 금리 4.4%,초매파적 기조의 연준···'킹달러'는 의도된 설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7월 27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7월 27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의 초공격적 긴축에 우리나라가 휘청 거리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30원을 돌파한 데 다가 국내 경제의 '방파제'로 불리는 외환보유고는 빠르게 줄고 있다. 이에 국내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며, 무역수지도 처음으로 반년 연속 적자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미국은 연내 1%포인트 이상의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해 여전히 강력한 긴축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 결과 우리 경제에 더 큰 후폭풍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렇듯이 달러 초강세를 이어가는 미국의 의도는 무엇일까? 미 연준의 초공격적 긴축 의도와 향후 전망 등을 파헤쳐 보고자 한다.

지난 22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104%로 전일 대비 0.257%포인트, 10년물 금리는 3.997%로 0.106%포인트씩 상승 마감해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
통상,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불황의 전조로 불린다. 지난 16일 장 중 일시적으로 역전된 적은 있지만, 마감 기준으로 역전된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7월 18일 이후 약 14년 만의 일이다.

해당 현상의 원인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초공격적 긴축에 있다. 지난 20~2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뿐만 아니라 점도표를 통해 올해 연말 목표 금리 수준도 4.4%로 기존 대비 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에 연내 미 기준금리는 최소 4.25~4.5%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연준의 초강수는 달러화 폭등으로 이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IT버블 사태 당시인 지난 2002년 이후 최초로 111포인트를 돌파하는 초강세를 보였다. 이날 기준 달러 인덱스는 114포인트까지 올라온 상태다.

◆전세계를 강타한 '킹달러' 충격···피 흘리는 韓


이처럼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자, 주요국 통화 가치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대표적으로 2002년 이후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여온 유로화가 현재 1유로당 0.96달러 수준까지 후퇴했다.

이같은 유로화 약세는 단기적으로 미국의 긴축 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러시아의 가스 공급 무기화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 탓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유럽연합(EU)은 지난 20여년간 달러 대비 우위를 보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EU의 경제 규모도 미국에 버금가는 규모로 성장해 왔다.

실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며 물가가 상승세를 보이자, 유럽중앙은행(ECB)은 11년 만에 금리를 0.5%포인트나 인상했다. 이어 사상 최초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을 단행하는 등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좁히고자 노력했다. 그럼에도 달러 대비 유로화 약세는 더욱 악화되면서, 연내 추가 인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도 심리적 지지선으로 분류되는 달러당 7위안, 145엔선을 훌쩍 뛰어 넘었다. 당초 일본은 '아베노믹스' 정책 이래 의도적 엔저 상황을 고의로 유도하며 수출 경쟁력을 증대시켜왔다.

그러나 급격한 미국의 긴축에 엔화가치가 추락하자, 일본 정부는 무려 24년 만에 실개입에 나서게 된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일본이 엔화 가치 하락을 저지코자 달러를 팔아 매수한 엔화만 3조엔(한화 29조54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에 실개입 직후 엔화 가치는 142엔선까지 방어됐으나, 현재 144엔을 다시 돌파하며 일본 정부의 노력은 공염불이 된 상태다.

중국 정부 역시 외화 지준율을 인하하는 등 환율 방어에 적극 나섰으나 달러당 7위안선을 돌파해 현재 7.2위안선에 근접하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비상이 걸렸다. 22일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했으며, 장중 1413원선을 뚫는 기록적 상승세를 보였다. 이어 26일 환율은 1435원을 돌파하는 상승세를 보이며 연고점을 재경신한 상태다.

이창용 한국은행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창용 한국은행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가상승 압력도 확대되고 있다. 26일 이창용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내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높은 환율 수준이 지속되면 물가에 추가적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우려 했다.

환율이 폭등하자 무역적자도 확대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연간 누적 무역 적자 규모만 292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인 1996년(206억2400만달러)을 100억달러 이상 상회하는 규모다. 이달 적자가 유력시되며,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이후 최초로 반년 연속 무역 적자를 앞두고 있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며 국내 경제의 '방파제'로 불리는 외환보유고 역시 감소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21억8000만달러나 급감했다.

앞서 국내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한 바 있다. 이후 7월 들어 소폭 반등했지만, 6월 한달 에만 94억3000만달러나 급감하며 기록적 감소세를 보였다. 통상 외환보유고가 감소한다는 것은 국가의 지급 능력이 저하됐다는 의미다. 민간기업과 금융기관의 해외 자본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도 야기시킨다.

이밖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를 0.75%포인트 이상 상회하며,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도 커졌다. 통상 수익률을 추종하는 자본 시장 특성상 한국 대비 미국의 정책금리가 높아지면 주식이나 채권 등에 쏠렸던 투자자금이 빠져나가 환율을 상승 시킨다.

이에 0.25%포인트 인상폭을 고수하던 한은 역시 기조를 바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2일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다음달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역시 연내 0.75%포인트 이상 인상될 전망이다.

종합하면, 폭등한 달러 가치가 환율을 높여 물가 상승을 야기하고, 금리 상승을 유발해 경기가 침체된다는 이른바 '3고(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평이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 경제가 달러에 얻어 맞고 쓰러진 셈이다.

◆발톱 드러낸 연준···'킹달러'는 의도된 설계


이같은 달러 초강세를 두고 금융권은 연준의 설계로 진단한다. 해당 추론의 대표적 근거로 지나칠 만큼 가파른 금리 인상 속도를 든다.

당초 미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0~0.25%의 제로금리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미 연준이 올해에만 금리를 3%포인트나 인상시켰으며,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국을 역전했다. 이는 올해 우리나라 금리 인상폭(1.5%포인트)의 두배다.

통상 과도한 금리 인상은 경기침체를 유발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실제, 9월 FOMC에서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1.7%에서 0.2%로, 내년 성장률도 1.2%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올해와 내년 실업률은 기존 3.7%, 3.9%에서 3.8%, 4.4%로 상향돼 경기 침체 우려도 높다. 그럼에도 미 연준은 금리 인상에 배팅했다.그 결과가 지금의 강달러 상황이다.

최근 달러 초강세의 방아쇠가 된 '잭슨홀 미팅' 역시 그 예다. 지난달 26일 잭슨홀 미팅 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7월 기준 8.5%로 전월(9.1%) 대비 0.6%포인트나 하락했다. 이에 시장 내에서는 연준이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뤘다. 시장 내 9월 금리 인상 전망도 0.5%포인트가 중론이었다.

하지만,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한 인플레이션을 잡고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력히 사용하겠다"며 "또 한번의 이례적인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대로 낮추기 위해 경기 침체도 불사하겠다는 초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기조를 드러낸 것이다.

그 결과 원·달러 환율은 26일 1330원대에서 29일에는 1350원을 돌파해 20원 가량 폭등하면서 연고점도 경신했다. 하루만에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41% 나 하락한 것.

지난 8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이날 1350.4원으로 마감한 원·달러 환율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8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이날 1350.4원으로 마감한 원·달러 환율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달러인덱스도 109선을 돌파했으며,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가 모두 3%대의 낙폭을 보이며 추락했다. 국내 증시에선 코스피가 2.2% 하락해 2420선으로 후퇴했으며 코스닥도 2.8% 하락해 779선까지 내려왔다.

이에 지난달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5589억원, 463억원을 매도했다. 또한 코스닥시장에서는 기관이 1598억원을 팔아치웠으며,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025억원, 671억원씩 매도하는 등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했다.

이밖에 앞서 언급한 대로 미 연준은 올해 목표 금리 수준을 4.4%로 상향조정했다. 이에 올해 남은 두차례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최소 1.25%포인트 이상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연준이 강달러를 의도적으로 조장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유도한 연준의 의도는 무엇인가? 답은 자국 내 인플레이션의 전가(轉嫁)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