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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은행점포 폐쇄에 소비자 불편만 가중... "비대면이 대세" 변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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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은행점포 폐쇄에 소비자 불편만 가중... "비대면이 대세" 변명만

5년새 1003개 점포 폐쇄 속 올해 상반기250곳 문닫아
당국, 은행점포폐쇄 공동절차 시행하나 효용성 없어

서울 종로구 시중은행들의 현금입출금 기기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종로구 시중은행들의 현금입출금 기기 모습. 사진=뉴시스
국내 주요 은행들의 점포 폐쇄가 계속되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해 어쩔수 없다고 주장한다. 은행 입장에선 수익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금융취약계층 등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은행 폐쇄에 소비자들의 불편과 불만만 더욱 커지고 있다.

비대면 디지털 방식 대출 현황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비대면 가계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면 대출을 훌쩍 상회한다. 올해 상반기 신규 신용대출의 90.2%가 비대면 디지털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면 방식은 9.8%에 불과했다. 또 신용대출보다 직접 상담 필요성이 높은 담보대출의 경우에도 61.3%가 비대면 디지털 방식으로 이뤄졌다.

A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앱 가입자가 꾸준히 늘면서 대출 등 은행 업무를 보다 편하게 이용하려는 고객이 증가한 탓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오프라인 지점 수요는 높다. 특히 고령층 인구 비중이 높은 지방의 경우 점포를 찾고자 많은 발걸음을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도 크다. 이에 대한 대책도 미비하다. 은행 점포가 사라졌다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한 거래에 익숙치 않은 노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갑자기 기기사용에 적응력을 높일리도 없다. 노령층이 아니더라도 은행 고객이면 급할때 은행 창구를 방문해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통장 기장을 요할때나 OPT카드 비밀번호를 분실하거나 틀릴 경우 직접 은행을 내방해야 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부은행에선 점포 폐쇄 대안으로 '특화점포'를 남겨 두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도 업무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개는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은행이 비용절감을 위해 점포를 폐쇄한다지만, 지역에 따라선 오프라인 금융거래가 활성화된 지역도 있다. 모든 고객이 골고루 금융서비스를 제공받도록 점포 마다 은행 경영평가에 포함시켜 각각의 점포에 인센티브등을 주는 방식으로 평가해 운영한다면 향후에도 유지해야할 점포와 폐점할 점포간 객관적 기준을 확립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자 동네는 은행도 많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권 전체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2016년 말 7101개에서 지난해 말 6098개로 5년 새 1003(14%)개나 줄었다.

점포폐쇄 속도 역시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2016년 180곳을 시작으로 2017년 312곳, 2018년 20곳, 2019년 57곳, 2020년 303곳, 작년 말 311곳이 문을 닫았다. 올해 상반기에도 250곳이 폐쇄된다.
일각에서는 "은행도 이윤을 남기는 곳 일종의 돈 장사하는 곳인데 점포운영 비용 등이 너무 많이 드는 것을 어떻게 견디겠냐"며 "점포폐쇄의 타당성을 내세워 언뜻 설득력 있게 보이지만 실제, 은행이 점포를 대거 닫아야 할 만큼 전혀 어렵지 않다"고 꼬집었다.

실제, 지난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7조원에 육박했다. 코로나 고통속에서 여타기업들이 어려움에 허덕임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34%는 전년도 대비 순익이 늘었다. 올해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이 상반기에 거둔 당기순이익만도 8조9000억원에 달한다. 작년 역시 전년도 대비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은행 경영이 어렵다며 선제적으로 돈이 안되는 동네부터 점포를 폐쇄하고 있다. 특히 누구나 호응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없이 은행 자체적으로 평가해 폐점을 하다 보니 오히려 부자 동네에선 은행 점포가 더욱 세련되지고 고급화된 반면 가난한 서민 동네에선 은행 점포들이 빠져나가 초라한 흔적만 남겼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익이 없이 입·출금 등 단순 업무 때문에 유지 해오던 지점들이 비대면, 온라인 채널로 빠르게 대체됐다"며 "실제 폐쇄 대상 지점을 조사한 결과 입·출금, 통장정리, 공과금 납부 등 단순 업무에서 대면 업무 비중이 65~90%에 달한 곳이었다"고 말했다.

'은행 점포폐쇄 공동절차' 시행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금융 확대, 이용자 감소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경영 효율성을 위한 점포 폐쇄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근본적 문제다.

금융당국도 은행 점포감소에 따른 고객 불편을 최소화 하기고자 지난해 2월 점포폐쇄 시 사전절차를 강화하는 '은행 점포폐쇄 공동절차'를 개정해 시행중이다.

점포폐쇄가 고객에게 미칠 영향과 대체 수단 여부 등을 분석한 사전영향평가를 시행해 소비자 불편이 크다고 판단되면 점포를 유지하거나 지점을 출장소로 전환하도록 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절차상 의무에 머물 뿐 폐쇄 자체에 대한 결정 권한은 여전히 은행의 몫이다. 여전히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은행들은 지점을 출장소로 전환하는 방식의 꼼수를 쓰며 폐쇄점포수를 늘려가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비용 효율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 방안은 사실상 점포를 닫는 것이다"며 "은행권 점포 폐쇄 움직임은 비대면 거래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계속되는 고령층 등 금융소외자 관련 문제는 유통업계와 손을 잡거나 타은행과 공동점포를 여는 등의 특화점포를 통한 새로운 해결방안을 찾아가야할 과제다"고 강조했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