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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ESG 이어 5차 산업혁명 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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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ESG 이어 5차 산업혁명 준비할 때

문형남 국가ESG연구원 원장
문형남 국가ESG연구원 원장
필자는 4차 산업혁명에 관해 단독 또는 공저로 다수의 저서를 저술했으며, 4차 산업혁명 최고위 과정도 여러 차례 운영한 4차 산업혁명 및 5차 산업혁명 전문가로서 5차 산업혁명이 언제부터 확산될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결론부터 먼저 얘기하면, 이제 정부와 기업들이 5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투자할 때가 무르익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머뭇거린다면 그사이에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나 다른 나라가 주도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경제 선진국으로서 5차 산업혁명을 선도해야 한다.

국내 포털에서 ‘5차 산업혁명’을 검색하면 맞는 얘기는 찾기가 아주 어렵고, 엉터리 얘기들이 난무한다. “웹3.0 5차 산업혁명”, “블록체인 5차 산업혁명”, “NFT 5차 산업혁명”, “5차 산업혁명이 될 우주산업”, “2050년경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10대 기술” 등 대부분이 4차 산업혁명에 포함되는 기술·분야를 5차 산업혁명이라고 틀린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5차 산업혁명은 4차 산업혁명의 연장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과는 많이 다른 형태가 될 것이다.
대부분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처음 언급한 개념이다”라고 설명된 자료가 많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보다 앞서 2011년 독일에서 ‘인두스트리 4.0(Industrie 4.0: 독일어, Industry 4.0: 영어)’이라고 해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확산되지 않다가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을 계기로 4차 산업혁명이 세계적으로 확산됐으며,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쓴 ‘제4차 산업혁명’이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되고 4차 산업혁명의 기본서로 알려지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의 원조는 미국이 아닌 독일이다. 미국은 독일의 ‘인두스트리 4.0’을 가져다가 ‘4차 산업혁명(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이라고 명명하고,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세계경제포럼의 대대적인 행사와 저서를 통해 원조 행세를 했다. 필자는 수년 전 4차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독일을 방문해 세계 최대 산업박람회라고 하는 ‘하노버 메세’를 참관하고, 기차를 타고 가서 인근 도시의 자동차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자동차 공장 내부를 외부인에게 개방해 카트를 타고 공장 전체를 볼 수 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의 자동차 공장에는 아직도 작업하는 사람이 적지 않게 보인다. 독일의 자동차 공장은 거의 완전 자동화가 돼 일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었고, 아주 드문드문 제어 패널을 보고 있는 작업자를 볼 수 있었다.

5차 산업혁명(Industry 5.0)의 원조는 유럽연합(EU)이다. 5차 산업혁명에 관한 외국의 연구자료들을 한참 찾아보니 2019년 8월에 “Industry 5.0—A Human-Centric Solution”이라는 논문이 발표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유럽위원회) 홈페이지에 가면 5차 산업혁명에 관한 자료들이 올라와 있다. 2020년 9월 30일 발행 보고서, 2021년 1월 5일 발행 보고서, 2022년 1월 10일 발행 보고서 등이 올라와 있다. 즉, EU는 3년 전부터 5차 산업혁명을 논의하고 있다. 필자는 세계경제포럼과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이 아직 5차 산업혁명을 얘기하지 않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을 몇 년 더 우려먹으려는 것으로 본다.

EU가 주장하는 5차 산업혁명(인더스트리 5.0)은 새로운 개념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을 통한 수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존의 개념을 확장해 지속가능성(sustainable), 인간중심(human-centric), 탄력성(resilient)을 3대 특성(핵심 요소)으로 한다. 산업으로 인한 지구환경 보호를 위해 지속가능성이 고려돼야 하며, 산업에서 인간중심 접근 방식은 생산의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보다는 생산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필요성과 관심에 중점을 두고, 탄력성은 산업 생산에서 높은 수준의 견고함과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팬데믹 위기는 생산 관련 세계화된 접근 방식이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국내에서는 인더스트리 5.0이나 5차 산업혁명을 주장하는 사람이 매우 적은 가운데, 인더스트리 5.0을 강조하고 있는 이인식 ESG청색기술포럼 대표는 “언론인과 지식인들이 인더스트리 5.0(5차 산업혁명)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직무유기다”라고 지적한다. 우리 앞에 4차 산업혁명이, 옆에 ESG혁명이, 뒤에선 5차 산업혁명이 추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세계경제포럼이나 다른 나라가 5차 산업혁명을 주장할 때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EU에서 3년간 5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고, 이제 우리는 5차 산업혁명을 본격 추진하고 세계를 주도해야 한다. 5차 산업혁명을 추진할 전담 부처를 지정하거나 새 조직을 만들어서 적극 추진해야 한다.


문형남(캘거리대 경영대학원 교환교수,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SG메타버스발전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