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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씀리뷰] "인싸된 기분"…버터 없는 버터맥주서 느껴지는 풍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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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씀리뷰] "인싸된 기분"…버터 없는 버터맥주서 느껴지는 풍미

호불호 갈리며 '핫'한 블랑제리뵈르 뵈르비어 3종 맛보니
은은하게 퍼지는 달달한 팝콘향…고소하고 크리미한 거품

28일 오후 8시 30분경, 편의점 GS25에서 버터맥주 3종을 구입했다. 왼쪽부터 트리플디플러스, 트리플씨플러스, 트리플비플러스. 사진=송수연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28일 오후 8시 30분경, 편의점 GS25에서 버터맥주 3종을 구입했다. 왼쪽부터 트리플디플러스, 트리플씨플러스, 트리플비플러스. 사진=송수연 기자
잠들기 전 맥주 한잔. 제 일상의 낙이자 하루의 루틴입니다. 복잡한 머릿속을 식히며 넘기는 맥주는 그렇게 기분 좋을 수 없습니다.

29일 늦은 저녁인 8시30분. 자연스럽게 편의점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어떤 맥주를 먹을까 하는 고민이 멈춰섰습니다. 없어서 알바도 못 먹는다는 그녀석이 보란 듯이 진열돼 있어 거침없이 집어 들었습니다. 이름하여 ‘블랑제리뵈르 뵈르비어’. 버터맥주로 더 잘 알려진 녀석입니다.
이 버터맥주는 총 4종입니다만, 이날은 아쉽게 트리플에이플러스(AAA+)가 품절돼 3형제만 나란히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희 동네 기준으로 GS25 앱에서 트리플에이플러스 평점이 가장 좋아 제일 맛보고 싶었지만, 그래도 운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3종을 모두 집고 가격을 확인했습니다. 한 캔에 6500원. 계산대로 가려던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가격입니다. 보통 맥주보다 2배 수준으로 비싸네요. 4캔 1만원 또는 1만1000원 하는 편의점 행사 맥주와 비교하면 2배가 넘는 가격입니다. 요즘 워낙에 인기라고 하니 두 눈 감고 지르기로 합니다. 인싸의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집에 가는 내내 궁금했습니다. GS25에서 최단 기간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하루 평균(11월14일 기준) 3만5000캔씩 팔려 나간다는 신인 괴물의 맛은 대체 어떨까.

본격적으로 맛보기 전부터 인기를 수긍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패키지였습니다. 보통 맥주라고 하면 청량한 색을 강조한 파랑이나 초록계열, 맥주를 떠올리게 하는 노랑 혹은 갈색계열이 연상됩니다. 그런데 이조차 클리셰였나봅니다. 기존 맥주 패키지와는 전혀 다른 색감이 주는 묘한 세련미가 차별화돼 보였습니다.

트리플디플러스를 컵에 따랐다. 풍성한 거품과 버터풍미가 올라왔다. 사진=송수연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트리플디플러스를 컵에 따랐다. 풍성한 거품과 버터풍미가 올라왔다. 사진=송수연 기자


맛볼 차례입니다. 트리플디플러스(DDD+)부터 시작했습니다. 맥주잔으로 옮겨 따를 때 퍼지는 은은한 영화관 팝콘냄새는 맛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자극했습니다. 맥주잔을 들고 향부터 맡았습니다. 달콤한 향이 살짝 올라옵니다. 버터와 비슷한 향도 납니다. 그동안 맥주에서 느껴보지 못한 경험입니다.
맥주 뒷면의 제품상세정보에 보니 트리플디플러스는 바닐라향과 헤이즐넛향이 가미됐군요. 그렇다면 제가 느낀 버터향은 착각일까요? GS25에 따르면 통상 라거 맥주 발효기간은 8일인데 버터맥주는 5.5일 동안 짧게 발효시켜 버터향을 냈다고 합니다. 실제 버터가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버터향이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 있었네요.

조심스럽게 첫 모금을 마셔봤습니다. “음~” 맛있네요. 부드러운 거품과 강하지 않은 탄산으로 목넘김이 부드럽습니다. 특히 헤이즐넛향은 이 맥주의 가치를 설명해주었습니다. 목 뒤로 맥주가 다 넘어갈 즈음에는 바닐라향이 입안을 감싸 새로운 재미를 주었습니다.

트리플비플러스와 트리플씨플러스. 각자 마다 조금씩 다른 맛을 내는데, 이를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진=송수연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트리플비플러스와 트리플씨플러스. 각자 마다 조금씩 다른 맛을 내는데, 이를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진=송수연 기자


다음으로 맛본 것은 본능적으로 손이 간 트리플비플러스(BBB+)인데요. 트리플디플러스와 비슷한 향이 납니다. 다만, 강한 여운을 남겼던 트리플디플러스의 헤이즐넛향이 빠져 있으니 풍미가 완전히 다른 느낌입니다. 맛도 다릅니다. 끝이 산뜻하니 ‘산미’가 느껴집니다. 트리플비플러스는 카라멜향이 첨가되서 그런지는 몰라도 오리지날 카라멜에서 느낄 수 있는 씁쓸하지만, 어딘가 달콤한 향도 스칩니다.

마지막으로 트리플씨플러스(CCC+)입니다. 이 맥주는 아몬드향이 가미된 제품입니다. 앞서 마신 두 맥주와 마찬가지로 버터의 풍미가 있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끝 맛이 쌉싸름합니다.

버터맥주 3종 모두 공통점을 꼽으라면, 입안을 코팅하는 풍부한 바닐라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고소하고 오밀조밀한 부드러운 탄산이 3종 모두의 특징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라거와는 아주 다릅니다. 시원하게 청량감을 주는 맥주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에일과 가깝지도 않습니다. 에일이 주는 부드럽지 묵직한 목넘김은 없고 홉의 쌉쌀한 맛은 상당히 감춰져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도 궁금해졌습니다. 온라인으로 검색해 보니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모양새입니다. “느끼하다”, “화장품 맛이 난다” 등의 불호에 가까운 평들이 눈에 띕니다. 반대로, “그동안 먹어보지 못한 이색적인 맥주다”, “고소하고 부드럽다”, “버터향을 잊기 어렵다” 등의 호평도 쏟아졌습니다. 저 역시 ‘호’입니다. ‘세상에 나쁜 맥주는 없다’는 제 주관적 생각이 더 또렷해지는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오히려 이날 트리플에이플러스를 사지 못한 것은 또 한 번 버터맥주에 도전하게 할 여지를 열어 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은 평소 마시던 시원한 라거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