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13.4원 하락한 1297.0원으로 출발했다.
이날 급격한 환율 하락세의 주재료는 상승폭을 넓혀가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추겼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드디어 둔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전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7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8.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문가 전망치(8.7%)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미 CPI는 지난 6월 9.1%라는 기록적 상승률을 통해, 1981년 11월 이후 41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당시 물가가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이란 물가정점론을 박살내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높였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 긴축을 가속화시켰다. 여기에 부진한 고용지표 등이 겹치며 '물가상승→긴축 가속→경기침체'라는 부정적 전망이 확산됐고, 안전자산인 달러화 상승세의 주재료로 작용했다.
반대로 이번 CPI는 상승폭이 전월 대비 축소되며, 물가가 점차 안정화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었다. 특히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 식품의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같은 기간 5.9% 상승에 그치며 전문가 예상치(6.1%)를 하회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증시 역시 부활했다. 전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3만3309.5로 전일 대비 1.63% 상승 마감했다. 이어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13% 오른 4210.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89% 상승한 1만2854.8에 마감했다. 그 결과 달러 인덱스는 현재 105.2선까지 하락한 상태다.
다만 전일 찰스 에반스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7월 CPI를 두고 '긍정적'이라 평가하면서도 "물가 상승 속도는 여전히 너무 높다. 기준금리를 올해 말 3.25~3.5%까지, 내년 말 3.75%~4%까지 인상할 필요가 있다"며 선을 그었다. 또한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3.9%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키도 하는 등 연준의 긴축 기조 자체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이날 환율은 CPI가 전망치 대비 둔화세를 보인데다,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 것 등을 반영해 1290원대 중반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기존 8.7%로 예상됐던 CPI가 8.5%를 기록했고, 파월 의장이 강조했던 근원 CPI 역시 둔화추이를 보였다. 추후 연준의 스탠스는 변할 가능성 높다"며 "이에 9월 FOMC 75bp 인상에 대한 베팅 철회될 것이며,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역시 거두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흐름은 위험선호 심리를 자극해 유로화, 상품통화, 원화 등에게 강세 압력을 넣을 것"이라며 "다만 연준 위원들이 아직 물가가 높다는 점을 재상기 시키며 경계심을 소폭 유지했다는 점과 하단 결제수요는 하락 압력을 일부 상쇄하는 재료"라고 덧붙였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