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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프닝 '낙수효과' 없었다…위기의 K-뷰티, 脫중국 전략 '고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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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프닝 '낙수효과' 없었다…위기의 K-뷰티, 脫중국 전략 '고삐'

화장품 최대 수출국 中향 수출액, 전년보다 26% 감소…뷰티업계 '수출선 다변화만이 해법' 한목소리


지난해 화장품 수출은 13.4% 감소한 80억 달러를 기록해 화장품 수출의 실적 하락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화장품 수출은 13.4% 감소한 80억 달러를 기록해 화장품 수출의 실적 하락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국내 뷰티 공룡들이 중국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다변화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화장품 수출액이 최근 5년새 처음으로 감소하면서 ‘K-뷰티’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대 수출국인 중국향 수출이 급감한데다 수출 비중도 50% 이하로 떨어지면서, 한국 뷰티시장의 빙하기가 시작됐다는 경고마저 흘러 나온다.

11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뷰티업체들은 북미, 일본, 동남아시아 등 수출 다변화를 위해 분주한 움직임에 나섰다.

먼저 LG생활건강은 글로벌 뷰티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를 필두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글로벌 최대 뷰티 시장인 북미 시장에서 ‘후’ 브랜드의 진출을 위해 브랜드 콘셉트와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북미 고객들이 선호하는 향과 용기 디자인을 적용한 신규 라인을 준비 중이다.

또 그동안 기업인수합병으로 품에 안은 에이본(Avon) 유통망을 기반으로 자사브랜드의 미국 진출을 확대하고 피지오겔, 알틱 폭스, 더크렘숍 등의 시장 및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더크렘숍은 색조 품목을 중심으로 신제품 출시와 채널 확대를 통해 관심 고객수(인스타그램 팔로워 46만명)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다양한 디지털화를 시도함으로써 뷰티 디바이스 신사업을 확대 중이다. 지난해 5월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시에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을 연구·개발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센터’도 설립해 일본 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역시 북미 시장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 다변화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온라인 쇼핑 행사 ‘아마존 프라임 데이’에 참가해 역대 최대 성과를 거뒀고 대표 브랜드인 라네즈를 앞세워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 지난해 9월 일본 최대 뷰티플랫폼인 아토코스메 온라인과 도쿄 하라주쿠점에 입점했다. 그동안 기술력을 축적한 쿠션과 마스크팩 등을 앞세워 판매하는 라네즈로도 빠르게 시장을 넓히고 있다.

한국콜마 역시 자회사 구조를 개선하고 북미 등 글로벌 진출 박차를 가하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비즈니스도 강화 중이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5월 미국콜마로부터 ‘KOLMAR(콜마)’ 상표권 전체를 인수하며 그동안 한국콜마의 발을 잡았던 상표권 문제를 해결하는 등 최근 북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콜마는 미국 뉴저지에 북미기술영업센터를 건립하고 현지 시장 유통망 확대를 준비 중이다.

국내 뷰티 공룡들이 이 같은 행보에 나선 것은 K-뷰티 위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2년 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 등 보건산업 수출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보건산업 수출액은 242억달러로, 전년보다 4.7% 줄어들었다. 의약품이 81억달러로 전년보다 14.8% 증가했지만 의료기기(82억달러)와 화장품(80억달러)이 각각 11%, 13.4% 감소한 영향이다.

한국 뷰티시장의 위기론은 몇 년 전부터 언급이 되어 왔다. 문제는 수출액 증가세가 꺾인 점은 위기론이 위기 상황으로 바뀌었다는 게 업계 공통된 목소리였다. 배경은 K-뷰티 최대 수출 국가가 중국이라는 데 있다. 한국 뷰티업계의 높은 중국 의존도가 위기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향 수출액은 36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1위를 보였지만 전년보다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중국향 국내 화장품 수출은 2021년보다 ‘기초화장용 제품류’ 수출이 29.1% 감소하며 수출 비중도 2021년 53.2%에서 지난해 45.4%로 낮아졌다.

한한령(限韓令)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고 중국 현지 화장품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도 높아지면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중국시장이 신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분위기로 전환되면서 자국패권주의가 확산되는 등 ‘내셔널리즘’으로 인해 ‘K-뷰티’의 빙하기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미 중국에서는 팬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 기간 동안 자국 위주의 제품을 써왔던 만큼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한국산 제품을 구매하려고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뷰티업계 역시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COVID-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시작되면서 경색됐던 글로벌 뷰티시장이 풀릴 것으로 기대를 했지만 기대만큼 호응이 없는 상황으로 판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K-뷰티는 거대시장인 중국에 의존해 왔지만 중국시장에서 판매 저조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북미, 일본, 동남아시아 등 신시장 개척은 필연적인 상황으로 수출 다변도를 통해 경쟁력 상승은 뷰티업계에서 풀어내야할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뷰티업계 전문가들은 ‘K-뷰티’의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중국 중심의 수출을 탈피하고 수출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수출 확대의 유의미한 수치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더한다. 한류 영향으로 베트남(3억7500만 달러·+23.4%), 대만(2억 달러·+21.1%), 태국(1억5500만 달러·+13.2%), 말레이시아(1억1500만 달러·+9.9%) 등 동남아시아 신흥국가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했다.


최양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luswate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