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나이까지 가입 가능한 어린이보험 가입을 20~30대에게도 문호 열고, 보장 기간도 100세까지 늘려
피보험자가 사망해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 ‘유족 보험’이라 불리던 것이 종신보험이다. 하지만 요즘 판매되는 종신보험에선 노후 생활비나 치매 같은 '생전 보장'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인구구조 변화로 가장(家長)이 사후 가족 부양을 위해 종신 보험에 가입하는 일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아기 울음소리가 점점 사라지자, 보험사들은 20~30대 ‘어른이’들을 겨냥한 마케팅 방안을 모색해왔다. 이에따라 저출생 시대에 걸맞게 어린이보험 상품의 성격이 변하고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구구조가 바뀌면서 전통적인 보험 상품 간 경계도 불분명해지고 있다. 종신보험의 변신이 대표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망률 감소와 저출생, 비혼 및 1인 가구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사망보험 형태의 종신 보험에 대한 30~40대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오히려 종신보험에 변액보험 성격이 결합되기 시작했다. 요즘엔 상속 재원 마련이나 요양, 수술 등 다양한 종류의 특약이 추가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1년 50건에 불과하던 생명보험사들의 종신보험 신상품 출시 건수도 2015년 118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작년에도 67건을 기록했다. 보험사들이 상품 구조 다변화를 통해서 종신보험 시장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아래에서는 저축성보험보다 '종신보험'이 유리한 만큼 생보사들이 종신보험에 공 들이는 측면도 있다. 고령화로 ‘유병장수’ 시대에 접어들면서 간편 보험의 가입 문턱도 낮추는 현상이 나타난다. 보통 간편보험 가입 심사 때 5년 내 심근경색 뇌졸중 등 여러 중증 질환 이력을 확인하는데, 최근엔 암 발병 여부 한 가지만 체크하는 보험사도 있다.
저조한 출생률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보험 시장이 최근 크게 성장하는 것도 보험사들의 시장 확대 노력에 따른 것이다. 국내 5대 손해보험사의 어린이보험 신계약 건수는 2017년 63만6786건에서 작년 119만5450건으로 88% 늘었다. 올 상반기에는 53만8261건의 새로운 계약이 발생했다. 성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 상해 등을 보장하는 어린이보험은 원래 10대 나이까지 가입할 수 있었다. 보험사들은 2018년부터 20~30대에게도 어린이보험의 문호를 열어주고, 보장 기간도 100세까지 늘리고 있다. 학교 폭력 피해나 틱장애 특약이 나오는 등 상품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다른 보험 대비 실속이 있다고 평가 받는 어린이보험을 일찍부터 자녀에게 들어주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어린이보험 시장의 성장 요인이다.
은행들은 향후에도 수수료 수익 확대에 중점 둘 전망이다. 하지만 고령화가 더 진행 될수록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로 인한 은행의 이자 수익은 쪼그라 들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수록 대출 수요도 줄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국내 은행의 예대율은 100%인데, 향후에는 70~80% 수준인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에 은행들은 프라이빗뱅킹(PB), 신탁 같은 자산관리(WM)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등 비이자 포트폴리오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