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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신순환주의를 통한 ESG 클린테크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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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신순환주의를 통한 ESG 클린테크의 진화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
디자인 컨셉은 끊임없이 새로 정의해야 하는 속성을 지닌다. 20세기 벽두에 '효용적 대량생산'을 찬미했던 루이 설리번(Louis Sullivan)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ever follows Function)"는 미학적 명제를 널리 유포했다. 100여년이 지난 이후 산업 쓰레기로 뒤범벅이 된 오늘날 4억톤 이상의 산업플라스틱이 생산되고 이중 85%가 바다로 버려져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쏟아지는 플라스틱의 처리문제는 1990년대 '폐기물 관리'로 출발해 2000년대 '자원순환' 시대, 이제는 탈(脫)플라스틱 차원의 '신순환주의적' 접근이 요구된다. ESG 시대에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는 EU의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가 지향하는 6대 환경목표에 속할 정도로 중요하다. 2020년 EU 집행위원회는 '순환경제 플랜' 2.0을 추진하면서 2021년부터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해 1㎏당 0.8유로(80센트)의 세금을 부여했으며 플라스틱세 도입으로 약 57억 유로(약 7조6000억 원)의 추가 세수가 거둬질 것으로 예측했다.

오염된 환경과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화학 산업인 '화이트바이오 산업'이 새로이 각광 받으면서 토양·해양에 존재하는 미생물과 반응해 스스로 분해되는 차세대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투자도 증가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자연환경에서 '썩는 플라스틱'이나 따뜻한 물만 부어줘도 80%가 사라지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기술 개발, 그리고 플라스틱 페트병을 10시간 안에 90% 이상 분해하는 효소나 플라스틱을 소화할 수 있는 미생물을 발견하는 쾌거를 이루고 있다. 가령 2015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갈색거저리의 애벌레인 밀웜(mealworm)이 스티로폼을 먹고 소화하는 사례, 2017년 영국 케임브리지 연구진이 꿀벌 부채명 나방의 애벌레인 왁스웜(waxworm)이 폴리에틸렌 성분의 비닐봉지를 먹고 분해하는 사례, 나아가 호주 과학자들이 수퍼웜이 플라스틱을 먹을 뿐 아니라 애벌레의 장내 세균을 이용해 스티로폼을 재활용 소재로 재탄생시키는 사례도 확인했다. 2020년 프랑스 과학자들은 퇴비더미에서 찾은 미생물 효소가 페트 병의 90%를 10시간 내에 분해했음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출시한 2세대 쏘울의 대시보드를 플라스틱 대신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만들었고 천장마감재와 시트커버에도 적용했다. 2016년 출시된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윈도우 버튼 등에는 야자열매 씨앗 추출물을 활용했으며 2018년 수소전기차 넥쏘 역시 실내 마감재 대부분에 바이오 플라스틱을 활용했고 2020년 고성능 전기차인 '폴스타'에는 천연섬유와 페트병, 폐기된 코르크, 어망 등에서 추출한 재활용 재료로 디자인했다.

CJ제일제당에서는 발효 기술을 활용해 100% 생분해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인 'PHA(Poly Hydroxyl Alkanoate)'를 양산화하면서 본격적으로 '화이트 바이오(White Bio)' 사업에 진출했다. PHA는 미생물이 식물유래 성분을 먹고 세포 안에 쌓아놓는 고분자 물질로 모든 환경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PHA는 바닷물 속에서도 100% 생분해가 가능하다.

한편 LG화학 또한 '클린테크' 중심의 고부가가치 사업인 재활용 플라스틱 열분해유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초임계 열분해 원천 기술을 보유한 영국의 무라 테크놀로지와 협업, 2조 원을 투자했다. 또한 무라의 기술 판권을 지닌 미국의 KBR과 기술 타당성 검토 후 공장의 기본 설계를 위한 공정 라이선스 및 엔지니어링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서 공정은 국내 최초의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통해 복합재질의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을 열분해한 후 가장 초기 원료인 납사를 추출해 다시 석유화학 공정에 넣는 과정으로 이 때 고온·고압의 초임계 수증기로 혼합된 폐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적용된다. 초임계 수증기란 온도와 압력이 물의 임계점을 넘어선 상태에서 생성되는 특수 열원으로, 액체의 용해성과 기체의 확산성을 지니기 때문에 특정 물질을 추출하는데 유용하다.

한편 SK지오센트릭과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자연조건에서 분해되는 PBAT(Polybuthylene Adipate-co-Terephthalate) 재질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PBAT는 농업용 비닐, 일회용 봉투, 어망 등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제품과 오염이 된 폐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어 주목받는 소재다. 특히 SK종합화학은 폐플라스틱에서 기름을 뽑아내 재활용하는 공장인 이른바 '도시 유전'이란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미국 브라이트마크와 협업해 2025년까지 국내 최대 규모인 약 6000억 원의 투자의지를 밝혔다. 이렇듯 SK가 추진하는 사업은 화학적 재활용 방식인 열분해와 해중합(고분자 중합체인 플라스틱 제품을 다시 분해해 원래의 단량체로 되돌리는 기술) 방식을 적용하는 폐플라스틱 자원순환 사업으로 이는 폐플라스틱으로부터 다시 원료유를 뽑아내는 '도시 유전'이라는 역발상을 통해 폐플라스틱 자원 선순환을 견인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